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100만명인데 中企 인력난...포항공대 창업자들 채용판 바꾼다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2.08.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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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박중우 디플에이치알 대표 인터뷰
"생산·기능직 전문 플랫폼...中企 일자리 미스매칭도 해결될 것"

박중우 고초대졸닷컴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박중우 고초대졸닷컴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사실 인재채용에 적합성·속도가 제일 중요한 분야가 생산·기능직이에요. 결원이 기업 생산성에 직결되니까요. 그런데 이 시장은 여전히 속도가 느리고 매칭이 잘 이뤄지지 않아요"

공개채용 폐지를 시작으로 직무·경력별 특화 채용플랫폼이 탄생하는 등 채용시장이 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는 채용 분야가 있다. 생산·기능직 채용 분야다. 박 대표를 포함한 포항공과대학교 4명의 재학생은 여전히 일반적인 채용공고 게시와 구직자들의 응시로 구성된 생산·기능직 채용시장 구조를 효율화하겠다며 디플에이치알을 창업하고 생산·기능직 전용 채용 플랫폼 '고초대졸닷컴'을 출시했다.

이른바 '명문대'인 포항공대생들이 생산·기능직 채용시장을 알겠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디플에이치알은 출범 1년여만에 보란듯이 월간활성사용자수(MAU) 5만, 회원수 1만6000여명을 기록하며 시장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생산·기능직 특화 플랫폼…평가항목·정보로 효율성 승부"


박중우 디플에이치알 대표는 "기존의 1세대 공고형 채용 플랫폼들은 모든 회사와 직무를 포괄하고 있어 사람들이 무수히 몰리지만, 정작 '유효타겟률'은 낮다"고 평가했다. 트래픽은 높지만 정작 채용공고가 적합한 구직자에게 닿거나, 구직자들이 원하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채용속도 저하로도 이어진다.

박 대표는 "생산·기능직종은 직원 한 명 한 명이 기업 생산량과 직결돼 채용의 적합성·속도가 중요하다"며 "채용 구조 변화가 가장 필요한 분야지만 오히려 가장 더딘 분야"라고 말했다.

고초대졸닷컴은 생산·기능직으로 범위를 한정하면서 기업과 구직자들을 모았다. 플랫폼 이름부터 고등학교 및 초급대학(전문대학) 졸업자를 위한 채용플랫폼임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했다. 플랫폼 내 정보도 특화시켰다. 기업을 위해서는 직무 특성에 맞춰 어학점수, 대외활동 경력 등 대신 자격증, 고교내신, 출결사항 등으로 평가항목을 구성했고 구직자들을 위해서는 초봉, 복지, 기숙사·통근버스 여부 등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고초대졸닷컴에 올라온 한 기업정보 페이지. 구직자들을 위해 초봉, 복지, 기숙사·통근버스 여부 등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고초대졸닷컴 캡처
고초대졸닷컴에 올라온 한 기업정보 페이지. 구직자들을 위해 초봉, 복지, 기숙사·통근버스 여부 등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고초대졸닷컴 캡처


"커뮤니티 뒤져가며 정보 스크랩…4달 지나니 MAU 3만"


단순히 플랫폼을 연다고 기업·구직자가 몰릴 리는 없었다. 박 대표와 팀원들은 채용공고나 기업정보, 취업 커뮤니티 페이지를 띄워놓고 하나하나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온종일 커뮤니티 정보를 스크랩하고 볼만한 정보들은 우리 플랫폼에 올리는 일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특화 전략과 고생은 성과로 이어졌다. 생산·기능직 전용 플랫폼이 생겼고, 괜찮은 정보까지 있다는 입소문에 구직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서비스 출시 4달만에 고초대졸닷컴은 MAU가 3만명을 기록했다. 구직자들이 유입되자 이번엔 기업들이 찾아왔다.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표는 고초대졸닷컴의 성장 잠재력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디플에이치알이 워크넷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생산·기능직 구직자는 100만6000여명으로 전체 구직인원(329만7000여명)의 32.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합격 스펙 데이터 관리, 현직자 기업리뷰, 구직자와 현직자의 멘토링 매칭 등 부가서비스를 추가해 생산·기능직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항공대 출신이 모르는 시장?…'맨땅에 헤딩'해가며 고도화한 BM


그런데 생산·기능직 채용과는 관계가 없어보이는 포항공과대학 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플랫폼을 창업했을까? 박 대표는 "처음 만들려던 것은 생산·기능직만을 위한 채용 플랫폼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박 대표는 "미국의 유니콘 기업 핸드쉐이크처럼 기업과 학교를 연결해 대학생 구직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드려고 했다"며 "그러나 시장조사를 위해 기업 채용담당자 30여명과 인터뷰를 한 결과 국내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우연히 한 생산직 채용담당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생산·기능직 채용시장에 변화가 시급하다는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페인포인트(불편한 지점)를 찾고 시장조사로 확신을 얻자 박 대표와 디플에이치알 팀원들의 맨땅의 헤딩이 시작됐다. 박 대표는 "직접 생산·구직자 입장이 돼 취업카페나 오픈채팅방 수십개에 들어가고 300여명과 직접 인터뷰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일면식도 없는 30여명의 기업 채용담당자와 300여명의 구직자들과 인터뷰하면서 고초대졸닷컴이 탄생한다.


"中企 일자리 미스매칭, 정보부족서 비롯…문제 해결할 수 있다"


박중우 고초대졸닷컴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박중우 고초대졸닷컴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박 대표는 고초대졸닷컴이 앞으로 국내 채용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대표는 "정부는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 오지 않는 이유를 교육수준 대비 낮은 처우로만 생각하던데 사실 '기업 정보가 없어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처우나 복지, 근로형태 등 정보가 없으니 구직자들이 지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 박 대표는 "구직자들에게 회사의 비전, 처우 등을 알게된다면 중소기업이라도 취업할 것이냐고 물으면 98%가 그렇다고 답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뜬금없지만 이런 차원에서 숙박 플랫폼 야놀자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야놀자가 모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모텔도 갈 만 하다'는 인식을 쌓아줬고, 그렇지 않은 모텔들에는 참고할만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줬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고초대졸닷컴을 생산·기능직과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들과 적절한 매칭으로 채용시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중소기업, 생산·기능직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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