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 안현석 위미트 대표, '새송이 버섯'으로 치킨맛 나는 프라이드 개발
"스펀지를 씹는 기분이야, 윽~"
'콩고기'가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은 대략 1970년대다. 당시에도 '식물성 고기'가 유행했다. 일부에선 콩고기를 '대체육 1세대'라 부른다. 하지만 몇 점 먹어보다 젓가락을 내려놓기가 십상이었다. 씹히는 식감도, 맛도 고기가 아닌 모조품인 게 분명했던 탓이다. 이런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면 다시 한번 젓가락을 들어봄이 어떨까. 이번엔 '버섯고기'다.
안현석 위미트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계란 파동'에서 보듯 대체육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우리 먹거리 생산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달걀 파동이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의한 살처분, 시장 수요 증가 등 복합적 원인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안 대표는 여기에 더해 "공장에서 찍어내듯 자동화된 닭 생산 시스템이 기후변화 등 강력한 외적 변수로 인해 이전처럼 작동하지 않는 게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폭염으로 양계장 내부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니까 생육발달이 이전 같지 않다"면서 "이런 환경의 변화가 육계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달걀 가격에도 반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닭고기 생산방식, 지속 어렵다"==최근 대체육은 콩고기와 달리 고기와 유사한 식감과 풍미로 각광받는다. 실제 햄버거 패티를 대체육으로 만드는 미국 스타트업 '비욘드미트'가 나스닥에 상장할 정도로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고기라면 사족을 못쓰던 안 대표가 돌연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미국 유학시절 채식에 우호적인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다. "미국은 마트에 가면 비건(채식주의자) 코너가 따로 운영되고 식당에도 비건옵션이 잘 갖춰져서 채식을 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안 대표도 유학시절 대체육으로 만든 임파서블버거 패티를 먹어보곤 "언빌리버블"(unbelievable·믿을 수 없는 일)을 수차례 외쳤다고 한다. 미생물 등의 생명공학을 전공한 그가 진로까지 바꿔가며 뛰어들 정도로 대체육 개발시장은 매력적이었다고.
안 대표는 '치킨공화국' '치느님' 등의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친숙한 닭고기에 먼저 주목했다. 시장조사 결과 국내 닭고기 생산방식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주기적으로 창궐했고 국내 양계농가의 항생제 사용량은 선진국 대비 8.2 배 수준으로 항생제 과다사용에 따른 먹거리 안전 이슈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2017년엔 '살충제계란 파동'까지 겪었다.
◇표고냐, 새송이냐=안 대표에게 주어진 미션은 명확했다. 고기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원료부터 다시 접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향과 맛이 콩처럼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조리 과정을 거쳤을 때 좀더 감칠맛을 더하는 재료가 뭘까를 고민하며 식물성 식재료를 연구하다 최종적으로 찾은 게 바로 버섯입니다." 그는 버섯에 앞서 옛 문헌을 뒤적이다 두부를 연구해본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두부를 얼렸다가 녹이면 고기 질감이 만들어진다는 자료가 있어 그대로 따라해보기도 했죠."
안 대표는 원료수급 등을 고려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새송이버섯을 선택했다. 이후 버섯 기반으로 닭고기 식감을 살린 식물성 원료육 개발에 파고들었다. "후보군 중 표고버섯은 자체 캐릭터가 워낙 강했고 테스트에서 사람들의 거부감이 가장 적었던 게 새송이버섯이었어요. 기호적인 측면에서 도드라진 특성이 없는 데다 고깃집에서 고기 대용으로 꺼내놓기도 하는데 식감에서 야들야들하면서 씹는 맛이 풍부하잖아요." 버섯 중 가격이 가장 저렴했고 공장에서 병에 넣어 길러내는 방식으로 생산의 안정성을 갖춘 점, 이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 안 대표는 오랜 연구 끝에 새송이버섯을 재료로 한 치킨(상품명 '위미트 프라이드')을 선보였다. 양념과 갈비소스 2가지를 제공한다.
작은 점포에서도 설치해 쓸 수 있는 '비압출기 방식 대체육 제조 프로세스'를 개발해 특허출원했다. "새송이버섯을 치킨처럼 만들려면 원료배합부터 반죽, 가열, 압력, 냉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압출기라는 대형기계를 사용해야 하는데 길이가 2~3m나 되고 너무 커서 기존 치킨가게에서는 쓰기 힘들어요. 설비투자에만 수억 원이 들죠. 이를 기존 상업용 주방설비들을 활용해 축소판으로 만든 겁니다. 커피전문점에서 쓰는 에스프레소 추출기는 큰 데 가정용은 싱크대에 놓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것처럼 말이죠." 안 대표에 따르면 직접 개발한 프로세스를 다양한 조건에서 수백 회의 제조실험을 해 실제 닭고기와 같이 야들야들 씹히는 조직감과 퍽퍽하지 않은 수분감을 만들어냈다.
위미트는 지난해 12월 서울창업허브에서 시식행사를 열어 익명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위미트 치킨을 구매할 의사가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46%) '매우 그렇다'(31%) '그렇지 않다'(15%) '전혀 그렇지 않다'(8%) 순으로 나타났다. 안 대표는 자체 B2C(소비자 대상) 제품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뒤 B2B(기업 대상) 치킨프랜차이즈 시장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스타벅스, 버거킹 등 치킨·닭고기 원료육 활용도가 높은 샐러드 전문 제조업체나 프랜차이즈와 식자재 유통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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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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