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뜬소문에 속지 않게…6만 개미 몰린 'AI 기업분석 플랫폼'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4.07.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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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박정재 그로잉랩 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정재 그로잉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정재 그로잉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주식 리딩방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운영 조직을 처벌해 범죄를 뿌리뽑는 게 제일 중요하겠지만,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도 리딩방을 사기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인투자자 스스로 투자할 기업을 분석하고 가치나 펀더멘털을 파악할 수 있어야 리딩방의 감언이설에 속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정보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전자공시시스템에 수많은 정보가 공개돼 있지만 해석이 쉽지 않아서다. 스타트업 그로잉랩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상장기업의 정보를 수집·분석해주는 플랫폼 '버틀러'를 개발했다. 공시된 보고서들을 통해 사업, 재무, 펀더멘탈, 밸류에이션 정보를 분석하고 시각화해 기업의 성장 흐름을 보여준다.

박정재 그로잉랩 대표는 "많은 초보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할 기업을 결정할 때 단순 소문이나 뉴스, SNS(소셜미디어)에 의존한다"며 "직접 기업을 분석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틀러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기업정보를 보기 쉽게 제공해 직접 기업을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사업·재무·밸류 정보 제공…개인도 기업 정보·성장성 파악"


버틀러가 제공하는 삼성전자 밸류에이션 정보. PBR, PSR, PER, POR, PDR 등의 흐름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주가가 고평가되고 있는지 저평가되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사진=버틀러 캡처
버틀러가 제공하는 삼성전자 밸류에이션 정보. PBR, PSR, PER, POR, PDR 등의 흐름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주가가 고평가되고 있는지 저평가되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사진=버틀러 캡처
예컨대 버틀러에서 삼성전자를 검색하면 먼저 DX(디바이스경험), DS(디바이스솔루션) 등 부문별 매출·영업이익의 현재 비중과 추이가 맨 먼저 나온다. 박 대표는 "이 지표와 주가 흐름만 비교해봐도 어떤 사업 부문이 주가 변동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지, 어떤 산업 업황에 더 주의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익이나 자본총계 같은 재무정보, 영업이익률이나 매출성장률 등 재무·펀더멘탈 정보도 수년 치를 그래프로 제공한다. PBR(주가순자산비율), PSR(주가매출액비율), PER(주가수익비율) 같은 주가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도 제공된다. 모든 정보는 그래프로 제공돼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업이 성장세인지 정체 상태인지, 혹은 주가가 고평가·저평가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전자공시에 접속해 사업보고서를 하나하나 열어보면 숫자가 나오긴 하지만, 그걸로 흐름을 파악하긴 어렵다"며 "특히 언론에 잘 나오지 않는 중소형주나 사업보고서를 읽기 어려운 미국기업들의 경우 기업정보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 나오면서 투자한계 느껴…마케팅 없이 MAU 2.5만"


그로잉랩 개요/그래픽=윤선정
그로잉랩 개요/그래픽=윤선정
버틀러의 주 사용층은 이른바 '주린이'를 탈출하는 단계의 개인투자자들이다. 박 대표는 "이제 막 주식매매를 시작한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버틀러가 제공하는 기업정보에 큰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기업을 분석해서 가치투자를 해보려는 투자자들에게는 버틀러가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틀러가 탄생한 것도 박 대표가 개인 투자를 하는 데 필요해서였다. 박 대표는 이전까지 금융기관에서 트레이더, 펀드매니저 등으로 활동하며 블룸버그, FN가이드 같은 기관투자자용 기업정보 분석 플랫폼을 활용했다. 그러나 회사를 나오자 이같은 플랫폼을 더이상 쓸 수 없어 투자가 쉽지 않았다. 개인 입장에서 월 최대 수백만원에 달하는 기관투자자용 플랫폼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NHN 개발자 출신이던 박 대표는 직접 기업정보 분석 플랫폼을 개발해보기로 한다. 특히 데이터 수집·가공도 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해 운영비용을 최소화했다. 버틀러를 기관투자자용 플랫폼처럼 높은 가격으로 제공할 수는 없어서다. 박 대표는 "산업별로 다른 기업의 사업보고서에서 핵심 정보를 찾아 해석·가공하는 맵핑에는 노하우가 있다"며 "이를 통해 버틀러만의 독점 데이터베이스(DB)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버틀러는 홍보·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오픈 2년6개월 만에 가입자 6만여명을 확보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만5000명이다. 최근에는 버틀러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식투자 유튜버들도 등장했다. 금융업계도 관심을 보인다. NH농협은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NH투자증권 사용자들이 버틀러를 활용해 투자한 기업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도록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도 기업정보 분석하는 가치투자시대 꿈꾼다"


박정재 그로잉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정재 그로잉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창업 초기에는 박 대표조차 버틀러가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박 대표는 "투자업계에는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정보에 관심이 없다는 편견이 있다"며 "그러나 많은 개인투자자가 기업정보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정보를 분석·제공해주는 도구가 없었던 것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버틀러에 사용자가 늘면서 최근에는 일종의 '사명감'도 생겼다. 버틀러로 기업정보 분석이 쉬워지면, 도박처럼 묻지마 투자를 하거나 정보가 없어 불법 리딩방에 관심을 가지는 개인투자자들이 줄어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박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야 피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나중에는 우리 아이들이 버틀러를 통해 마음에 드는 기업을 고르고, 노후를 대비할 금융소득을 만드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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