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10년후 AI 의사] ③전세계 의료 AI 시장, 2021년 110억 달러→2030년 1870억 달러
[편집자주] 한국의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10년 뒤에도 유효할까. 의대 증원으로 정부와 의료계 간 뿌리 깊은 갈등이 '폭발'했다. 과학계에선 그동안의 관심 부족으로 의과학자를 더이상 배출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지적한다. 그 대안으로 'AI 의사'가 떠오른다. 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의사의 일부 역할을 AI가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온다. 10년 뒤 한국은 여전히 안전한 의료 시스템을 자랑할 수 있을까. 국가의 미래전략으로 살펴본 10년뒤 의료시스템을 미리 그려보고 이를 위해 정부와 의사들이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진단해본다.
글로벌 빅테크의 AI(인공지능) 의료시장 진출이 빨라지는 가운데 국내 IT(정보기술)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머지 않은 미래 의료진의 역할 중 일부를 AI가 대체하고, 특히 질환의 초기 진단을 비롯해 간단한 상담·치료까지 제공하는 방식으로 의료체계가 바뀔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 의료AI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예종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생성형 AI 시장과 달리 의료 AI 분야엔 아직 뚜렷한 승자가 없다"며 "선점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한다"고 말했다.
독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1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였던 전세계 의료 AI 시장은 2030년 1870억 달러(약 258조원)까지 성장한다. 10년도 채 안 돼 시장 규모가 1700% 확대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의료AI를 병원에 실제 적용한 사례가 있다. 예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의료 AI '닥스코파일럿(DAX Copilot)'이 미국, 캐나다 등지 병원에 적용돼 의사의 작업 시간을 50% 이상 줄였다는 결과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닥스코파일럿은 환자의 진료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리해주는 AI다. 예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맡던 역할을 AI가 대신한 것"이라며 "의료AI 도입으로 의사 1명에게 가중된 업무량을 줄이는 동시에 병원에 수용 가능한 환자수도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예 교수는 "국내 학계·산업계의 의료 AI 기술도 세계적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 (35,150원 ▼350 -0.99%)는 올해 의료 AI 서비스 R&D(연구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우선 카카오브레인은 생성형 AI로 흉부 엑스레이 사진의 판독문 작성을 보조하는 '카라-CXR' 서비스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올 1월 인하대병원 연구진은 '카라-CXR'의 진단 정확도가 오픈AI의 LLM(거대언어모델) GPT-4 대비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카라-CXR의 데모 버전도 실효성 검증을 목표로 외부에 공개했는데, 그만큼 카카오 측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는 평가다.
네이버(NAVER (189,700원 ▼3,400 -1.76%))는 대표적인 의료 AI 솔루션으로 '스마트 서베이(Smart Survey)'를 꼽는다. AI가 환자의 병력 청취를 온라인으로 수행한 뒤 필요한 진찰 사항을 의료용어로 자동 변환해 전자의무기록(EMR)에 기록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 의료진이 환자의 진료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효율화를 돕는다. 또 클로바 OCR(광학문자인식)과 AI 요약 기반의 '페이션트 서머리'는 서로 다른 형태의 과거 검진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분류·정리·분석해 이력 관리와 적절한 검진 추천을 해주는 솔루션이다.
국내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성과도 눈에 띈다. 딥노이드 (6,230원 ▼390 -5.89%)의 AI 솔루션 '딥뉴로'는 뇌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영상에서 뇌동맥류를 검출해 의료진 진단을 보조하는 서비스로,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중이다. 메디컬AI가 개발한 심부전 조기 발견 프로그램 '에티아엘브이에스디(AiTiaLVSD)'는 혈액 검사 시 정확도가 91%에 이른다. 권준명 메디컬AI 대표는 "심부전증 치료엔 조기 진단이 중요한 만큼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이나 외곽 지역에서 특히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료 수요는 늘어나는데 충분한 자원이 의료 서비스에 공급되지 못하는 만큼, AI가 결국 의료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차동철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의료혁신센터장은 "디지털 헬스케어에도 생성형 AI가 활용되고 있고, ICT 기술로 사용자별 특성을 반영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케어를 제공하는 게 최근 대세"라며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의료기술 발전 속도가 눈부시지만, 한국 업체들의 특장점도 상당하다는 게 차 센터장의 판단이다. 그는 "해외 의료 AI 서비스의 경우 한국 사회·문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한국어 표현이 어색한 경우가 있다"면서 "한국형 디지털헬스케어는 이 부분에 강점이 있고, 특히 한국 법·제도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건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권준명 메디컬AI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의료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먼저 고품질의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데이터 활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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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변휘 기자
-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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