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 가스 붐 일으킨 '프래킹' 응용, 어디서든 상업화 가능한 지열 발전 추구…구글 데이터센터 계약 체결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2019년부터 5년간 꾸준히 투자한 스타트업이 있다. 석유시추 기술을 이용한 지열 발전 스타트업 페르보 에너지(Fervo Energy)인데, 게이츠는 청정연료 개발을 목적으로 2015년 설립한 벤처 회사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를 통해 페르보 에너지의 투자모금에 4회 참여했다. 게이츠는 지난 6월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지열 발전은 아이슬란드처럼 화산 지대에서나 이용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며 "페르보 에너지의 혁신으로 지열 발전은 범용적이고 효율적인 청정 에너지 생산 수단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지열 발전은 땅속의 높은 온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열에 의해 데워진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방식이다.
페르보 에너지의 핵심은 셰일 가스 채굴 기술인 '프래킹'(fracking)을 이용하는 것이다. 프래킹은 암반에 액체를 고압으로 주입해 균열을 일으키는 기술인데, 이렇게 암석을 뚫어내 갇혀 있던 셰일 가스를 채굴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에 올랐다.
페르보 에너지는 기존 지열 발전 방식처럼 시추공을 통해 지하에 물을 흘려넣고 다른 시추공에서 지열로 달궈진 수증기를 받아 터빈을 돌리되, 프래킹으로 수증기가 지하를 지나는 공간을 크게 늘렸다. 지열을 품은 암석층에 프래킹으로 균열을 만들어 수증기가 지나는 길을 기존보다 100배 가까이 늘렸다고 한다. 한 번 시추 작업으로 훨씬 더 많은 물을 수증기로 바꿔 쓸 수 있다는 뜻으로 상업성을 키운 것이다.
기존 지열 발전은 케냐, 아이슬란드 같은 화산 지대가 아니면 상업화가 어렵다. '지표로부터 너무 깊지 않은 곳에 발전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지열을 지닌 단단한 암석층이 존재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페르보 에너지는 프래킹 기술로 이런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현재는 유타, 네바다 등 지열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곳을 중심으로 발전 사업을 진행 중이며, 발전을 위해 지하 3km 정도까지 파고 들어가 섭씨 200도(℃) 정도의 화강암을 뚫는다.
창업자 팀 라티머는 2023년 8월 타임 인터뷰에서 "지열 에너지는 사실상 무한하다. 우리는 수십억년분의 에너지를 발 밑에 두고 살아가는 셈"이라며 "문제는 경제성을 유지하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365일 무탄소에너지 사용 캠페인을 개시한 구글은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지난해 6월 페르보 에너지와 115메가와트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시기 페르보 에너지는 전력 공급업체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에 320메가와트 전력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15년 동안 35만 가구가 사용할 규모라고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유타 주 발전 프로젝트 허가를 받았는데,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최대 2기가와트 전력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2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페르보 에너지는 '넷제로'(전지구 이산화탄소 배출량 0) 달성 시한인 2050년까지 미국 전체 발전량의 20%를 지열 발전으로 채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미국 전체 발전량에서 지열 발전은 0.5% 수준이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발전 비용을 떨어트려야 한다. 지난해 11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라티머는 시추공 20개를 건설하면서 건설기간을 70일에서 21일로, 비용을 절반으로 떨어트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킬로와트시(kw/시간)당 12센트가 드는 석유, 6센트가 드는 태양광보다 저렴한 4.5센트에 지열 발전 전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산기업 시추 엔지니어였던 그 페르보 에너지 창업자 라티머는 미국의 주요 에너지 생산지인 텍사스에서 8대를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때쯤 마을 주변에 대규모 석탄 발전소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력을 찾음과 동시에 환경오염 피해를 입은 것을 지켜보면서 에너지 사업의 양면성을 고민했다.
글로벌 광산기업 BHP에서 시추 엔지니어로 근무한 그는 2015년쯤 시추를 방해하는 지열 문제를 해결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MIT가 지열 발전의 잠재력을 평가한 보고서를 읽고 지열 발전에 프래킹 기술을 접목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보고서 중 '지열 발전을 상업화하려면 새로운 시추 방법이 필요하다'는 대목을 읽고 웃음을 터뜨렸다면서 "(프래킹을 접목하자는) 아이디어가 너무 쉽게 떠올라 이미 누군가 시도 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포브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어 "주변에 물어보니 프래킹 기술 엔지니어들은 지열 발전에 관심이 없었고, 지열 발전 전문가들은 시추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모르고 있었다"며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때쯤 겪어본 적 없는 홍수 피해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한 라티머는 그 길로 회사를 관두고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경영대학원, 지열공학원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지진을 일으키지 않고 지열을 활용하는 방법에 관해 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 있던 잭 노벡 공동창업자를 만났고, 학업을 마친 뒤 2017년 페르보 에너지를 창업했다.
페르보 에너지는 지난 2월 2억4400만 달러를 모금하면서 기업가치 8억5000만 달러(약 1조2400억원)를 인정받았다. 라티머는 2019년 포브스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됐고, 지난해 타임 선정 기후변화 리더 100인에도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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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 발전은 땅속의 높은 온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열에 의해 데워진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방식이다.
페르보 에너지의 핵심은 셰일 가스 채굴 기술인 '프래킹'(fracking)을 이용하는 것이다. 프래킹은 암반에 액체를 고압으로 주입해 균열을 일으키는 기술인데, 이렇게 암석을 뚫어내 갇혀 있던 셰일 가스를 채굴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에 올랐다.
페르보 에너지는 기존 지열 발전 방식처럼 시추공을 통해 지하에 물을 흘려넣고 다른 시추공에서 지열로 달궈진 수증기를 받아 터빈을 돌리되, 프래킹으로 수증기가 지하를 지나는 공간을 크게 늘렸다. 지열을 품은 암석층에 프래킹으로 균열을 만들어 수증기가 지나는 길을 기존보다 100배 가까이 늘렸다고 한다. 한 번 시추 작업으로 훨씬 더 많은 물을 수증기로 바꿔 쓸 수 있다는 뜻으로 상업성을 키운 것이다.
기존 지열 발전은 케냐, 아이슬란드 같은 화산 지대가 아니면 상업화가 어렵다. '지표로부터 너무 깊지 않은 곳에 발전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지열을 지닌 단단한 암석층이 존재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페르보 에너지는 프래킹 기술로 이런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현재는 유타, 네바다 등 지열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곳을 중심으로 발전 사업을 진행 중이며, 발전을 위해 지하 3km 정도까지 파고 들어가 섭씨 200도(℃) 정도의 화강암을 뚫는다.
창업자 팀 라티머는 2023년 8월 타임 인터뷰에서 "지열 에너지는 사실상 무한하다. 우리는 수십억년분의 에너지를 발 밑에 두고 살아가는 셈"이라며 "문제는 경제성을 유지하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365일 무탄소에너지 사용 캠페인을 개시한 구글은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지난해 6월 페르보 에너지와 115메가와트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시기 페르보 에너지는 전력 공급업체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에 320메가와트 전력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15년 동안 35만 가구가 사용할 규모라고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유타 주 발전 프로젝트 허가를 받았는데,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최대 2기가와트 전력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2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페르보 에너지는 '넷제로'(전지구 이산화탄소 배출량 0) 달성 시한인 2050년까지 미국 전체 발전량의 20%를 지열 발전으로 채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미국 전체 발전량에서 지열 발전은 0.5% 수준이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발전 비용을 떨어트려야 한다. 지난해 11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라티머는 시추공 20개를 건설하면서 건설기간을 70일에서 21일로, 비용을 절반으로 떨어트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킬로와트시(kw/시간)당 12센트가 드는 석유, 6센트가 드는 태양광보다 저렴한 4.5센트에 지열 발전 전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산기업 시추 엔지니어였던 그 페르보 에너지 창업자 라티머는 미국의 주요 에너지 생산지인 텍사스에서 8대를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때쯤 마을 주변에 대규모 석탄 발전소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력을 찾음과 동시에 환경오염 피해를 입은 것을 지켜보면서 에너지 사업의 양면성을 고민했다.
글로벌 광산기업 BHP에서 시추 엔지니어로 근무한 그는 2015년쯤 시추를 방해하는 지열 문제를 해결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MIT가 지열 발전의 잠재력을 평가한 보고서를 읽고 지열 발전에 프래킹 기술을 접목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보고서 중 '지열 발전을 상업화하려면 새로운 시추 방법이 필요하다'는 대목을 읽고 웃음을 터뜨렸다면서 "(프래킹을 접목하자는) 아이디어가 너무 쉽게 떠올라 이미 누군가 시도 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포브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어 "주변에 물어보니 프래킹 기술 엔지니어들은 지열 발전에 관심이 없었고, 지열 발전 전문가들은 시추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모르고 있었다"며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때쯤 겪어본 적 없는 홍수 피해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한 라티머는 그 길로 회사를 관두고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경영대학원, 지열공학원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지진을 일으키지 않고 지열을 활용하는 방법에 관해 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 있던 잭 노벡 공동창업자를 만났고, 학업을 마친 뒤 2017년 페르보 에너지를 창업했다.
페르보 에너지는 지난 2월 2억4400만 달러를 모금하면서 기업가치 8억5000만 달러(약 1조2400억원)를 인정받았다. 라티머는 2019년 포브스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됐고, 지난해 타임 선정 기후변화 리더 100인에도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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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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