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넘어 실제 연구 투입 가능한 양자컴 'IBM 퀀텀 시스템 원'
"첨단바이오 분야 집중…대학·기관·기업에 개방"
이론 단계를 넘어 실제 과학기술 연구에 투입할 준비를 마친 IBM 양자컴퓨터(양자컴)가 연세대 국제캠퍼스 퀀텀 컴퓨팅 센터에서 가동을 시작한다.
연세대와 IBM은 20일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국내 최초이자 대학으로서는 전 세계 두 번째로 양자컴 'IBM 퀀텀 시스템 원(IBM Quantum System One)'을 공개했다. 127큐비트(양자컴의 단위)의 IBM 퀀텀 시스템 원은 퀀텀 컴퓨팅 센터에 설치돼 대학·연구 기관·기업의 연구 및 교육 용도로 활용될 예정이다.
양자컴은 양자물리학적 현상인 '양자중첩'과 '양자얽힘'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했던 빠른 계산 속도를 구현한 차세대 컴퓨팅 기술이다. 학계는 큰 수의 인수분해, 복잡한 분자 구조의 시뮬레이션, 물류 최적화 문제 등 데이터 처리량이 방대하거나 계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풀지 못했던 각종 난제를 양자컴이 훨씬 단축된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세대에 최초로 설치된 IBM 퀀텀 시스템 원은 127큐비트의 IBM 퀀텀 이글 프로세서로 구동된다. 이날 공개 간담회에 참석한 표창희 IBM 상무는 "2의 127승에 해당하는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정도로 빠른 계산 속도"라며 "'양자 유용성' 단계의 성능을 보유한 양자컴"이라고 설명했다.
양자 유용성은 양자컴이 고전 컴퓨터의 능력을 넘어서는 신뢰도 높은 값을 도출해, 이론적 도구를 넘어 실제 과학 연구까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단계를 뜻한다. 유용성 단계에 접어든 양자컴은 더 이상 개념적 기술이 아닌 실제 '난제 해결의 도구'로 인정받는다.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은 "학계에서는 양자컴이 100큐비트를 넘어야 비로소 범용 수준이 된다고 본다"며 "100큐비트를 넘긴 양자컴의 성능은 슈퍼컴퓨터도 따라잡을 수 없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양자컴, '신약 개발'에 최우선 활용…IBM "2029년 '오류 최소화' 양자컴 공개"
연세대에 설치된 IBM 양자컴은 기본적으로 IBM의 자산이지만, 사용권은 연세대가 갖는다. 연세대가 연 단위로 IBM 라이센스 비용을 납부하는 형태다. 연세대 소속 연구팀뿐만 아니라 파트너십을 구축한 각종 연구기관, 기업, 대학도 신청 후 사용할 수 있다. 정 단장은 "기본 원칙은 양자컴에 대한 수요가 있는 국내 모든 기관 및 기업과 공동 활용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교육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더 합리적인 사용료를 제시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안은 현재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양자컴 활용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바이오다. 양자컴의 빠른 계산 능력을 신약 개발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단장은 "최근 발표된 B형 혈우병 치료제의 가격이 46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분자 시뮬레이션에 시간과 인력이 많이 투자되기 때문"이라며 "(양자컴을 통해) 계산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면 가격대가 훨씬 낮은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양자컴이 설치된 국제캠퍼스를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이날 자리에서 "IBM과 국내 양자 생태계 발전을 위한 바이오-퀀텀 이니셔티브 업무협약(MOU)을 지난 7월 체결했다"며 "양자·바이오 융합 첨단 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목표로 인천광역시와 협력 중"이라고 했다.
한편 IBM은 양자컴의 한계로 지적돼 온 연산 오류를 정정할 수 있는 차세대 양자컴을 2029년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표 상무는 "큐비트의 양자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 중"이라며 "오류 정정이 가능한 양자컴 개발이 2029년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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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송도(인천)=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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