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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창업가의 여정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기사 입력 2023.11.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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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모든 일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시작은 당연히 창업이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로 해결해보겠다 결심하면서 창업가들의 여정은 시작된다. 그렇다면 그 끝은 어디일까.

창업가들의 도전이 모두 성공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높다. 창업 초기부터 각종 위험에서 살아남은 소수만이 여정을 이어가고 실패하면 재도전에 나서거나 다른 길을 찾게 된다.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1차적인 종착지는 '엑시트'(exit)다. 스타트업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빠른 혁신과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흔히 로켓에 비유된다. 로켓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창업가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고 많은 동반자를 로켓에 태우게 된다. 대표적으로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들과 스타트업 구성원들이다. 이들이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는 단계가 바로 '엑시트'인 것이다. 보통 IPO(기업공개)를 통해 스타트업이 상장기업이 되거나 다른 기업에 M&A(인수·합병)되는 형태로 진행된다. 투자자들은 투자지분을 성장한 기업가치로 회수할 수 있게 되고 구성원 등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이익을 실현하게 된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실리콘밸리가 원조라 사용하는 용어도 영어가 많긴 하지만 이 '엑시트'는 영어 그대로 사용하는 빈도가 더 잦다. 적절한 번역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수'라는 단어를 사용하긴 하는데 이는 투자자 관점에서는 적절하지만 창업가 입장에서는 적절한 설명이 아니다. 인수·합병은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투자금은 모두 회수될 수밖에 없다. 상장의 경우도 투자자가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매각을 통해 이익을 실현한다. 무엇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회수기한이 있기 때문에 '엑시트'는 투자자들의 종착점이 된다.

그런데 창업가들에겐 종착점이 아니라 통과지점이나 새로운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상장기업이 되어도 창업가의 리더십이 계속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분을 보유한 채 경영일선에 나서게 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이사회 의장 등의 역할로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여정을 계속 함께하게 된다. 인수·합병되는 경우는 창업가의 지분도 피인수되지만 일정기간 남아서 적절한 역할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스타트업과의 이별은 유예된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친 후에 자신이 창업한 기업과 완전히 이별하는 진정한 '엑시트' 이후는 어떤 모습일까. 자신의 성공적인 '모험담'이나 들려주며 소일하는 여유로운 삶을 즐길 법도 하지만 대부분 창업가는 새로운 여정에 나선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서 다시 도전하는 연쇄창업가(serial entrepreneur)가 되기도 하고 자신과 같은 후배들에게 투자하는 투자자가 되기도 한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창업가들 중 성공적인 '엑시트'를 마친 창업가가 2명 있다. '배달의민족'을 성공시킨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과 '아자르'라는 글로벌 서비스를 일궈낸 하이퍼커넥트의 안상일 대표다. 이들은 창업기업의 동료들에게 이별의 말을 남기면서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김봉진 의장은 사임인사 e메일을 통해 "커다란 세상에 '작은 생각 하나'와 '뜨거운 열정 하나'를 품고 세상과 맞짱을 떠보려는 후배들도 도와보려 한다"며 앞으로 디자인분야 창업과 스타트업 투자계획을 밝혔다. 안상일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새롭게 도전하면서 조만간 흥미로운 제품을 가지고 글로벌시장에서 뵙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2명 다 우리 돈으로 조 단위의 '엑시트'를 했지만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창업가들이 품고 있는 모험의 DNA는 도전을 멈출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의 존재 목적은 항해를 위한 것이 듯 말이다.
  • 기자 사진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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