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ChatGPT)와 같은 생성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AI가 단 몇 초 만에 소설을 완성하고 미술작품을 그려주는 시대가 됐다.
모바일 혁명을 주도한 아이폰 이상의 파급력으로 전 세계 IT 생태계를 뒤바꿔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인류 삶의 양식도 생성 AI 기술과 맞물려 새로운 진보의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만능 AI'를 앞둔 시대에서도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잡지를 출간하며 기업 브랜딩을 하는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간편한 디지털 콘텐츠 대신 '종이 냄새'를 담아 굳이 번거로운 잡지를 만드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4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브랜드 커머스 기업 블랭크코퍼레이션 비상장은 최근 오프라인 매거진 '툴즈(TOOLS)' 2호를 발간했다.
2016년 설립된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콘텐츠 기반 커머스 기업 블랭크TV로 시작해 현재 D2C(Direct to Consumer, 소비자직접판매) 방식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적인 히트상품은 '마약 베개(현 딥슬립)'가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텔롯데와 네이버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으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SI)도 받았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디즈니 캐릭터 등 IP(지식재산권) 기반 사업을 본격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뛰어난 브랜딩과 상품 기획력을 보여준 이 회사가,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잡지를 새로운 브랜딩 채널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툴즈를 창간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믿고 거르는 SNS 상품' 한계 극복한다
블랭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영상 콘텐츠에 강점을 가졌지만 영상이 아닌 매거진 형태로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며 "영상은 정보를 전달하기에 매우 효율적인 도구지만 반대로 너무 쉽게 정보를 받아들여 수동적으로 사고하게 한다"고 했다.
이어 "상품의 강점을 압축해 짧은 시간에 보여줘야 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 콘텐츠의 특성상 공들여 만든 콘텐츠임에도 매우 빠르게 소비하는 형태로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일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기획 끝에 탄생한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저품질의 카피 제품들이 범람하고 'SNS 아이템'이라는 인식 등 품질에 대한 불신이 생겨 블랭크코퍼레이션도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주력으로 해온 미디어 커머스는 경쟁 업체가 늘고 유사한 기획 상품이 급증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믿고 거르는 SNS 상품'이라며 외면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블랭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우리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상품을 기획하고 만드는지, 인스턴트로 휘발되는 콘텐츠가 아닌 사람들에게 천천히 더 오래 기억되고 소비되는 콘텐츠를 통한 브랜딩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종이는 아날로그이자 사라지지 않는 콘텐츠"라며 "디지털 기반의 브랜드를 만들지만 그 이면에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깊은 고찰과 끊임없는 고민이 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하나의 상품과 브랜드가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일상 필수품 선정, '도구란 무엇인가' 성찰 툴즈는 일상 필수품 중 한 가지를 주제로 선정해 집중 조명한다. 도구가 지닌 서사를 다양한 방식과 이야기로 탐구하고 도구의 본질을 새로운 관점으로 깊이 성찰한다. 각 호마다 선정된 도구의 기원부터 브랜드, 화보, 예술적 관점 등 다채로운 시각을 담는다.
2021년 1월 발간된 창간호의 주제는 '비누', 최근 발간된 2호의 주제는 '수저'다. 비누가 인간 생존과 안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준 도구였다면, 수저는 의식주 중 인간 식문화의 중심이자 동서양을 아울러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다.
툴즈 2호에는 숟가락의 역사와 변천사, 식문화의 관점과 문화적인 접근, 도구를 사용하고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산업과 디자인 관점에서의 숟가락 등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깊이 있고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툴즈의 주제는 '도구란 무엇인가'라는 성찰을 바탕으로 해당 도구의 △기여도 △아름다움 △필수 불가결성 △활동성 등 4가지를 기준으로 선정된다.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고 아름다우면서도 인간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후보에 오른다.
블랭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상품과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회사의 철학이 휘발되지 않는 종이 잡지로 연결됐다"며 "내부적인 상황으로 2호 발행이 늦어졌으나 반드시 발행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라이프스타일 고민하는 회사의 가치 전달할 것"
툴즈 1호와 2호 모두 한정판 에디션을 함께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창간호 한정판(300부)은 비누의 역할을 형상화한 북 패키지에 욕실 제품 전문 브랜드 '한아조'와 제작한 프리미엄 비누가 포함돼 언박싱(Unboxing)하는 재미를 더했다.
2호 한정판(200부)은 특별 제작한 다회용(non-disposable) 수저가 함께 구성됐다.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된 수저 제작은 일회성 사용이 아닌 지속적인 사용에서 오는 기쁨과 함께 건강함의 의미를 부여했다.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의 대표는 "툴즈는 일상에서 습관처럼 사용하는 도구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즐거움을 전하는 매개체"라며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는 회사의 가치를 전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이롭게 하는 여러 도구를 만들어온 것처럼 툴즈라는 매거진을 통해 독자들의 삶이 보다 깊이 있고 풍성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모바일 혁명을 주도한 아이폰 이상의 파급력으로 전 세계 IT 생태계를 뒤바꿔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인류 삶의 양식도 생성 AI 기술과 맞물려 새로운 진보의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만능 AI'를 앞둔 시대에서도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잡지를 출간하며 기업 브랜딩을 하는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간편한 디지털 콘텐츠 대신 '종이 냄새'를 담아 굳이 번거로운 잡지를 만드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4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브랜드 커머스 기업 블랭크코퍼레이션 비상장은 최근 오프라인 매거진 '툴즈(TOOLS)' 2호를 발간했다.
2016년 설립된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콘텐츠 기반 커머스 기업 블랭크TV로 시작해 현재 D2C(Direct to Consumer, 소비자직접판매) 방식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적인 히트상품은 '마약 베개(현 딥슬립)'가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텔롯데와 네이버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으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SI)도 받았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디즈니 캐릭터 등 IP(지식재산권) 기반 사업을 본격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뛰어난 브랜딩과 상품 기획력을 보여준 이 회사가,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잡지를 새로운 브랜딩 채널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툴즈를 창간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믿고 거르는 SNS 상품' 한계 극복한다
블랭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영상 콘텐츠에 강점을 가졌지만 영상이 아닌 매거진 형태로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며 "영상은 정보를 전달하기에 매우 효율적인 도구지만 반대로 너무 쉽게 정보를 받아들여 수동적으로 사고하게 한다"고 했다.
이어 "상품의 강점을 압축해 짧은 시간에 보여줘야 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 콘텐츠의 특성상 공들여 만든 콘텐츠임에도 매우 빠르게 소비하는 형태로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일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기획 끝에 탄생한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저품질의 카피 제품들이 범람하고 'SNS 아이템'이라는 인식 등 품질에 대한 불신이 생겨 블랭크코퍼레이션도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주력으로 해온 미디어 커머스는 경쟁 업체가 늘고 유사한 기획 상품이 급증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믿고 거르는 SNS 상품'이라며 외면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블랭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우리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상품을 기획하고 만드는지, 인스턴트로 휘발되는 콘텐츠가 아닌 사람들에게 천천히 더 오래 기억되고 소비되는 콘텐츠를 통한 브랜딩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종이는 아날로그이자 사라지지 않는 콘텐츠"라며 "디지털 기반의 브랜드를 만들지만 그 이면에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깊은 고찰과 끊임없는 고민이 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하나의 상품과 브랜드가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일상 필수품 선정, '도구란 무엇인가' 성찰 툴즈는 일상 필수품 중 한 가지를 주제로 선정해 집중 조명한다. 도구가 지닌 서사를 다양한 방식과 이야기로 탐구하고 도구의 본질을 새로운 관점으로 깊이 성찰한다. 각 호마다 선정된 도구의 기원부터 브랜드, 화보, 예술적 관점 등 다채로운 시각을 담는다.
2021년 1월 발간된 창간호의 주제는 '비누', 최근 발간된 2호의 주제는 '수저'다. 비누가 인간 생존과 안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준 도구였다면, 수저는 의식주 중 인간 식문화의 중심이자 동서양을 아울러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다.
툴즈 2호에는 숟가락의 역사와 변천사, 식문화의 관점과 문화적인 접근, 도구를 사용하고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산업과 디자인 관점에서의 숟가락 등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깊이 있고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툴즈의 주제는 '도구란 무엇인가'라는 성찰을 바탕으로 해당 도구의 △기여도 △아름다움 △필수 불가결성 △활동성 등 4가지를 기준으로 선정된다.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고 아름다우면서도 인간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후보에 오른다.
블랭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상품과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회사의 철학이 휘발되지 않는 종이 잡지로 연결됐다"며 "내부적인 상황으로 2호 발행이 늦어졌으나 반드시 발행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라이프스타일 고민하는 회사의 가치 전달할 것"
툴즈 1호와 2호 모두 한정판 에디션을 함께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창간호 한정판(300부)은 비누의 역할을 형상화한 북 패키지에 욕실 제품 전문 브랜드 '한아조'와 제작한 프리미엄 비누가 포함돼 언박싱(Unboxing)하는 재미를 더했다.
2호 한정판(200부)은 특별 제작한 다회용(non-disposable) 수저가 함께 구성됐다.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된 수저 제작은 일회성 사용이 아닌 지속적인 사용에서 오는 기쁨과 함께 건강함의 의미를 부여했다.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의 대표는 "툴즈는 일상에서 습관처럼 사용하는 도구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즐거움을 전하는 매개체"라며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는 회사의 가치를 전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이롭게 하는 여러 도구를 만들어온 것처럼 툴즈라는 매거진을 통해 독자들의 삶이 보다 깊이 있고 풍성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블랭크코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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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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