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만 잘하면 미국서 성공?...실리콘밸리 28년차 멘토의 조언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3.10.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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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용 그렙 미국 지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달램 오픈 코칭'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3가지를 주제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사진=헤세드릿지 제공
한기용 그렙 미국 지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달램 오픈 코칭'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3가지를 주제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사진=헤세드릿지 제공
"미국에서 영업만 잘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다. 개발팀은 한국에 두고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미국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

개발자 성장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그렙(Grepp)'의 미국 지사에서 근무하는 한기용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열린 '달램 오픈 코칭'에서 "현지에서 고객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페인포인트를 파악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기용 CTO는 개발업계에서 '전설'로 불리는 유명 인사다. 1995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시작해 야후(Yahoo)·유데미(Udemy)를 비롯한 수십 개의 기업에서 개발을 주도하며 30년 가까이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활약했다.

2016년부터는 개인 투자에 나서 현재 10곳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B2B 웰니스 복지 서비스 '달램' 운영사 헤세드릿지의 경우 주주를 넘어 달램 서비스 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경력으로 인해 그는 주변에서 멘토로 초대되는 일이 빈번하다.

2일 이번 오픈 코칭을 주최한 헤세드릿지에 따르면 한 CTO는 행사에 참여한 스타트업 창업자와 현직자 등 50여명 앞에서 △미국 진출 △스타트업 성장통과 인재 영입 △건설적인 피드백 방법 등 창업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3가지를 주제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美 진출, 대규모 투자 아닌 긴 호흡으로 진행"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그는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과 관련해 "영업은 곧 브랜드 파워로 결정된다. 미국에서는 한국에서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할 수 없다"며 "결국 미국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낫다. 한국에서 쓰던 프로덕트를 미국에 가져가면 미국 고객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블라인드의 경우 미국 앱은 사용자 환경(UI)과 용도 모두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 한국은 주로 회사 뒷담화를 위해, 미국은 이직하고 싶은 회사의 정보를 알기 위한 '구직 툴'로 쓰는 경향이 짙다. 이처럼 프로덕트의 방향성을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CTO는 "대규모 투자로 시작하지 않고 오래 할 생각으로 작게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부분 2~3년 만에 성과를 내기 위해 크게 시작하지만 돈만 쏟아붓고 성과를 보지 못해 중단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긴 호흡으로 진행해야 한다. 현실은 성공하는 데까지 최소 7년 이상 요구된다"며 "미국 진출이 힘든 또 한 가지 이유는 직원 인건비다. 우리나라의 3배 이상이고 의료보험도 가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성장통 극복의 핵심은 '사람'



/사진=헤세드릿지 제공
/사진=헤세드릿지 제공
한 CTO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며 겪게 되는 성장통에 대해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고통이다. 하지만 성장통이 찾아왔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이겨내면 스케일업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기업 출신 인재를 영입하는 것에 대해선 "대기업 출신들은 스타트업에서 잘 버티지 못할 수 있다. 큰 회사는 프로세스가 있어서 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반면 작은 스타트업은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온갖 결정에 다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CTO는 유데미 시절 구글 프로덕트 VP(Vice President, 부사장) 출신을 뽑은 적 있는데 11개월 만에 나갔다고 한다. 구글은 체계화된 프로세스가 있었지만 유데미에는 없어서 매우 힘들어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통을 극복하는 방법의 핵심에 '사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기꾼 증후군'과 조직 내 텃세를 경계하고, 기존 멤버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아서 온보딩 90일을 사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CTO는 "조직이 커지면서 팀빌딩에 초기 멤버들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초기 멤버들의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사람을 새로 뽑게 되면 그들은 '나보다 뛰어난 사람' 보다 '내가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 이것이 사기꾼 증후군"이라고 했다.

이어 "이 경우 인재 밀도는 낮아지고 성장은 멈춘다. 이때 성장통이 시작된다"며 "사기꾼 증후군을 극복해야 성장통을 극복할 수 있다. 이는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는 것'과 '신규 멤버의 첫 90일을 활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온보딩 90일'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을 뽑을 때 첫 90일 동안 그 사람이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에 집중해야 한다. 90일 동안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회사 입장에서 중요하다. 이것이 온보딩"이라고 말했다.

한 CTO는 "종종 우선순위를 따지지 않고 모든 것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 주니어가 알아서 일을 잘 하는 경우는 없다. 우선순위를 정해줘야 한다"며 "회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묻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되물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싫은 소리 잘하는 피드백 방법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한 CTO는 리더의 입장에서 직원들에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방법도 조언했다. 그는 "좋은 피드백은 팀원들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신뢰가 없으면 피드백은 공격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가 있다면 합의를 만들 수 있고 팀원들이 합의에 참여한다면 동의하지 않더라도 결정된 방향을 따라갈 수 있다. 신뢰가 없다면 무서워서 말을 아끼게 되고, 서로 책임지지도 않게 된다. 결과는 파국을 맞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피드백은 반드시 대면을 통해 일대일로 해야 한다. 권위가 떨어질까봐 자신의 실수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내가 실수했을 경우 잘못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신뢰의 기반이 된다. 피드백 주기 전 내가 실수한 게 없었는지 먼저 확인해본다. 공은 팀원들에게 돌리고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 내가 먼저 잘못한 걸 얘기해야 상대방과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CTO는 피드백을 주기 전 고려할 3가지 순서를 제시했다. 그는 "피드백의 핵심이 무엇인지 명확히 메시지를 정리한다. 지금 주는 것이 맞는지, 그게 아니라면 넘어갈 줄 알아야 한다. 또 감정을 섞지 말고 일에 대해서만 건설적인 피드백을 줘야 한다"고 했다.

특히 '샌드위치 피드백'을 기억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긍정적 피드백 사이에 부정적인 피드백을 넣는 것이 샌드위치 피드백"이라며 "긍정적 피드백(칭찬)과 부정적 피드백(진짜 하고싶은 말), 긍정적 피드백(안심하는 말) 순서로 피드백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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