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들 노동청 이제그만…타바론 창업자, 채용사업 뛰어든 사연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4.04.0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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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존 폴 리(한국명 이창선) 베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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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폴 리(한국명 이창선) 베플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존 폴 리(한국명 이창선) 베플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자영업·소상공인부터 스타트업·대기업까지, 조직을 운영하는 책임자라면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구체적으로는 고용 관계에서 발생하는 노사 문제다. 회사에 불만을 품거나 불화를 겪은 근로자가 사업주를 노동청에 신고하면 지난한 조사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사업주와 근로자 간 분쟁에 그치지 않고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문제다. 조직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고 내부 갈등이 벌어지며, 심한 경우 회사가 위기를 겪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기술로서 이 문제를 풀고자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영상 기반 차세대 구인구직 플랫폼 '베피플(Beppl)'을 출시한 베플이다.


12번째 사업모델은 '건강한 노사관계'



베플은 미국 뉴욕의 차(茶) 브랜드로 시작해 전세계 13개국에 진출한 '타바론 티(Tavalon Tea)'의 창업자 존-폴 리(John-Paul Lee, 한국명 이창선), 법무법인 오킴스의 오성헌 대표 변호사가 2021년 12월 설립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의 컨설턴트로 경력을 시작해 타바론, 한식 레스토랑 비비프레쉬(BiBiFresh), 베이커리 브런치 카페 스윗솔트(SweetSalt) 등 10여개의 사업체를 꾸린 경험이 있다. 베플은 그의 12번째 창업이다.

이 대표가 오 변호사와 의기투합해 베플을 설립하게 된 데는 그의 힘들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이 대표는 카페를 운영할 당시 채용했던 직원으로부터 근로기준법 위반과 관련한 신고를 당해 노동청의 조사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보통 근로자가 원하는 사항을 들어주고 빨리 갈등을 마무리 짓는 것이 사업주 대부분의 선택지였지만, 이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함께 한 동료에게 받은 배신감보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안 되겠다는 사업가로서의 소신이 강하게 작용했다.

법적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오 변호사와 인연을 맺었다. 노동청 조사를 받으며 적극적으로 소명을 이어갔고 결국 이 문제는 검찰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기소가 이뤄지진 않았다.

이 대표는 "그냥 합의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수법 측면에서 계속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며 "불건전한 노사 관계는 700만 소상공인들, 나아가 한국경제에도 크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력서에 숏폼 접목…채용 신뢰도↑



베플이 출시한 베피플은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가 채용·구직 등에서 만족감을 얻는 노사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시대가 지나도 바뀌기 어려운 노동법에 기대기보다는 기술로 건강한 노사 관계를 만든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이제는 갑을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양측이 상부상조하면서 상호 평등한 관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베피플이 다른 구인구직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점은 영상에 있다. 숏폼을 이력서와 결합한 독특한 형태다. 이력서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직자의 장단점을 '영상 프로필'로 세세하게 파악하고 지난 직장의 동료가 작성한 '추천서'로 이를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례로 파티셰 능력자라면 빵 굽는 모습이나 제과 관련 기술을 영상에 담아 자신의 숙련도를 보여주며 채용을 진행 중인 사업주에게 강점을 어필할 수 있다. 디자이너라면 포트폴리오를 영상으로 구현해 손재주와 스킬을 부각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영상을 통해 구직자의 실제 외모부터 말투, 성격과 성향까지 종이 이력서로는 담지 못하던 다각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업무 역량은 물론 개인 성향까지 확인해 조직의 핏(적합성)에 맞는 채용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사업주는 베피플에서 단순히 채용 행위만 하지 않는다. 사업장의 강점, 일하는 분위기 등을 영상으로 만들고 구직자에게 어필함으로써 더욱 많은 지원이 이뤄지도록 촉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확실한 구직 의사가 있는 사람이 베피플에 영상을 올리는 만큼 사업주는 면접 노쇼(No Show)를 겪을 일이 없다. 구직자의 경우 사업주가 과거에 임금체불·성희롱 등 문제는 없었는지 평판을 확인하고 지원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앱 내 메신저로 연락하기 때문에 채용 이전에는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 채용이 불발됐음에도 서로 카카오톡 친구로 남게 되는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면접 일정 조율과 리마인드 알람도 앱을 통해 이뤄진다.


"외국인 근로자 채용에 유용…차세대 SNS로 성장"



베피플은 외국인 근로자 채용에 있어서도 윈윈할 수 있는 툴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베피플을 통해 취업을 희망하는 사업장의 분위기와 사업주의 스타일을 사전 파악할 수 있고,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력서 외에도 업무에 필요한 직무 능력을 영상 프로필로 확인 가능해 보다 적합성이 맞는 채용을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외국인 채용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해외 인재들은 평판 등 자세한 능력을 알기가 쉽지 않다"며 "베피플을 사용하면 근로자·사업주 모두 다각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채용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베플은 시리즈A 투자유치 추진과 함께 유료화 모델 출시 등으로 본격적인 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차적인 유료화 모델은 사업주가 우수 인재에게 채용을 제안(Bidding)하는 권리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이 대표는 인스타그램이 자신의 생활을 자랑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면 베피플은 자신의 능력치를 자랑하는, 여기에 채용 기능이 붙은 SNS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차를 좋아해서 타바론을 만든 게 아니다. 다른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기회를 보고 시작했다"며 "어떤 조직이든 인재의 가치를 높이는 구인구직이 필요하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넘어 중견·대기업도 사용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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