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AI가 그리는 K-웹툰의 미래]①"AI, 피할 수 없는 미래...완성도도 시간문제"
[편집자주]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K-웹툰이 AI(인공지능)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났다. 일부 반복작업을 AI가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작가의 화풍을 AI에 학습시키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AI는 보조수단을 넘어 K-웹툰의 미래를 새로 그리는 창조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자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사라져도 선생님의 화풍과 그 세계가 살아남으면 어떻겠냐고 묻더라고요. 제가 바로 그랬죠. 그건 영생인데? 그 호기심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만화계 거장이 AI(인공지능)의 바다에 직접 뛰어들어 화제다. '공포의 외인구단' '아마게돈' 등 수많은 히트 만화를 그린 이현세 작가(69)다.
이 작가는 웹툰 기업들과 손잡고 자신의 기존 작품을 AI에 학습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의 화실 겸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진행중인 '이현세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그는 AI의 비약적 발전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AI 이전의 세계로 절대 못 돌아간다"고 말했다. AI를 웹툰 제작에 적용하겠다며 속속 등장하는 국내 스타트업에겐 두 팔을 벌려 "대환영"이라고 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과 후배 작가들에게는 애정어린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웹툰 기업들과 AI프로젝트 실험 까치의 굵은 머리칼, 엄지의 미소, 안경너머 눈동자를 숨겨 생각을 알 수 없는 마동탁. 이 캐릭터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어 미래에도 활동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누구보다 작가 자신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 작가는 재담미디어, 라이언로켓과 손잡고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업은 투 트랙이다. 이현세의 과거·현재·미래의 화풍을 AI에 학습시키는 것, 또 AI를 통해 '고교 외인부대'(1984) '카론의 새벽'(1994)을 리메이크(리부트)하는 것이다.
이 작가가 AI와 손잡은 이유는 한마디로 '까치의 영생' 때문이다. 자신은 사라져도 AI에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낸 캐릭터들이 영원히 남고, 앞으로도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된 것이다.
이 작가는 "리메이크 작업은 잘 되고 있다. 언제든 발표해도 괜찮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단 "학습은 아무래도 아직은 힘드니까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재담미디어에 따르면 우선 기존 작품을 이미지로 입력한다. AI가 이를 바탕으로 '까치'를 그리면 이 작가가 수정보완해서 다시 모델링한다. AI는 다시 이전 작품들과 현재 모델링한 부분을 학습, 더 나은 캐릭터 모습을 도출해 낸다. 이 작가는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식과도 같은 캐릭터들을 웹툰 시대에 걸맞게 재창조하는데 열정을 쏟고 있었다.
그는 "AI가 이현세 작품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통쾌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현세의 생각과 화풍과 작품 세계관이 그대로 이어져서 (미래에도) 사람들하고 같이 소통한다는 것이 매력 있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작품을 냈는데 왜 두 작품을 골랐을까. 그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짧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단행본 서른권이 넘는다"며 "이런 프로젝트는 빨리 가시적 효과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 일단 중단편을 가지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피할 수 없어…완성도는 시간문제" AI의 전방위 확산은 웹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콘텐츠 제작에 기술이 급속히 침투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기존 작가들은 호기심, 거부감 등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며 갈등 양상도 있다.
이 작가는 AI의 비약적 발전을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했다. 이 작가는 AI가 만화, 웹툰 등 온갖 분야에 활용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며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쓰나미처럼 이미 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갈등에 대해 "인터넷 만화가 등장했을 때 출판만화 작가들이 출판만화에 남을 것이냐 인터넷을 수용할 것이냐를 두고 갈등이 있었다. 지금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 작가에 따르면 현재 웹툰으로 유명한 후배작가 또한 당시엔 출판만화계 입장에 서 있었으나 이내 인터넷시대에 적응했고, 그의 작품은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등 IP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이 작가는 이 일화를 들며 "작가들이 AI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순간에 도태돼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웹툰 작가들이 AI를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결과물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도 적잖다. 완성도는 물론이고, 인간의 미세한 창의적 감각을 과연 따라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이 작가는 이에 대해서도 "시간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혁명의 목적은 완성도에 있는 게 아니고 혁명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가장 뛰어난 두뇌들이 거기에 다 매달리고 있지 않느냐"며 "지금 낙담하는 수준보다 (AI가) 훨씬 빨리 점프할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간의 몫인 철학, 미학, 감각은 AI가 안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대환영…플랫폼, 작가들 더 지원해야 이 작가는 웹툰 스타트업에 대해 "스타트업이 여기에 뛰어드는 건 너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며 "문화예술인이 아닌 엔지니어 입장이라든지 전혀 다른 분야에서 보는 새로운 눈이 들어오면 우리나라 웹툰 콘텐츠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만 보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대환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웹툰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속앓이도 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 작가 혹사와 처우 개선 문제 등이다. 이 작가는 그 점에서도 거침없었다.
그는 "문화 '산업'이란 측면으로 보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글로벌 시장이 열리는 순간 산업으로서 그 폭주를 막을 수가 없다"며 "카카오와 네이버에 사람들이 매달리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이 혹사를 방조할 수는 있어도 혹사를 조장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이 작가주의 작가나 중고신인(데뷔 후 작품 하나만 발표한 경우)들 작품은 조회수나 이런 거하고 관계없이 지원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 이유로 "결국 캄캄한 밤에 길을 제공해 주는 건 작가주의 성향의 작가들이고 그들이 다른 작가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기 때문"이라며 "전세계 시장을 앞으로도 계속 우리 웹툰이 장악하려면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45년 경력 거장 "삶은 찰나, 껄껄 웃으면서 살길" 이처럼 AI를 적극 받아들인 이 작가이지만 자신의 작품방식을 고수한다. 1978년 데뷔, 만 45년째 활동중인 그는 네이버웹툰에 연재하는 작품을 지금도 연필과 붓으로 스케치한다. 그 후에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 디지털펜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다 해내는 젊은 작가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 작가는 "그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며 "연필을 들 힘만 있으면 그릴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작가에게 만화가이기 이전에 인생 선배로서 독자들에게 덕담을 부탁했다. 그는 "우리가 맞이해야 될 세상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삶은 번갯불처럼 빨리 지나가는 찰나와 같다. 하루하루 즐겁게, '툭툭' 치고 '껄껄껄' 웃으면서 즐겁게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현세 작가와 일문일답.
-AI의 발전이 놀랍습니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보면 판도라의 상자 같은 거죠. 인간은 오래전부터 진짜 이 인간의 몸 중에서 뇌를 가장 궁금해 했어요. 결국은 그 노력이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버린 거잖아요. 그러니까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버렸다고 보는 거죠. 이제는 인공지능에 대한 선택권은 인간에게 이미 없는 거죠. 신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고 그 세상의 결과에 대해서는 인간이 이제 책임져야하겠죠.
-거부하거나 되돌아갈 수 없다는 말씀 같네요.
▶절대 못 돌아가요. 나는 거기서 살아남는 전쟁, 내 방식으로 전쟁을 치르는 중이에요. 지금 시점에선 내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봐요.
-젊은 작가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AI를 받아들인 걸 보면 '이현세를 그릴 수 있는 건 이현세뿐'이라는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
▶저는 비교적 그런 쪽으로는 자유로운 사람이죠. 리메이크를 한다든지 영화, 드라마 판권을 주면 저는 전혀 거기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넘어가는 순간 그것은 그 사람들 작업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에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영화 '아바타'의 모든 컴퓨터그래픽을 만든 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바타를 카메론의 영화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AI를 활용한 웹툰 작가가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요.
▶낯서니까, 낯선 걸 지금 얘기하고 있을 뿐이지 그 혁명을 거부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이건 잠시 과정이에요. 인공지능이 그렸는지 사람이 그렸는지 10명이 그렸는지 금방 아무도 문제삼지 않을 겁니다. 독자는 재미만 즐길 것이고 그게 독자의 권리죠.
-AI 웹툰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박이라든지 혁명이라는 건 완성도에서만 오는 게 아니예요. 그런 면에서 보면 스타트업 기업들이 콘텐츠 제작의 기획이든, 완성된 결과물이든 뛰어드는 건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찬성합니다. 단지 돈만이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죠.
-작가 혹사라든가, 플랫폼 의존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산업'으로 보면 어쩔 수 없어요. 글로벌시장이 열리는 순간 이미 그 전쟁은, 폭주를 막을 수 없는 것이고요. 다만 플랫폼에게 그건 요구할 수 있죠. 작가주의라든지 또 중고 신인에게 수익의 일부를 투자를 해야 될 이유는 충분히 있죠. 중고신인이란 한 번 작품을 연재하고 두 번째 작품이 없는 경우를 말해요. 카카오에서만 그런 작가가 1년에 100명이 나와요. 플랫폼이 그런 작가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해요.
-만화 웹툰을 떠나서 자기 분야를 수십 년간 해온 선배로서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요. 우리가 맞이해야 될 세상이 만만치는 않을 거예요. AI가 본격적으로 보편화되면 아마 우울한 세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나라도 어떤 사람도 AI의 진격을 막을 수는 없잖아요. 어차피 그런 세상을 우리가 살아가야 되니까 껄껄껄 웃으면서 하루를 즐겁게 사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죠. 삶이라는 건 찰나니까, 번갯불처럼 빨리 지나가니까 껄껄껄 웃고 즐겁게 살지 않으면 정말 바보죠. '내일이 또 올 거야' 하고 툭툭 치고 가버리면 좋겠어요. 새해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선생님은 사라져도 선생님의 화풍과 그 세계가 살아남으면 어떻겠냐고 묻더라고요. 제가 바로 그랬죠. 그건 영생인데? 그 호기심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만화계 거장이 AI(인공지능)의 바다에 직접 뛰어들어 화제다. '공포의 외인구단' '아마게돈' 등 수많은 히트 만화를 그린 이현세 작가(69)다.
이 작가는 웹툰 기업들과 손잡고 자신의 기존 작품을 AI에 학습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의 화실 겸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진행중인 '이현세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그는 AI의 비약적 발전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AI 이전의 세계로 절대 못 돌아간다"고 말했다. AI를 웹툰 제작에 적용하겠다며 속속 등장하는 국내 스타트업에겐 두 팔을 벌려 "대환영"이라고 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과 후배 작가들에게는 애정어린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웹툰 기업들과 AI프로젝트 실험 까치의 굵은 머리칼, 엄지의 미소, 안경너머 눈동자를 숨겨 생각을 알 수 없는 마동탁. 이 캐릭터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어 미래에도 활동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누구보다 작가 자신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 작가는 재담미디어, 라이언로켓과 손잡고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업은 투 트랙이다. 이현세의 과거·현재·미래의 화풍을 AI에 학습시키는 것, 또 AI를 통해 '고교 외인부대'(1984) '카론의 새벽'(1994)을 리메이크(리부트)하는 것이다.
이 작가가 AI와 손잡은 이유는 한마디로 '까치의 영생' 때문이다. 자신은 사라져도 AI에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낸 캐릭터들이 영원히 남고, 앞으로도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된 것이다.
이 작가는 "리메이크 작업은 잘 되고 있다. 언제든 발표해도 괜찮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단 "학습은 아무래도 아직은 힘드니까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재담미디어에 따르면 우선 기존 작품을 이미지로 입력한다. AI가 이를 바탕으로 '까치'를 그리면 이 작가가 수정보완해서 다시 모델링한다. AI는 다시 이전 작품들과 현재 모델링한 부분을 학습, 더 나은 캐릭터 모습을 도출해 낸다. 이 작가는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식과도 같은 캐릭터들을 웹툰 시대에 걸맞게 재창조하는데 열정을 쏟고 있었다.
그는 "AI가 이현세 작품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통쾌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현세의 생각과 화풍과 작품 세계관이 그대로 이어져서 (미래에도) 사람들하고 같이 소통한다는 것이 매력 있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작품을 냈는데 왜 두 작품을 골랐을까. 그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짧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단행본 서른권이 넘는다"며 "이런 프로젝트는 빨리 가시적 효과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 일단 중단편을 가지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피할 수 없어…완성도는 시간문제" AI의 전방위 확산은 웹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콘텐츠 제작에 기술이 급속히 침투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기존 작가들은 호기심, 거부감 등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며 갈등 양상도 있다.
이 작가는 AI의 비약적 발전을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했다. 이 작가는 AI가 만화, 웹툰 등 온갖 분야에 활용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며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쓰나미처럼 이미 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갈등에 대해 "인터넷 만화가 등장했을 때 출판만화 작가들이 출판만화에 남을 것이냐 인터넷을 수용할 것이냐를 두고 갈등이 있었다. 지금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 작가에 따르면 현재 웹툰으로 유명한 후배작가 또한 당시엔 출판만화계 입장에 서 있었으나 이내 인터넷시대에 적응했고, 그의 작품은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등 IP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이 작가는 이 일화를 들며 "작가들이 AI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순간에 도태돼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웹툰 작가들이 AI를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결과물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도 적잖다. 완성도는 물론이고, 인간의 미세한 창의적 감각을 과연 따라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이 작가는 이에 대해서도 "시간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혁명의 목적은 완성도에 있는 게 아니고 혁명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가장 뛰어난 두뇌들이 거기에 다 매달리고 있지 않느냐"며 "지금 낙담하는 수준보다 (AI가) 훨씬 빨리 점프할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간의 몫인 철학, 미학, 감각은 AI가 안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대환영…플랫폼, 작가들 더 지원해야 이 작가는 웹툰 스타트업에 대해 "스타트업이 여기에 뛰어드는 건 너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며 "문화예술인이 아닌 엔지니어 입장이라든지 전혀 다른 분야에서 보는 새로운 눈이 들어오면 우리나라 웹툰 콘텐츠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만 보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대환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웹툰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속앓이도 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 작가 혹사와 처우 개선 문제 등이다. 이 작가는 그 점에서도 거침없었다.
그는 "문화 '산업'이란 측면으로 보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글로벌 시장이 열리는 순간 산업으로서 그 폭주를 막을 수가 없다"며 "카카오와 네이버에 사람들이 매달리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이 혹사를 방조할 수는 있어도 혹사를 조장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이 작가주의 작가나 중고신인(데뷔 후 작품 하나만 발표한 경우)들 작품은 조회수나 이런 거하고 관계없이 지원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 이유로 "결국 캄캄한 밤에 길을 제공해 주는 건 작가주의 성향의 작가들이고 그들이 다른 작가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기 때문"이라며 "전세계 시장을 앞으로도 계속 우리 웹툰이 장악하려면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45년 경력 거장 "삶은 찰나, 껄껄 웃으면서 살길" 이처럼 AI를 적극 받아들인 이 작가이지만 자신의 작품방식을 고수한다. 1978년 데뷔, 만 45년째 활동중인 그는 네이버웹툰에 연재하는 작품을 지금도 연필과 붓으로 스케치한다. 그 후에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 디지털펜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다 해내는 젊은 작가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 작가는 "그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며 "연필을 들 힘만 있으면 그릴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작가에게 만화가이기 이전에 인생 선배로서 독자들에게 덕담을 부탁했다. 그는 "우리가 맞이해야 될 세상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삶은 번갯불처럼 빨리 지나가는 찰나와 같다. 하루하루 즐겁게, '툭툭' 치고 '껄껄껄' 웃으면서 즐겁게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현세 작가와 일문일답.
-AI의 발전이 놀랍습니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보면 판도라의 상자 같은 거죠. 인간은 오래전부터 진짜 이 인간의 몸 중에서 뇌를 가장 궁금해 했어요. 결국은 그 노력이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버린 거잖아요. 그러니까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버렸다고 보는 거죠. 이제는 인공지능에 대한 선택권은 인간에게 이미 없는 거죠. 신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고 그 세상의 결과에 대해서는 인간이 이제 책임져야하겠죠.
-거부하거나 되돌아갈 수 없다는 말씀 같네요.
▶절대 못 돌아가요. 나는 거기서 살아남는 전쟁, 내 방식으로 전쟁을 치르는 중이에요. 지금 시점에선 내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봐요.
-젊은 작가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AI를 받아들인 걸 보면 '이현세를 그릴 수 있는 건 이현세뿐'이라는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
▶저는 비교적 그런 쪽으로는 자유로운 사람이죠. 리메이크를 한다든지 영화, 드라마 판권을 주면 저는 전혀 거기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넘어가는 순간 그것은 그 사람들 작업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에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영화 '아바타'의 모든 컴퓨터그래픽을 만든 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바타를 카메론의 영화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AI를 활용한 웹툰 작가가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요.
▶낯서니까, 낯선 걸 지금 얘기하고 있을 뿐이지 그 혁명을 거부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이건 잠시 과정이에요. 인공지능이 그렸는지 사람이 그렸는지 10명이 그렸는지 금방 아무도 문제삼지 않을 겁니다. 독자는 재미만 즐길 것이고 그게 독자의 권리죠.
-AI 웹툰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박이라든지 혁명이라는 건 완성도에서만 오는 게 아니예요. 그런 면에서 보면 스타트업 기업들이 콘텐츠 제작의 기획이든, 완성된 결과물이든 뛰어드는 건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찬성합니다. 단지 돈만이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죠.
-작가 혹사라든가, 플랫폼 의존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산업'으로 보면 어쩔 수 없어요. 글로벌시장이 열리는 순간 이미 그 전쟁은, 폭주를 막을 수 없는 것이고요. 다만 플랫폼에게 그건 요구할 수 있죠. 작가주의라든지 또 중고 신인에게 수익의 일부를 투자를 해야 될 이유는 충분히 있죠. 중고신인이란 한 번 작품을 연재하고 두 번째 작품이 없는 경우를 말해요. 카카오에서만 그런 작가가 1년에 100명이 나와요. 플랫폼이 그런 작가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해요.
-만화 웹툰을 떠나서 자기 분야를 수십 년간 해온 선배로서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요. 우리가 맞이해야 될 세상이 만만치는 않을 거예요. AI가 본격적으로 보편화되면 아마 우울한 세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나라도 어떤 사람도 AI의 진격을 막을 수는 없잖아요. 어차피 그런 세상을 우리가 살아가야 되니까 껄껄껄 웃으면서 하루를 즐겁게 사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죠. 삶이라는 건 찰나니까, 번갯불처럼 빨리 지나가니까 껄껄껄 웃고 즐겁게 살지 않으면 정말 바보죠. '내일이 또 올 거야' 하고 툭툭 치고 가버리면 좋겠어요. 새해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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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성휘 차장 sunnykim@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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