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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3대 게임체인저 기술로 열어갈 대한민국의 미래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기사 입력 2024.08.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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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나치의 공세에 움츠려 있던 연합국은 돌파구가 필요했다. 독일의 공습경로를 미리 파악하려 했지만 '에니그마'라는 기계가 만든 암호체계는 '풀지 못할 수수께끼'였다. 이때 앨런 튜링이라는 천재가 이를 풀 기술을 개발한다. 전장의 판도를 바꾼 게임체인저였다.

8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천재의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논문에서 싹튼 인공지능 기술이 다시금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전 세계의 각축은 과거 열전에 비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과학기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그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산업계는 전통 주력 산업부터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선두권에 도달했고 학계도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중국과의 경쟁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선도국과의 기술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네이처 인덱스' 특집호를 통해 이러한 한국의 상황을 두고 "투자 대비 성과가 상당히 낮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탈피해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바로 '추격형 R&D'에서 벗어나 세계 최초, 최고에 도전하는 '선도형 R&D'로 과감히 전환하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R&D 예산의 급격한 양적 팽창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R&D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정부 R&D 예산은 조정됐다. 그 후 지난 1년간 국가 R&D의 방향성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 고민의 결과를 담은 '2025년 국가R&D사업 예산 배분·조정 결과'를 6월 말 발표했다.

한정된 재원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는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인공지능·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기술로 대표되는 3대 게임체인저 기술이 세계 경제와 안보에 미칠 파급력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이에 정부는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올해보다 24.2% 증가한 3.4조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국가 혁신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물론 예산이 확대된다고 3대 게임체인저 기술 강국이 저절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시작점일뿐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꾸준한 소통을 통해 연구자들의 공감과 신뢰를 얻어야 하고 투자시스템 개혁을 위해 정부가 약속한 제도적, 법률적 조치도 실천해야 한다. 어떤 정책이든 그 효과는 신뢰에 기반하고 신뢰는 실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의 암호기술은 전장의 판도를 바꾸며 우리 민족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쳤다. 80여 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기술의 전장에서 우리는 게임의 판도를 바꾼 나라가 될 수 있을까. 2025년 R&D 예산 배분·조정 결과에 담긴 '2030년 3대 게임체인저 기술 3대 강국'이라는 비전 실현은 이제 우리 과학기술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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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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