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4억' 딥시크 채용에…"청소라도 할래" 중국 청년들 몰려왔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기사 입력 2025.02.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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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학위+일정수준 이상 학술지 논문 썼으면 무경력자도 10만위안(약 2000만원) 월급 드립니다."

중국 대표적 구직 플랫폼 보스즈핀(BOSS直聘) 구직공고에 올라온 딥시크(DeepSeek) 베이징사무소 'AGI(인간처럼 사고하는 최고위 AI) 딥러닝 연구원' 구인공고다. 유명 저널 게재 논문 보유 석사들에게는 업무 경험이 전혀 없어도 중국에선 꿈의 연봉인 120만위안(약 2억4000만원)을 준다는 거다. 엔지니어 일반직군 연봉 하단도 중국 기준 초고연봉인 70만위안(약 1억4000만위안)이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항저우 딥시크 본사 모습./사진=온라인플랫폼캡쳐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항저우 딥시크 본사 모습./사진=온라인플랫폼캡쳐


"청소라도 할 것...AI에 몰리는 중국 청년인재"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런 딥시크에 몰리는 중국 청년 인재들을 춘제(음력 설) 연휴 직후 인터뷰해 6일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취업 문의를 위해 딥시크 항저우 본사로 찾아온 이들은 대부분 딥시크에 대한 국제사회의 폭발적 반응에 고무되는 한편, 업역을 가리지 않고 일하겠다는 중국 특유의 민족주의적 의지를 불태웠다.

구직자 션 모씨는 "딥시크에 지원하기 위해 쓰촨성 남서부에서 항저우까지 나흘 동안 차를 몰고 왔다"며 "딥시크는 국가적 자랑이며, 청소부든 운전기사든 어떤 직무라도 맡을 수 있다면 (일하고 싶어) 딥시크에 지원하려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항저우에서 AI 분야 전공을 마치고 최근 졸업했다는 류모씨는 "딥시크 채용 담당자와 만날 수 있다면 AI(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채용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딥시크가 지난달 20일부터 출시한 딥시크-V3와 딥시크-R1에 대한 중국 국내외 반응은 폭발적이다. R1 추론모델이 탑재한 챗봇은 미국과 중국 애플 앱스토어 무료앱 부동의 1위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AI제품 순위 데이터를 인용해 딥시크 일일 활성사용자(DAU)가 출시 18일(2월 6일) 만에 1500만명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차이롄서는 "챗GPT가 같은 수치를 달성하는 데는 244일이 걸렸다"며 "딥시크의 성장 속도가 13배 빠르다"고 전했다.

중국 내에선 딥시크의 성공에 대해 '4700개 중 하나'라고 한다. 지난 2023년 말까지 출시된 300개 대형 AI 모델들의 경쟁은 '100개 모델 대전'(百模大戰)이라고 부른다. 중국식 과장이 섞인 말이지만 그만큼 AI분야 연구 스타트업들이 차고 넘친다는 의미다.



"4700개 중 하나" 정부지원 속 급성장하는 중국 AI산업


양원펑 딥시크 창업자./사진=중국 온라인 플랫폼 캡쳐
양원펑 딥시크 창업자./사진=중국 온라인 플랫폼 캡쳐
이들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투자에 올인한다. 돈이 몰리니 인재도 몰리는데, 이 인재를 바탕으로 산업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지고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된다. 이게 중국의 추격자 모델 초기 성숙기의 대표적 상황인데 지금이 바로 그렇다. 인력과 돈이 몰려 우후죽순처럼 창업이 이뤄진 후 선두를 빠르게 추격하고, 시장이 커지면 정부 주도 구조조정을 통해 옥석만 남기는 모델이다.

베이징대(북경대)와 채용플랫폼 자오핀닷컴이 지난해 11월 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6월 사이 AI 사고와 소통 핵심인 자연어처리(NLP) 전공자 채용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11%나 늘었다. 전체 딥러닝 인재 수요는 같은 기간 61%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도 이미 지난 2023년 중국 IT전문 매체와 인터뷰에서 "딥시크 개발자는 대부분 신입 졸업생이나 AI 경력 초기인 사람들"이라며 "신입을 채용할 때 경험보단 능력을 선호한다"고 말했었다.

베이징 수도의대 라오이 총장은 본인의 SNS에 "딥시크는 지난 185년간 과학기술 측면에서 중국에서 나온 결과물 중 인간 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기술"이라며 "과거 중국 기술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촉발된 현실 세계 반응이 그만큼 강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당연히 그냥 되는 건 없다. 중국은 2017년부터 국무원 주도로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세우고 2030년에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로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작년에 배정했던 중국 정부의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예산은 전년비 10% 늘어난 총 3710억위안(약 74조원)인데, 그 중 AI 등 기초과학 연구에 투입된 예산이 980억위안(약 19.5조원)이었다. 민간 투입 예산을 포함하면 규모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AI 등을 육성하기 위해 상하이시 한 곳에서 작년 7월 조성한 펀드만 1000억위안(약 20조원)이 넘었다.



양자기술·바이오파운드리...다음 딥시크 쇼크는 어떤 분야?


딥시크(DeepSeek)/그래픽=임종철
딥시크(DeepSeek)/그래픽=임종철
한국이나 미국 등 중국 과학기술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나라들의 입장에서 보면, 딥시크 쇼크는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AI 외에도 한미일 등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각각 세부적인 추격 계획을 세우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반도체 분야에선 잘 알려진 대로 2014년부터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을 조성, 수십조원 규모 투자를 매년 이어가고 있다. 우주과학이나 로봇분야에서도 중국의 굴기는 이미 가시적이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가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는 합성생물학을 중심으로 하는 '바이오 파운드리' 산업이다. 종자개발이나 개량부터 의약품 개발, 농식품의 복제, 최종적으로는 동물 복제까지 이어지는 기술의 밸류체인이 관통하는 게 바이오파운드리다. 보통 백신 개발에 10년이 걸렸던 반면, 코로나19 당시 모더나 등이 1년 만에 백신제조를 완료한게 그간 축적된 합성생물학 기술 덕분이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만이 합성생물학 기술개발과 상업화에서 앞서가고 있다.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10개 기관 중 세계 1위 중국과학원을 포함해 9개를 보유한 게 중국이다. ASPI(호주전략정책연구소)가 조사한 영향력 있는 논문 분야에도 미국의 3배 수준인 52.4%를 차지했다.

재중 한국인 연구자들을 포함해 긴장감이 가장 큰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양자기술이다. 양자기술은 알려진 대로 아직 플랫폼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미국이나 일본 등이 투자 시점 면에서 앞섰지만 아직 시장지배적 표준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중국은 지난 연말 신형 양자컴퓨터칩 쭈충즈3.0을 공개했는데, 그러면서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150억달러(약 22조원)를 양자컴퓨팅 기술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UST(한국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의 투자 예정 금액은 38억달러다.
  • 기자 사진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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