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현대차는 '에어컨 악취' 없네…비결은 열일하는 미생물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3.09.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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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사내벤처 엠바이옴 신기술…윤기영 대표 "미생물 산업계 활용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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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영 엠바이옴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윤기영 엠바이옴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매년 여름만 되면 늘어나는 검색 키워드가 있다. '에어컨 냄새'다. 주원인은 에어컨 증발기 속 미생물이다. 온도가 낮은 증발기 특성상 습기가 맺히면서 미생물이 서식하게 되고, 이 미생물들이 쿰쿰한 냄새를 발생시킨다.

해결책은 에어컨 끌 때마다 송풍으로 증발기를 건조시켜 미생물이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에어컨은 이게 쉽지 않다. 송풍을 위해 도착한 뒤 차에 앉아 5~10분 공회전을 시킬 수는 없어서다. 에어컨 증발기를 화학물질로 코팅해 미생물을 차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인체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차 사내벤처 스타트업 엠바이옴은 미생물을 활용해 악취 해결에 나섰다. 악취를 제거하는 미생물들을 에어컨 증발기에 코팅하는 '에코코팅'기술을 개발하면서다. 시간을 들여 송풍할 필요도 없고 화학물질이 가져올 만약의 위험도 없다. 치석과 같은 단단한 코팅이어서 지속 기간도 반영구적이다.


"미생물로 악취 없애는 친환경 기술…현대차 신차 적용"


엠바이옴의 에코코팅이 적용된 신형 코나/ 사진=현대차
엠바이옴의 에코코팅이 적용된 신형 코나/ 사진=현대차
윤기영 엠바이옴 대표는 "미생물도 하나의 생물이기 때문에 대사 작용을 하는데,어떤 미생물은 악취가 나는 가스를 발생시키고 어떤 미생물은 오히려 악취를 흡수한다"며 "이 원리를 활용해 악취를 흡수하는 미생물을 냄새 제거에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생물에 의한 환경정화(Bioremediation)'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악취뿐 아니라 휘발성 유기화합물, 메탄 등의 오염물질까지 제거한다. 윤 대표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냄새나 오염된 공기까지 제거할 수 있어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쾌적한 실내 공기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성도 확인했다. 현대차 분사 전 해당 기술을 개발해 인도 전략 차종 일부에 이를 적용하면서다. 인도는 덥고 습한 기후로 차량과 에어컨 냄새 제거 관련 기술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소비자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분사 이후에도 현대차 (215,500원 ▼3,000 -1.37%)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에코코팅 적용 확대를 논의해왔다. 그 결과 올해 코나를 시작으로 향후 출시할 모든 신차에 에코코팅을 적용하기로 했다. 윤 대표는 "올해 출시한 코나를 시작으로 앞으로 출시되는 신차에는 모두 엠바이옴의 에코코팅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미생물 4000종 냄새 맡아가며 개발…분사 직후엔 코로나 직격탄도"


윤 대표와 사내벤처팀원들은 에코코팅 기술 개발을 위해 직접 미생물 4000여종의 냄새를 모두 맡았다. 악취를 발생시키는 미생물, 악취를 흡수하는 미생물 등 개별 미생물들의 성질을 모두 구분하기 위해서다. 윤 대표는 "이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비슷한 기술을 또 개발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경쟁사가 없는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짜 난관은 분사한 후 맞닥뜨렸다. 마침 창업 시점이 2019년이어서다. 창업하자마자 코로나19가 세계를 뒤덮었고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급감했다. 에코코팅을 확대 적용하기는커녕 이미 적용해 온 인도 현대차 공장의 생산마저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윤 대표는 생존을 위해 본업과 관계없는 온라인 유통업까지 했다. 역설적으로 매출은 이때 정점을 찍는다. 그러나 연구개발(R&D)는 더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이러려고 창업을 한 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에 윤 대표는 2021년부터 매출이 줄더라도 나머지 사업을 정리하기로 한다. 힘든 결정이었지만 그 결과 올해 현대차 납품이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연내 '미생물 데이터플랫폼' 구축…산업계 미생물 전도사 나선다"


엠바이옴은 다른 완성차 제조사나 가전기업 등을 대상으로 에코코딩 영업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올해부터 신사업의 일환으로 '미생물 데이터 플랫폼'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윤 대표는 "제가 4000여종의 냄새를 하나하나 맡았던 것처럼 하지 않고, 스마트하게 미생물의 특성을 조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개방형으로 플랫폼을 구축해 누구든 미생물을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친환경·에너지 관련 산업에 활용하도록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윤 대표에 따르면 미생물들을 조합하면 탄소를 흡수하거나 수소생산에 필요한 암모니아를 배출시키는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 윤 대표는 엠바이옴 뿐 아니라 다른 기업체들도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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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조그만 에어컨 증발기에만 미생물 4000여종이 사는데, 우리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살겠냐"며 "그 미생물들이 가진 각각의 성질을 알고 플랫폼을 통해 조합해 볼 수 있다면 주변의 수많은 화학 소재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코코팅을 시작으로 산업계 다양한 곳에 미생물이 많이 활용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윤기영 엠바이옴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윤기영 엠바이옴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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