거미줄 보다 얇은 투명안테나…美 CES에서 '혁신 기술력' 인정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1.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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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씨아이티 정승 대표
고주파 대역까지 통신 가능…자율주행차 등 다방면 적용
폐구리 활용해 넷제로 앞장…올 CES 등 해외전시회 참여

씨아이티 정승 대표/사진=부산대학교기술지주
씨아이티 정승 대표/사진=부산대학교기술지주
기존 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인 구리안테나 두께를 0.01㎛로 줄였다. 거미줄 가닥 두께가 약 3~8㎛인 점을 고려하면 이 구리안테나가 얼마나 얇은 지 알 수 있다. 2023년 설립된 부산대 실험실창업기업 '씨아이티'(CIT, Copper Innovation Technology)는 이 소재 기술로 투명 안테나를 만들어 오는 7일부터 사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전시회 'CES 2025'에서 뽐낼 예정이다.

정승 씨아이티 대표는 "투명 안테나는 우리가 쓰는 스마트안경, 자율주행차 창문, 스마트빌딩 외벽 등에 필름처럼 붙여 쓸 수 있는데 초박형 기판 소재 기술이 있어야 구현할 수 있다"며 "이번 데모제품은 우리가 얇고 정교하게 전자회로용 기판을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아이티의 투명안테나/사진=씨아이티
씨아이티의 투명안테나/사진=씨아이티
자율주행이 발달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주고받기 위한 안테나가 필요하다. 자동차 윈드쉴드(바람막이 유리창)에 부착하는 투명 안테나는 넓은 면적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유리창 일부만을 사용하거나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만 통신이 이뤄졌다.

씨아이티는 초박막 구리로 투명 안테나 '돌핀'을 개발해 이번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차 유리창에 부착하면 빠른 통신을 할 수 있다. 기존 투명 안테나는 6GHz(기가헤르츠) 대역까지만 통신이 가능했지만 씨아이티의 투명 안테나는 20GHz의 고주파 대역까지 통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투명성과 형태 자유도를 확보해 제품을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도 있다. 정승 대표는 "폐구리를 재활용해 단결정 구리로 만든 뒤 투명 안테나 소재로 쓴 것인데 얇은 두께만큼이나 구리를 덜 사용해 탄소감축에도 효과적이다"며 궁극적으로 넷제로(Net Zero)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씨아이티의 이 같은 기술 밑단엔 'ASE(Atomic Sputter Epitaxy) 증착법'이 있었다. 현재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는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정세영 교수 연구팀의 R&D(연구·개발) 성과를 상용화한 것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구리를 평탄하게 증착시켜 동박을 만드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증착이나 동박을 래미네이팅(얇은 막을 접착하는 가공법)하는 것보다 신호 손실이 적고 수신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싸아이티 소호진(좌), 박상언(우) 연구원이 초고속 통신용 FCCL(좌), 반도체 패키지용 글래스 도금기판(우)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씨아이티 /AFPBBNews=뉴스1
싸아이티 소호진(좌), 박상언(우) 연구원이 초고속 통신용 FCCL(좌), 반도체 패키지용 글래스 도금기판(우)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씨아이티 /AFPBBNews=뉴스1

이와 함께 씨아이티는 ASE와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을 기반으로 FCCL(연성회로기판)을 개발했다. IT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소재로 자율주행차, 드론(무인기), 서빙로봇과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 정 대표는 "FCCL은 VA·AR(가상·증강현실), 자율주행 등 수요가 급증하는 5G·6G 통신 및 초고속 밀리미터파(mmWave) 대역의 고주파 통신에 적합하다"며 "ASE 기술을 기반으로 고주파 신호 손실을 줄이면서 더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리미터파 대역은 레이더, 위성통신 등의 분야뿐 아니라 인구밀집 지역 통신에서도 쓰인다.
씨아이티는 초기 기업이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 설립 15개월만에 시드부터 프리시리즈A 브릿지 투자까지 누적 31억원을 유치했다. 투자에는 딥테크(첨단기술) 전문 투자사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미래과학기술지주, 그리고 금융권 투자사인 BNK벤처투자, 기술보증기금 등이 참여했다. 부산대기술지주의 추천을 받아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도 선정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우리 기술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과 신뢰가 높아지면서 후속 투자를 통한 스케일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실제 FPCB(연성인쇄회로기판)를 양산하는 생산라인에 적용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제품화를 이뤘다"고 말했다.

씨아이티는 올해 다양한 해외전시회에 참여하는 한편 대기업과 PoC(기술검증)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CES뿐만 아니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 등에 참가해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논의하겠다"며 "본격적으로 양산 장비를 갖춰 이들 고객사가 요청하는 PoC에 적극 대응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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