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우리 거 베끼더니"…한국 침투한 중국 게임 '무서운 성장'

이정현 기자 기사 입력 2025.01.15 17:15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MT리포트-'K'잡는 'C'의 침공]⑦국내 게임시장 매출 1위는 중국게임이 차지

[편집자주] '중국산=저가 양산형 제품' 공식을 깨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가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스마트폰·가전·전기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앞서 알리·테무·비야디 등 중국기업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 샤오미 등이 대륙의 실력을 보여줄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영향을 짚어보고 한국 기업의 대응 방안을 알아본다.
중국 게임 산업 진흥 정책/그래픽=김지영
중국 게임 산업 진흥 정책/그래픽=김지영
저품질 양산형 게임으로 통하던 중국산 게임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기반으로 국내 게임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과거 국산 게임을 따라 만들기 바빴던 중국 게임사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막대한 자본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국내 게임 이용자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이다.

15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현재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1위는 중국 게임사 퍼스트펀이 만든 실시간 전략 게임 '라스트 워: 서바이벌'이 차지했다. 중국 센트리게임즈에서 만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은 3위를 차지했고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가 만든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 RPG(롤플레잉게임) '원신'은 7위를 차지했다. 앱스토어에서는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과 '라스트 워: 서바이벌'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해외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확대하는 등 게임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게임 산업 진흥 정책은 '품질 고도화'와 '해외 진출'이 핵심 목표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자금 지원, 세금 감면, 산업 인프라 구축, 인재 유치, 기술 지원 강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 결과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119억8000만달러(약 163조8700만원)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콘진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게임의 해외시장 매출액 규모는 185억달러(약 27조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13.39% 증가한 수치다. 매출 비중은 미국이 31.06%로 가장 높았고 일본이 17.32%, 한국이 8.89% 순이다. 2018년 중국 게임 퍼블리셔 텐센트 산하 슈퍼셀에서 만든 슈팅 게임 '브롤스타즈'는 장수 게임으로 국내에서 여전히 다운로드 수가 많다. 미국 다음으로 한국의 매출 비중이 클 정도다.

중국 게임사들은 국내 게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국내 게임사가 소위 돈이 되는 장르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개발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 게임사들은 방치형 게임 등 캐주얼 게임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에서 리니지로 대표되는 MMORPG는 개발 기간이 길어 신작 공백 상태가 있기 마련인데 이 틈을 노려 중국산 게임들이 시장을 점령해 나갔다. 중국 게임사들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거의 사라진 유명 연예인 섭외 광고도 집행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국내 이용자의 세대가 바뀐 것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내 게임 이용자들은 숏폼 등 짧은 콘텐츠를 주로 즐겨 게임도 MMORPG 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덜 걸리는 캐주얼 게임을 선호한다는 취지다. 중국 게임사들이 신작을 계속 내놓는 것도 쉽게 질리는 젊은 이용자들에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반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해 국내 게임 업계는 아직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과거 한국 게임을 베껴 만들던 국가였으나 이제는 '검은 신화: 오공' 사례처럼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게임을 만들 정도로 개발력이 많이 늘었다"며 "국내 게임사들이 과거 성공 공식에 매몰돼 장르 및 BM(비즈니스 모델) 다각화에 신경 쓰지 못하는 사이 중국 게임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중국 게임이라고 무시하면 안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권구민 콘진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국내 게임 시장을 중국에 뺏기지 않기 위해선 게임 산업을 문화 소프트파워 성장을 위한 중점 산업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자금 조달과 프로그램 운영, 균형 있는 지원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신규 사업과 기술 투자가 필요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간 관계 및 국제 리더십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기자 사진 이정현 기자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