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홍반장' 투자혹한기 생존법 "위기는 기회, 내실 다져라"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2.08.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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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COO 4인방 좌담회]

[편집자주] 잇단 투자유치 무산에 대규모 인원 감축까지, 스타트업 업계는 한여름 때아닌 혹한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피부로 느끼는 이들이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대신해 사업 전술부터 기업 문화까지 두루 챙기는 최고운영책임자(COO)다. 머니투데이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유망 스타트업 COO 4인을 만나 '투자 혹한기, COO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아직 국내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COO 역할을 조명하고, 이들이 말하는 생존 전략을 들어봤다.
정보람(시계 방향으로) 아이디어스 COO, 노하현 자란다 COO, 이연주 청소연구소 COO, 김도아 마이리얼트립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보람(시계 방향으로) 아이디어스 COO, 노하현 자란다 COO, 이연주 청소연구소 COO, 김도아 마이리얼트립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근 스타트업 업계가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2000억~3000억원을 훌쩍 넘겼던 예비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비상장사)들의 몸값은 절반 가까이 꺾였고, 경쟁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섰던 스타트업 고용시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투자자들이 곳간 문을 걸어 잠궜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스타트업 투자 유치액은 757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4.7% 급감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경기가 반등하지 못한다면 투자침체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말 그대로 'Winter is coming'(겨울이 오고 있다), 투자 혹한기를 단단히 준비해야 할 때다.

유니콘팩토리는 김도아 마이리얼트립 최고운영책임자(COO), 노하현 자란다 COO, 이연주 청소연구소 COO, 정보람 아이디어스 COO 등 4인의 COO들로부터 최근 업계 동향과 앞으로 생존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19(COVID-19) 직격탄에도 살아남은 여행 플랫폼이다. 유아동 교육·돌봄 매칭 플랫폼 자란다는 가파른 성장세로 지난 4월 31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아이디어스는 국내 최초 핸드메이드 마켓플랫폼으로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스타트업이다. 청소연구소는 이직이 잦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지금까지 단 2명의 퇴직자만 있을 정도로 내부 결속력이 탄탄한 회사다.

정보람 아이디어스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보람 아이디어스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COO라는 직군 생소하다.

▶정보람 아이디어스 COO(이하 정보람)=COO는 사실 회사마다 역할이 다를 것 같다. 저 같은 경우는 크게 세가지를 맡고 있다. 하나는 좋은 작가를 영입해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일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맡고, 두번째로는 저희 서비스 정책에 관련한 모니터링하는 일을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희 플랫폼에 있는 다양한 브랜드 가치를 풀어낼 수 있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김도아 마이리얼트립 COO(이하 김도아)=말씀하신 것처럼 COO의 역할은 기업마다 굉장히 다르다. 저 같은 경우 CEO가 갖고 있는 비전을 현실화하고, 이를 스케일업하는 역할을 쭉 담당해왔다. 초기에는 어떤 팀의 팀장을 맡아 실제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풀어나갔다면 현재는 회사 내 리더를 양성하고, 계속 팀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노하현 자란다 COO(이하 노하현)=한 단어로 정리하면 '홍반장'이다. CEO, 구성원들이 원하는 모든 일을 해내는 역할이다. 자란다의 경우에도 개발팀을 제외한 모든 신생팀 신설에 관여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을 모집하는 지원팀을 만들고, 그 다음은 고객서비스(CS) 조직에 해당하는 고객경험팀을 만들었다. 이후에는 경원지원팀, 재무팀, 인사팀까지 거쳤다. 최근에는 사업팀도 세팅했다.

▶이연주 청소연구소 COO(이하 이연주)='팔방미인'이다. 사업 초기에는 기획자로서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서비스를 개시하니 고객센터가 필요해 고객상담 업무도 했다. 실제로 청소 서비스가 제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청소매니저로도 활동했다.

노하현 자란다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노하현 자란다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근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연주='겨울이 오고 있다' 라는 얘기는 최근에도 계속 들리고 있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투자 유치에 있어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잘 챙겨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외부 투자 분위기가 경색됐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외형을 막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매출 증대 등 실적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하현=최근 채용을 많이 진행하고 있는데 면접을 보면 직전 회사의 재정 악화로 이직을 하거나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분들이 크게 늘었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매각 제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시장이 많이 위축됐다는 걸 피부로 다시금 느낀다. 저희도 지난 4월 투자를 받았지만,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집행했던 비용들을 재점검하고, 인재 채용에 있어서도 '이 사람이 바로 실적을 낼 수 있까'라는 고민부터 하게 된다.

▶정보람=작은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고 있다는 얘기는 듣고 있다. 스타트업 초기 마케팅으로 성장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불과 6개월~1년 전만 해도 '돈이 가장 싼 자원'이라고 할 정도로 시중에 돈이 넘쳤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외형을 확장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고, 이제 본질적인 서비스와 상품 개발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 왔다.

김도아 마이리얼트립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도아 마이리얼트립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불안한 외부 환경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정보람=이 자리에 함께 한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모델(BM)이 이미 어느정도 안착됐다. 불안한 외부 환경에도 어느정도 대처할 수 있는 체력은 충분히 갖췄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격적인 마케팅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마케팅을 다 걷어내고 진짜 우리 '체급'이 어떤지 보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서비스 본질에 집중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김도아=사실 마이리얼트립은 현재 스타트업이 겪고 있는 위기를 이미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 시기 겪었다. 당시 회사의 현금 유동성이 경색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굉장히 많은 걸 느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코로나19 직전까지 매년 3배 넘게 성장하면서 놓친 시스템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교육을 진행하면서 내실 강화에 집중했다.

▶이연주=현재 상황을 내부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공유하고자 노력한다. 정보의 격차가 없어야 오해도 없고, 오해가 없어야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불필요한 걱정은 만들 필요가 없다.

이연주 청소연구소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연주 청소연구소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COO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김도아=소통이 중요하다. 코로나19가 터진 직후 회사 내 화두는 현금 유동성이었다. 이어지는 예약 취소에 현금은 빠르게 메마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선 남은 현금으로 가능한 생존기간을 추정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사실대로 공유했다. 이후 유연근무제 도입 등을 통해 생존기간을 늘렸다. 이후 구성원들은 다양한 서비스들을 내놨고, 여러 서비스를 시도한 끝에 제주여행이 히트를 쳤다. 결국 코로나19 직전까지 1% 수준이었던 제주여행 매출 비중은 80%까지 커졌다.

▶이연주=급박하게 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순발력이 중요하다. 고객과 대면해야 하는 청소 서비스 특성상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러나 상황에 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그때마다 연습했다. 그렇게 경험치가 쌓이다보니 내공도 쌓였다. 회사 규모가 10명, 50명, 100명 성장할 때마다 다른 COO 역할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보람=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민해야 되는 부분은 우선순위다.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은데 그 중에서 꼭 해야하는 것은 뭐고, 이것만큼 지켜야 되는 게 뭔지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상품·서비스 개발, 인재 채용, 조직 관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연주(왼쪽부터) 청소연구소 COO, 노하현 자란다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연주(왼쪽부터) 청소연구소 COO, 노하현 자란다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투자 혹한기 정부와 투자자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노하현=투자 시장이 어려워질수록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BM을 더 확실하게 세워가야 한다. 그러나 기존에 없었던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보니 간혹 제도나 법률로는 직접 적용이 어렵거나 해석이 모호한 부분에 봉착하는 경우가 있다. 스타트업들이 원활히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행정지원이나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연주=스타트업 입장에서 투자 혹한기에는 사업 확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전략이 필요하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시기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투자 정책을 만들어 유망 스타트업들이 견녀낼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해줘야 한다.

▶정보람=불과 반년 사이에 투자 시장에 너무나 큰 변화가 있었고, 투자자들의 기준도 크게 바뀐 것 같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건강한 스타트업들이 너무 위축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을 유지해주길 기대한다.

김도아(왼쪽부터) 마이리얼트립 COO, 정보람 아이디어스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도아(왼쪽부터) 마이리얼트립 COO, 정보람 아이디어스 COO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연주=불확실성이 높아지는시기 과도한 불안감보다 우리 조직이 잘 해나갈 수 있는 강점을 바라보는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강점에 대해서 구성원들과 확신을 나누고 핵심에 집중한다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노하현=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모든 스타트업들이 경쟁보다는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서 함께 한파를 이겨나갔으면 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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