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 하윤철 박사팀, 산·학·연 협력 통해 기존 보유 '공침법' 업그레이드
최근 기내 보조 배터리 화재로 폭발·화재 위험이 극히 낮은 안전한 '전고체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연구진이 전고체전지의 핵심인 고체전해질을 더 빠르고 품질 좋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차세대전지연구센터 하윤철 박사팀이 전고체전지용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빠르고 품질 좋게 만드는 '업그레이드형 공침법'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화재나 폭발의 위험성이 낮은 고체로 대체한 것이다.
고체전해질은 제조가 어렵고 비싸다. 하윤철 박사팀은 2021년 고가의 황화리튬(Li2S) 없이 원료들을 한꺼번에 용기에 넣어 용액 공정으로 고체전해질을 대량 제조하는 '공침법'을 제안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기존 방식 대비 원료비를 절감하고 고에너지 밀링(milling)이나 증발(evaporation) 공정이 필요 없는 기술이다. 국내 전기·전자재료 전문 기업인 대주전자재료에 기술 이전 됐다.
이후 전기연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주전자재료 등과 후속 연구를 통해 용해·공침 현상의 상세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고체전해질 생산 시간 단축과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최적화된 업그레이드형 공침법을 개발했다.
공침법은 원료를 고르게 용액 속에 녹여내고, 이를 침전시킨 후 필터로 걸러내는 과정이 핵심이다. 하 박사팀은 먼저 리튬과 황, 촉매를 적정 비율로 혼합해 리튬의 순차적인 용해 정도에 따라 리튬폴리설파이드와 황화리튬이 연속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3원소(Li3PS4 등) 및 4원소(Li6PS5Cl 등) 고체전해질의 합성 공정에 적용해 다양한 원료들이 빠르고 균질하게 용해·공침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연 공침법에 대한 정밀한 메커니즘 분석은 국내 대학 연구진이 맡았다. KAIST 변혜령 교수팀은 리튬의 용해 정도에 따라 발생하는 각 중간산물의 화학적 분석을 주도하면서, 같은 대학 백무현 교수팀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서종철 교수팀의 양자 계산 및 음이온 질량 분석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분자 구조를 밝혀냈다. 이를 기반으로 대주전자재료는 실제 고체전해질 양산에 적용될 연속 공정에 관련 기술을 접목했다.
이렇게 산·학·연의 협력으로 고체전해질 생산 시간을 14시간에서 4시간으로 대폭 줄일 수 있는 업그레이드형 공침법이 탄생했다.
최적으로 합성된 고체전해질은 품질도 향상됐다. 기존 제조법들은 양산화 과정에서 낮은 이온전도도를 보여 고질적인 문제가 됐었다. 하지만 이번 업그레이드형 공침법을 양산화 과정에 적용하면 고체전해질의 이온전도도는 5.7 mS/cm를 기록해 액체전해질(~4 mS/cm) 수준을 넘어선다.
또 해당 고체전해질을 스마트폰 전지의 5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700mAh 용량의 전고체전지 파우치셀에 적용해 상용 리튬이온전지(270Wh/kg)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인 352Wh/kg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전고체전지를 1000회 충·방전한 실험 결과도 80% 이상의 용량을 유지해 안정적인 수명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고체전해질 합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코팅막 제조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최근 특허 출원까지도 마쳤다.
하 박사는 "기존 성과는 고체전해질 제조 방식에 공침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었다면, 업그레이드형은 공침법의 원리를 상세하게 분석해 최적화를 실현하고, 더 좋은 결과물도 만들어낸 성과"라며 "전고체전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하는 시대를 활짝 여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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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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