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 나선 '닥터 어벤져스'의 신병기...카카오·네이버도 반했다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2.08.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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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디지털 치료제 스타트업 '이모코그' 노유헌 대표
"전 세계 최초 치매 디지털 치료제 타이틀, 한국이 가져갈 것"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고스톱을 치면 치매가 예방된다? 그냥 고스톱만 잘 치는 치매 환자가 된다. 치매가 예방되지 않고 기억력도 개선되지 않는다. 장을 본다거나 일상생활과 연동되지도 않는다."

디지털 치료제(DTx) 스타트업 이모코그(emocog)의 노유헌 대표는 "기억력은 집중하고 연상하고 연합하는 3가지가 이뤄져야 개선된다. 기존 기억력 훈련 앱들은 게임처럼 진행되는데 기억력 개선 효과가 없다. 게임만 잘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회사 이름인 이모코그는 감정(Emotion)과 인지(Cognition)의 합성어다. 감정과 인지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DTx 등 다양한 헬스케어 제품들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노유헌 대표는 중앙대 의대 해부학 교수 출신이다. 이준영 서울대 의대 교수, 윤정혜 차의대 교수 교수와 함께 치매 관련 연구를 해오다 지난해 1월 이모코그를 공동 설립하며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치매도 조기에 발견만 하면 관리 가능한 시대 될 것"


이모코그는 치매 발병 전 인지기능 저하 상태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지기능 개선 DTx '코그테라(Cogthera)'를 개발했다.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을 활성화해 인지 능력을 높이고 장기 기억 증진에 도움을 주는 모바일 앱이다.

기술개발을 위한 데이터는 이준영·윤정혜 대표가 치매 환자를 위해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인지중재 치료로서 15년간 진행해 온 메타 기억훈련법을 기반으로 했다. 노 대표는 "훈련 효과는 논문으로 5편 게재되며 효과성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코그테라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로 인정받았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에 따라 코그테라를 인지치료소프트웨어(E06060.02,2등급)로 분류했다. 공산품이나 웰니스 제품이 아닌 정식 의료기기라는 의미다.

노 대표는 치매를 타깃으로 DTx 개발을 시작한데 대해 "주로 가난하고 많이 배우지 못한 노인에게 치매가 온다. 이들을 위해 국가에서 소요되는 비용이 16조원에 이른다"며 "노인들이 끝까지 일상을 유지하고 국가적 비용은 줄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이어 "DTx로 치매를 완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초기부터 이모코그를 사용하면 치매를 사전 예방해 자신도, 가족도 고통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는 치매도 조기에 발견만 하면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포와 세포 연결하는 신경망 강화효과 확인



노인들은 코그테라를 통해 개인 맞춤형 인지치료를 받을 수 있다. 노 대표는 "인공지능(AI)이 매일 다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난이도도 지속적으로 조정된다. 훈련을 잘하면 더 어려운 훈련에 도전해 점점 인지 기능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빨간색 과일이 나오면 박수치기'처럼 구체적인 연상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활용된다. 기존에 알고 있던 과일의 이름·모양을 단순히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기억 속 무엇인가를 떠올리고 일상적인 행동과 연결 짓도록 하는 방법이다.

노 대표는 "사람의 기억은 '집중-연상-연합'이라고 하는 3가지 작용 기전을 통해 이뤄진다"며 "고스톱이나 게임은 일상의 기억과 연동되지 않지만, 코그테라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할 뿐만 아니라 장보기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훈련시킨다"고 했다.

그는 "노인들은 새로 세포가 생성되지 않는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개선되거나 좋아지지 않는다"며 "이모코그는 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 신경망을 강화한다. 실제로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임상논문과 MRI 결과를 통해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설립 1년만에 167억 초기 투자유치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모코그는 지난해 설립과 함께 17억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받았다. 네이버D2SF와 카카오벤처스가 동시 투자하고 스톤브릿지벤처스도 참여했다. 지난달 프리 시리즈A 투자 때는 녹십자홀딩스와 SV인베스트먼트 등도 합류하며 150억원을 조달했다.

이모코그는 시작부터 국내를 넘어 글로벌을 지향했다. 노 대표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며 "네이버와는 일본 진출에서 매우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다. 카카오와는 국내 서비스 확대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치매약 아두카누맙 개발사 '에자이', 간테네루맙 개발사인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 중이다.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도 진행한다. 지난달에는 독일지사를 설립하며 해외 임상과 유럽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노 대표는 "DTx에도 '따뜻함'이 있어야 한다. 치매 환자들과 함께 끝까지 동행하는 K-콘텐츠의 치료제를 만들겠다"며 "전 세계 최초의 치매 디지털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한국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약자나 영유아, 발달장애인 등 디지털에서 소외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 DTx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부러진 뼈가 다시 붙고 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재활을 해줘야 일상으로 빨리 돌아올 수 있다. 우리의 DTx는 그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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