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기, 레일건, 직류 차단기 등에 활용되는 '펄스파워' 제어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
미국 국립 오크리지연구소, 스탠포드 가속기연구소 등 최정상급 연구기관 협력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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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기연에 따르면 '펄스파워'는 낮은 전력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높은 전력으로 순간 방전하는 기술이고, 이를 제어하는 것이 대용량 스위치다.
대용량 스위치는 순간적인 힘(전자기력)으로 입자를 빠르게 움직이는 가속기, 탄환을 쏘는 레일건(코일건), 먼 지역까지 전파를 쏘는 레이더 등의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차세대 전력전송 방식인 직류(DC)를 차단하는 기기를 비롯해 핵융합, 반도체 공정 등 다방면에서 주목받는다.
현재 산업계에서 활용되는 대용량 스위치 대부분은 기계적 가스를 이용한다. 가스 스위치는 최대로 견딜 수 있는 정격 전압·전류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주요 응용 분야인 가속기에 적용할 경우, 2~3년마다 70억 이상의 교체 비용이 발생했고, 고장에 취약하며 펄스파워를 제어하는 정밀도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영구적 수명을 가지면서도, 펄스파워 제어를 세밀하게 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자 기반 대용량 스위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기술은 정격 전압·전류가 낮은 반도체 소자를 하나씩 쌓고(스택킹), 이들을 동시에 구동해 하나의 대용량 스위치처럼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밀한 설계가 요구되고, 각 소자에 전압과 전류를 고르게 분포시키는 밸런싱 기술, 여러 소자를 동시에 켜고 끄는 기술 등의 난도가 높아 전 세계적으로도 기술 개발 및 실증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 20년 넘게 관련 이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온 전기연 전기물리연구센터는 반도체 대용량 스위치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실증까지 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수천 개의 반도체 소자를 사용한 해외 기술과 달리, 단 수십 개의 저전력 스위칭 소자만 활용했다는 것이다. 소자 개수가 적은 만큼 유지·보수가 용이하며,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소자로 개발해 상용화에도 유리하다. 또 소자들을 다양한 직·병렬 구조로 조합할 수 있어 수요자 요구사항에 따른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스위치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전압과 전류는 각각 50kV, 10kA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면서도, 개발 기간을 세계 유수 기업들보다도 1년 반 빠르게 단축했다. 연구진은 국산화한 스위치를 기술 수요처인 포항가속기연구소 및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협력해 실증까지 마쳤다.
이러한 성과는 세계 유명 가속기 연구기관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장성록 박사팀은 지난해 8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최고 권위의 '선형가속기컨퍼런스(LINAC) 학회'에 참석해 논문을 발표하는 등 기술의 해외 홍보에도 힘썼다. 그 결과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와 '스탠퍼드대학 국립 가속기연구소(SLAC)'가 기술 협력을 제안했고, 현재 국제 공동 연구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전기연은 대용량 스위치를 3월 중 미국 현지로 보내 실증을 진행하고,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장성록 전기물리연구센터장은 "전 세계 대용량 스위치의 시장 규모는 무려 9조 4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며 "우리의 성과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는 상황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 해외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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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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