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니스위크 2023] (종합) 원자력·방사선 분야 수출 활성화 논의
2030년대 약 20조원에 달할 글로벌 '방사선 시장'에 한국이 수출을 늘리려면 R&D(연구·개발)로 제품 경쟁력을 끊임없이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방사선 산업체가 수출길을 넓히려면 정부와 유관기관이 국제 워크숍 등을 개최해 해외 구매자와 만남을 주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학재 아라레연구소 대표는 24일 '그린비즈니스위크(GBW) 2023' 부대 행사로 열린 '원자력·방사선 분야 수출 활성화 토론회'에서 수출 확대 전략으로 R&D를 꼽았다. 이 토론회는 정홍화 한국원자력협력재단 정책기획실장을 좌장으로 이학재 대표, 도광호 KG트레이딩(KG Trading) 대표, 지영용 한국원자력연구원 환경안전기술연구부장, 남완현 윈윈코리아 대표이사, 남요식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사업본부장이 참여했다.
이학재 대표는 "중국 저가형 제품과 차별화를 두려면 첨단의료기기로 가야 한다"며 "결국 방사선 기업이 지속적인 R&D를 통해 해외에 경쟁력있게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영세한 기업이 많기 때문에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산업체가 필요한 기술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R&D 지원이 안정화하고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남완현 대표도 중국 방사선 기업이 한국 기술을 베껴 중저가형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다면서 '기술 차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방사선 기술에 대한 인증제도 혁신도 필요하다고 했다. 남 대표는 "인증 장벽이 높다보니 시간과 비용이 정말 많이 든다"며 "정부에서 관련 사업을 통해 인증을 지원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영용 원자력연 부장은 "수출을 추진하기 전 타국의 수요 파악이 어려웠다"며 "기업체가 해외의 수요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제워크숍 등 네트워크 자리를 마련해주면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도광호 대표는 "국제 워크숍 등 오프라인 활동에 더해 최근 온라인 B2B(기업간거래) 플랫폼을 활용해 해외 구매자들과 소통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홍화 원자력협력재단 실장과 남요식 원전수출산업협회 사업본부장은 현재 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으로는 외국 입찰정보를 모아 기업체에 제공하는 제도 등이 소개됐다.
글로벌 방사선 치료 시장 20조…"높은 진입장벽 타계할 지원 필요"
이날 토론회에 앞서 도광호 KG트레이딩 대표와 지영용 원자력연 부장이 원자력·방사선 기업 수출전략을 발표했다.
도 대표는 "전세계 방사선 시장은 연평균 8%씩 증가해 2032년에는 약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기술 개발, 재료 생산, 해외 시장 개척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방사선이라는 단일분야 시장임을 고려하면 20조원은 적지 않은 수치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방사선 치료 시장은 72억5000만달러로 추산된다. 연평균 8% 증가해 2032년 148억 9000만달러(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 대표는 "고령화와 암 환자가 늘어나면서 방사선 시장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방사선 치료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치료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은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 대표는 국내 방사선 기업들은 수출 활성화에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전략 인식 부족 △인증 절차 및 비용의 어려움으로 단순 판매 접근 시도 △무역마케팅 이행의 어려움 △해외바이어 발굴의 어려움 △기업 내 무역 전문가(담당자) 부재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역과 국가별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도 대표는 "글로벌 방사선 치료 시장은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며 "글로벌 방사선 치료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양질의 정보를 교류하고 협업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시장의 선제적인 진출을 강조했다. 도 대표는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수출 상위 지역은 1위가 러시아, 2위 미국, 3위가 영국"이라며 "러시아는 글로벌 의료용 기기 유망 시장 12위로, 2위인 미국보다 시장규모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방사선 기업의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역실무 교육 강화 △온오프라인을 활용한 해외시장 진출 지원 강화 △정부지원 제도의 적극적 활용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도 대표는 "인공지능(AI)나 빅데이터 기반으로 발전된 해외 시장조사를 통해 세심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며 "방사선 수출 관련 인재 양성, 전자상거래를 활용한 수출전략 모색, 수출 의지가 높은 업체를 선발한 맞춤형 지원 제도 강화 등 지원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K-방사능 측정장비, 태국·중국·카타르 시장 뚫었다…수출성과 10억
지영용 부장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환경 방사선 측정'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경험에 따른 원자력시설 안전 강화 요구, 방사능 유출과 테러 등 안보위협 증가 등으로 시장이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 부장은 "현재 원자력연이 개발한 방사능 측정장비는 무인기에도 들어가고 백팩 등에 넣어 활용할 수 있다"며 "사고가 났을 때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측정장비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연은 고분해능 섬광검출기 기반 방사능 측정장비를 개발했다. 방사능 이동측정장비에는 GPS(위성항법시스템), 블루투스 인터페이스 등이 들어갔다. 또 항공탐사장비에는 레이저 고도계, 신호증폭기 등을 넣어 기술을 차별화했다.
원자력연은 방사선기업 에스아이디텍션과 협업해 '다목적 환경방사선탐사시스템(MARK-M1)'을 태국원자력청(OAP)에 수출했다. 또 이동형 방사선탐사장비(MARK-B series)를 통해 태국을 비롯해 중국 카타르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까지 수출성과는 10억원을 초과했다.
지 부장은 "현재 일본과도 활발한 기술 교류를 진행 중"이라며 "대표적으로 후쿠시마 원전 주변 방사성오염지역을 측정해 일본 측과 실험 데이터를 비교했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 기자 사진 남미래 기자 future@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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