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 규제에 갇힌 K-AI] ④ 대선주자들 AI 공약 보니
[편집자주] IT강국이었던 대한민국이 AI주변국으로 밀려났다. IT강국을 이끌던 플랫폼 기업들은 하나둘 글로벌 빅테크에 안방자리를 내준다. 위기다. 지금은 규제보다 산업 진흥에 나서야 할 때다. AI 성숙도 2군 국가에서 강국으로 다시 올라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짚어본다.

23일 정치권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100조원을 투자해 국가 AI 데이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겠다고 했다. 한국형 챗GPT를 개발해 무료로 제공하고 'AI 기본사회'를 만들어 금융·건강·식량·재난 리스크를 분석해 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예비후보도 질세라 200조원 투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 예비후보는 AI 인프라에 5년간 150조원을 투자하고 응용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AI 교육을 전면 개편하고 미래전략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형 AI 모델을 만들겠다는 김경수 민주당 예비후보는 민관 공동으로 100조원을 투자해 한국형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산업형 특화 AI 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5대 첨단 기술 분야 전략기금 50조원을 조성하고 조세 부담률을 17%에서 22%로 바꾸는 등 전면 개편하겠다고도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대통령 직속 AI 기구를 운영하고 최첨단 GPU를 5만개 확보하겠다고 했다. 반도체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통합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가 인프라 대학연구소를 스타트업에 개방하겠다고도 말했다. IT 전문가인 안철수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GDP의 5%로 하고 과학기술 핵심인재 10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했다. K-스타트업 펀드로 20조원을 조성하겠다고도 했다.
예비후보들의 공약은 공통적으로 그동안 AI 분야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4월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분야의 비전과 전략을 담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같은 해 9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위원회 활동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정부는 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확용해 GPU 확보 및 자체 AI 모델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정부의 AI 분야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중국이 향후 6년간 약 200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고 미국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로 약 73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그동안 AI 경쟁에서 뒤쳐저 있던 EU(유럽연합)조차도 AI 기가 팩토리 사업으로 약 3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 정책이 단순히 투자 계획에만 머물러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AI 산업은 IT 산업이나 여러 산업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기존 산업과의 시너지를 낼까 고민해야 한다"며 "AI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정책 내지 전략을 짤 때부터 현재의 기술과 어떻게 응용·병행할 수 있을지를 실용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도 "AI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 총액을 늘리는 것도 기술 격차를 줄인다는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서비스단에서 AX(AI 전환)를 위한 에이전트 기반 서비스 개발도 중요하다"며 "커머스나 뱅킹 등 서비스별 AI 에이전트는 여전히 선점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AI 3위 그룹인 프랑스, 영국, EU, 인도는 물론 한 단계 후순위에 있는 중동 국가들도 수십조 단위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예비후보들의 투자 의지는 매우 의미가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빠르게 준비하는 것이다. 미국, 영국이 했던 것처럼 정부 시작과 동시에 관련 계획을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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