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늘려도 민간자금 유입 효과 제한적...역할 재정립 필요"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4.04.29 18:3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모태펀드 운용구조/사진=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운용구조/사진=한국벤처투자
벤처투자 시장이 민간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모태펀드의 승수 효과가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태펀드 규모가 늘려도 민간자금의 시장 유입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모태펀드 규모 확대를 자제하고 지역 스타트업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정책실패 분야에 출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대표는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용역사업으로 이같은 내용의 '모태펀드의 적정 규모에 관한 연구 - 민간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대내외 환경 변화를 고려해 모태펀드가 민간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보기 위해 작성됐다. 모태펀드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가 재원을 공급하고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태펀드 규모의 증가는 어느 시점에서든 민간자금의 증가를 유도하면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4년을 기준으로 효과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2014년 이전까지는 모태펀드 규모가 1% 증가할 때 민간자금이 0.845% 증가한 반면, 2014년 이후에는 모태펀드 1% 증가 시 민간자금 증가율이 0.209~0.282%로 4분의1로 줄었다.

출자자별로 보면, 금융기관의 경우 모태펀드 1% 증가 시 2014년 전까지는 출자금이 1.066% 증가하다가 2014년 이후에는 0.067%~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상황에서 일반법인도 2014년 이전에는 0.967%가 증가에서 2014년 이후에는 -0.265~0.098%로 변했다. 모태펀드 규모가 증가했는데 오히려 일반법인 출자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개인(법인)도 0.967%에서 -0.027~0.098%로 줄어들었다.

출자자 중 연기금·공제회 출자만 2014 전후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출자는 애초부터 모태펀드 규모와 별다른 연관이 없었다.
/표=국회예산정책처 연구용역보고서 '모태펀드의 적정 규모에 관한 연구  - 민간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발췌
/표=국회예산정책처 연구용역보고서 '모태펀드의 적정 규모에 관한 연구 - 민간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발췌
보고서는 "2014년 이전까지 모태펀드가 민간자금의 투자를 촉진해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부분은 실증적으로도 입증됐다"며 "그러나 2014년 이후부터는 벤처투자 시장이 민간 중심으로 전환되고 다양화되면서 모태펀드를 통한 민간자금 승수효과가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모태펀드 규모의 지속적인 증가가 추후 민간자금이 감소하는 이른바 구축(驅逐) 효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단기적으로 현재 출자 규모를 유지하면서 모태펀드의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모태펀드의 역할을 민간자금 마중물에서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역할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모태펀드는 정책적인 실패가 발생하는 낙후지역이나 해외 및 ESG 분야에 집중하고 그밖에 민간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역할과 기능을 민간모펀드에게 넘겨줄 필요가 있다"며 "모태펀드의 역할 및 기능 재정립을 장기 과제로 두고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중소벤처기업부' 기업 주요 기사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