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 권고사직' 오늘회, 120억 투자받고도 1년 만에 위기 왜?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2.09.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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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오늘식탁이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며 서비스를 중단했다. 자금난과 핵심 인력 이탈이 심화하면서 현재로선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2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김재현 오늘식탁 대표는 지난달 31일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으며, 지난 1일에는 주주 간담회를 열고 현재 직면한 자금난에 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설립된 오늘식탁은 지난 4월까지의 누적 매출액이 131억4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이 밀리기 시작했고 지난 6월부터는 협력사 대급 지급이 중단되며 내부적으로는 부실이 커졌다.

리더십·조직문화 분야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최효석 서울비즈니스스쿨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식탁이 지금의 위기를 맞게 된 4가지 요인으로 △팬덤 커뮤니티 형성 실패 △취약한 수익모델 △퀄리티 컨트롤(QC) 실패 △신뢰 관리 실패를 꼽았다.

최효석 서울비즈니스스쿨 대표
최효석 서울비즈니스스쿨 대표
최효석 대표는 "플랫폼 비즈니스에는 공식이 있다. 컨텐츠-커뮤니티-커머스 순서로 성장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정보성 컨텐츠를 통해 유저를 모으고 커뮤니티를 통해 잠재 고객의 충성도와 마켓을 확보한 뒤 커머스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야놀자(모텔 커뮤니티), 오늘의집(인테리어), 무신사(신발카페) 등이 모두 이런 공식으로 성장한 케이스"라며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커머스로 시작한 만큼 지지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익모델에 대해선 "중요한 포인트는 중개모델을 판매모델로 바꾸는 것"이라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중간에 수수료만 받는 모델로는 수익성이 너무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는 중개모델로 시작하지만 볼륨이 생기면 판매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공식이다. 수익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넷플릭스는 OTT 초창기에 기존 제품의 라이센스를 사서 중개했지만 지금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대형마트의 PB상품 개발, 야놀자의 자체 숙박시설 등을 언급하며 "해당 버티컬 영역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직접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중개와 유통 비즈니스가 판매 서비스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공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식탁은 계열확장으로 퀄리티 컨트롤에 실패했다"며 "오늘회로 검색해보면 부정적 리뷰가 매우 많다. 배송에 대한 것도 있지만 식품의 품질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공급업체 관리·검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볼륨을 키우겠다는 생각에 카테고리안에 가능한 많은 업체들을 입점시키는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불만족 고객 한 명이 만족 고객 수십명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아직 초기 단계에서는 가장 자신 있는 영역에서 검증되고 통제 가능한 공급업체와 니치 마켓에서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진단했다.

최 대표는 "끝으로 신뢰를 관리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12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적자가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자금 소진을 다 했다는 것은, 모르고 했으면 경영능력이 없는 것이고 알고 했으면 배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300여개 거래처에 40억원의 정산을 못해주고 있다고 하는데 애초에 그 재무 데드라인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했다는 것도 상식 밖"이라며 "업체에 나가야 할 돈은 별도 계정으로 관리해야만 하는데 그 돈을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요청했다고 하니 어떤 직원이 회사를 믿을 수 있겠는가. 투자자, 파트너사, 직원 모두에게 신뢰를 유지하는데 실패했다"며 "오늘회 사례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반면교사 삼을 중요한 포인트들이 모두 담겨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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