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 속 '좀비화합물' 처리하는 K-신기술에 수십억 뭉칫돈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4.09.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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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폐수를 처리하는 가장 고도화된 방식은 '고도산화공정'이다. 오존이나 과산화수소 등을 넣어 폐수의 오염물질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방식이다. 여과나 담수 등 기존 수처리 방식으로 분해하지 못하는 오염물질까지 분해할 수 있지만 한계도 있다. 모든 오염물질에 대응하지 못하고 정화를 위해 또 다른 화학물질을 사용해 근본적 환경오염을 막지 못한다.

스타트업 퍼스트랩은 '초음파 집속(Focusing)' 기술을 기반으로 이런 한계를 극복한 수처리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집속된 초음파를 통해 오염물질의 구조를 파괴해 분해하는 방식이다. 황보민성 퍼스트랩 대표는 "추가적인 환경오염이 발생시키지 않는다"며 "오염물질 처리 효과도 기존의 고도산화공정보다 높다"고 말했다.

퍼스트랩은 최근 31억원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적인 상용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투자에는 인라이트벤처스, 디캠프,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과 함께 SI(전략적 투자자)로 소재·부품기업 이녹스 (8,310원 ▼40 -0.48%)가 참여했다. 퍼스트랩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35억원이다.


난분해 독성물질 'PFAS', 초음파로 분해·처리


퍼스트랩의 수처리 장비(왼쪽)와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인 PFOA의 초음파 처리에 따른 검출량 시험 결과. 퍼스트랩은 국립환경과학원이 고시한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시험·검사 기준으로 시험한 결과 과불화화합물이 최대 1만2000배 감소했다고 밝혔다/사진=퍼스트랩
퍼스트랩의 수처리 장비(왼쪽)와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인 PFOA의 초음파 처리에 따른 검출량 시험 결과. 퍼스트랩은 국립환경과학원이 고시한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시험·검사 기준으로 시험한 결과 과불화화합물이 최대 1만2000배 감소했다고 밝혔다/사진=퍼스트랩
퍼스트랩은 2022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초음파 집속 기술을 이전받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초음파 집속 기술을 활용해 수처리 장비와 제조업 분산·유화 공정 장비를 개발한다. 수처리보다 먼저 상용화가 된 분산·유화 공정 장비의 경우 국내와 일본에서 올해 약 1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라운드 투자자들은 상용화를 눈앞에 둔 수처리 장비에 주목했다. 퍼스트랩의 수처리 장비는 '과불화화합물(PFAS)'과 '의약품 폐기물' 처리 분야에 특화된 장비다. 특히 기존의 고도산화공정으로도 처리하지 못한 PFAS를 처리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PFAS는 소비재뿐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부품에도 활용되지만 자연분해가 되지 않아 '좀비 화합물'로도 불리는 물질이다. 최근 들어 PFAS가 인간·동물의 체내에서 암 등 질환을 발생시킨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미국이나 EU(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황보 대표는 "코티티시험연구원 평가에서 PFAS의 일종인 과불화옥탄산(PFOA)이 0.24568mg 검출된 오염수 1리터가 초음파 처리 결과 검출량 0.00002mg으로 감소했다"며 "안전성평가연구소의 평가에서도 초음파 처리수 속 인체 세포의 생존율이 증가하는 등 오염물질 분해 성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반한 수처리 기술…내년부터 매출 성과 내겠다"


퍼스트랩은 지난해 SK에코플랜트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도 선정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리뉴어스와 개발·실증을 진행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수자원공사와의 실증도 예정돼 있다. 지난 5월에는 독일에서 열린 환경전시회 'IFAT'에 참가해 수에즈, 자일럼 등 글로벌 수처리 기업들의 관심을 끌었다. 일부 글로벌 기업과는 현재도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퍼스트랩 측은 PFAS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처리 장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2026년부터 PFAS가 사용된 제품의 수입 제한을 검토하고 있고, 미국은 이미 식품 포장재 등 일부 제품부터 PFAS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황보 대표는 "내년부터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상용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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