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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척' 터미네이터의 그 손이 현실로...인간 닮아가는 '로봇손'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4.09.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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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손에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는 로봇손 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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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2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 호텔 리츠칼튼 서울에서 열린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내한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2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 호텔 리츠칼튼 서울에서 열린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내한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로봇이 컵을 들고 있다. 컵에 생수를 따르자 무게 변화를 감지한 손가락 관절이 안쪽으로 미세하게 꺾이며 꽉 붙잡는다. 이는 중국 로봇 스타트업 다이몬로보틱스가 만든 로봇손이다. 20개 운동 관절에 광학촉각센서를 장착, 사람 손 움직임에 가까운 손동작을 만들어냈다.

애초 로봇손은 자동차, TV 등 조립공정에 투입돼 사람이 하기엔 위험하지만 비교적 간단한 작업을 하는 데 주로 투입됐다. 지금은 그 쓰임새가 늘었다. 의사의 수술을 돕고 재난지역의 탐사·구조를 지원한다. 여기서 더 소형화·경량화되면서 커피를 타는 바리스타 로봇도 흔해졌다.

바야흐로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이 로봇과 결합하면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등장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로봇손 R&D(연구·개발)에 투자가 몰리는 배경이 됐다. 공장 아닌 일반 가정에 들어가는 휴머노이드의 필수요건으로 '손재주'가 꼽힌다. 집안일을 돕거나 심부름 등 여러가지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려면 손으로 압력과 마찰, 표면 재질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손가락 마디가 젖히는 유연성, 상황을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자율적 의사결정 성능 등이 더해져야만 한다.

27개의 뼈와 강약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근육, 고도로 민감한 촉감 등으로 이뤄진 인간 손을 그대로 모방하기 위해 전 세계 로봇 공학자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로봇학회장인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인간형 로봇 핸드가 미래산업 분야의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TRI가 개발한 로봇 핸드가 물체를 잡자 압력 세기에 따라 로봇 손가락 색이 바뀌고 있는 모습./사진=ETRI
ETRI가 개발한 로봇 핸드가 물체를 잡자 압력 세기에 따라 로봇 손가락 색이 바뀌고 있는 모습./사진=ETRI

그렇다면 현재 로봇손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왔을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올 상반기 공기압 기반의 높은 내구성을 가진 압력센서를 결합한 '360도 전방위 촉각센서 로봇손'을 선보였다. 여러 방향의 압력을 정밀 감지해 로봇손이 사람 손처럼 자연스럽게 물체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ETRI는 사람 피부와 유사한 강성을 가진 '에어 챔버형 유연 촉각센서' 기술을 개발, 물체의 강성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 고도화된 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는 앞으로 로봇과 인간 간 상호작용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물류 자동화·가정용 로봇, 스마트공장 및 휴머노이드 로봇 등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 전문기업 코보시스는 전동특수차 전문업체 화인특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무인 자동화 스마트팜 정식로봇'을 개발했다. 이는 한 쪽 로봇손이 모판에서 모종을 뽑아내고 다른 손으로는 재배용 배지(培地)를 파낸 후 모종을 옮겨 심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여린 모종을 단단한 배지에 옮겨 심는 작업은 단순해 보여도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모종이 다치지 않게 쥐고 옮겨놓는 섬세한 근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람의 손길 외에 기계화가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모종을 이식하고 있는 정식 로봇/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모종을 이식하고 있는 정식 로봇/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는 '키스타 핸드(KISTAR Hand)'라고 명명한 새로운 로봇손을 개발했다. 촉감센서와 역감센서가 내장돼 있어 물체 연성표면의 거칠기, 무게중심 등 시각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물체 특성을 감지해 안정된 상태로 움켜쥐고 조작할 수 있다. 물체를 마구 흔드는 과정에서 무게중심이 변하면 우리가 손에 쥐는 힘의 세기도 달라지는데 키스타 핸드는 물체의 무게중심 변화에 따른 미끄럼을 감지해 최적의 힘과 형태로 안정적으로 잡고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물체를 인식하고 들어 올릴 수 있어 서비스 로봇의 다재다능한 손으로 활용이 기대된다.

로봇 손동작을 완전하게 할 '로봇 피부' 개발도 진행중이다.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김정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외부 촉각 자극을 느끼고 칼에 베여도 다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로봇 피부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 피부는 인간 피부 구조와 촉각 수용기의 특징·구성을 모방해 적은 수의 측정 요소만으로도 표면 영역에서 압력과 진동을 실시간 감지할 수 있다. 측정된 촉감 신호를 AI 신경망으로 처리해 누르기·두드리기·쓰다듬기 등 촉각 자극의 종류도 분류할 수 있다.

하이드로젤·실리콘 등 부드러운 소재로 피부를 만들어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날카로운 물체에 깊게 찢기거나 베여도 구조·기능을 손쉽게 회복할 수 있다. 연구팀은 "넓은 부위에 정교한 촉각뿐만 아니라 사람 피부와 유사한 물성·질감도 부여할 수 있어 식당 서빙 로봇이나 인간형 로봇처럼 사람과 다양한 접촉·상호작용이 필요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KIST가 개발한 'KISTAR Hand'/사진=KIST
KIST가 개발한 'KISTAR Hand'/사진=K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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