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서 대표작 3단 스마트폰 메이트 XT 글로벌 출시
안방서 애플 꺾은 자신감, 5년만에 다시 세계시장 노크
애국소비·보조금 없이 삼성·애플과 맨손경쟁 시험대

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된 중국 화웨이의 첫 3단 스마트폰 메이트XT 글로벌 출시행사장에서 만난 한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미디어 관계자의 말이다. 화웨이는 지난 12월 UAE 두바이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6를 해외 판매 개시한데 이어 이날 메이트XT 해외 판매 개시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명실상부 재도전을 시작했다. 슬그머니 모습을 감춘 지 5년여 만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라진 화웨이지만 중국 내수시장에선 절치부심했다. 현장서 "첫 번째만 기억한다"는 평을 받은 3단폰 메이트XT는 분명 경쟁사들의 허를 찔렀다. 지난해 4분기 점유율 기준 기존 절대강자 애플을 꺾는 등 자존심을 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신제품 출시를 통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메이트XT 전세계 데뷔 준비 끝..선구적 혁신" 행사장에선 메이트XT와 차세대 태블릿, 이어폰 등이 글로벌 시장에 첫 출시됐다. 핵심은 단연 화웨이 메이트 XT다. 안드레아스 짐머 화웨이 시니어 프로덕트 엑스퍼트는 "수 개월 간의 준비 끝에 이제 화웨이 메이트X가 전세계에 데뷔할 준비를 끝냈다"며 "펼쳤을 때 두께 3.6mm, 모니터 크게 10.2인치에 달하는 가장 얇고 큰 폴더블 디스플레이로 선구적, 기록적인 혁신"이라고 자평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해외시장 재진출은 이미 지난해 시동이 걸렸다. 화웨이는 지난해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주력 폴더블폰 메이트 X6를 내놓으며 대형 광고판 설치 등 대대적인 글로벌 홍보에 나섰다. 18일 행사가 열린 쿠알라룸푸르 역시 공항 진입로를 시작으로 시내 곳곳이 화웨이 광고로 도배됐다.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공략 선두엔 창업주 런정페이의 장녀이자 최근 두 번째 순환회장을 맡은 멍완저우가 있다. 화웨이는 멍 부회장을 포함한 세 사람이 6개월씩 돌아가며 순환회장을 맡아 런정페이 회장과 공동 경영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멍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말까지인데, 글로벌 시장 재진출 작업을 모두 멍 부회장 임기 중에 해치우는 셈이다.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 재진출에 대해 중국에선 스마트폰 기술이 자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트럼프 2기 당시 이뤄진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뚫었다는 거다. 화웨이가 미국과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직접 경쟁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의 행보에 대해 미국에 대한 중국의 반격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격경쟁력 앞세워 한 때 글로벌 1위..내수서 애플 제치고 자신감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 재진출 시간표는 여러모로 현재 최강자 애플의 아이폰과의 경쟁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맞춰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화제의 메이트XT를 지난해 9월 출시했는데, 당시 아이폰 최신모델이던 아이폰16의 글로벌 출시일에 딱 맞춰 새 제품을 공개했었다.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 진출 직전에 중국 내수시장에서 애플을 처음으로 꺾은것도 공교롭다. 화웨이는 작년 중국 시장에서 1분기 4위, 2분기 3위, 3분기 2위 점유율을 기록했다. 결국 4분기 18.1%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같은 분기 애플은 17.1%다. 1년 전인 2023년 4분기엔 애플 20.2%, 화웨이 15.2%였다.
그간의 흐름을 감안하면 화웨이가 내수시장에서 애플을 제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 애플과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애국소비·보조금 우산 없이 성과 낼지 관건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10일 오후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의 화웨이 매장에서 방문객들이 이날 공개된 화웨이의 3단 폴더블폰 메이트 XT를 살펴보고 있다. 2024.09.10.](https://thumb.mt.co.kr/06/2025/02/2025021815501616469_3.jpg/dims/optimize/?1739868412)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중동지역 미디어 관계자는 "기능이 탁월하다면 가격이 비싸도 얼마든지 해외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화웨이의 선택을 받은 중동지역 미디어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 메이트 XT 출시 현장에선 "일반 서민이 구입하기엔 가격 장벽이 높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가격경쟁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내수시장에 적용되던 우산은 글로벌 시장에선 기대할 수 없다. 화웨이 판매량이 급등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던 시점과 맞물린다. 지난해 화웨이가 7나노급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했을 당시 중국에선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뚫었다며 일제히 찬사가 쏟아졌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이 아이폰을 쓰면 눈총을 받는 노골적인 애국소비도 이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늘 지적받는 보조금도 어마어마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정부가 지난 2022년 한 해 한화 약 1조2500억원 가량을 화웨이에 보조금으로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1년의 두 배 수준이다. 2023~2024년까지 보조금은 지속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웨이가 해외 매출 급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년 대비 10% 가량 늘어난 7041억위안(약 140조원)의 매출액을 유지한 비결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얘기가 다르다. 차 떼고 포 떼고 글로벌 강자들과 맞붙어야 한다. 화웨이가 지난해 두바이, 이날 말레이시아에서 신제품을 선보이며 첫 전장을 중동과 동남아시아로 한정한 것은 이를 감안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 주요 대외전략 일대일로의 핵심이 중동-아프리카 지역이다. 또 동남아의 관문 격인 말레이시아는 화교자본이 주류다.
미국의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성능 반도체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안정적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화웨이는 출시 당시 메이트XT에 주문이 400만건 이상이라고 밝혔었지만 이후 실제 판매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화웨이' 기업 주요 기사
- 기자 사진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우경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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