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매장 갔더니 전기차가…" 5년 만에 확 달라진 중국[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기사 입력 2024.12.0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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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 베이징 시내를 누비는 엘란트라 택시/사진=중국 인터넷
중국 베이징 시내를 누비는 엘란트라 택시/사진=중국 인터넷
"정말, 절반이 전기차구나!"

지난 11월 하순 중국을 5년 만에 방문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아랑곳없이 늘어나고 있는 전기차였다. 한때 베이징 도로를 점령했던 베이징현대의 엘란트라(아반떼 XD) 택시는 중국 자동차회사가 만든 전기차로 교체되면서 더 이상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화웨이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도 인상적이었다. 상하이 최대 번화가인 난징동루에는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플래그십 매장이 불과 1분 거리에 밀집돼 있는데, 최신 스마트폰뿐 아니라 전기차까지 전시하는 화웨이 매장이 가장 붐볐다. 화웨이 매장은 애플스토어 못지 않게 화려했다.

그렇다고 중국의 경기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때, 손님은 우리 일행 말고는 테이블 하나만 채워져 있는 등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게 느껴진다.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가 1선도시인 베이징, 상하이까지 미치면서 소비가 둔화된 것이다.

2024년 연말을 앞둔 중국의 분위기를 살펴보자.



베이징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 절반이 전기차


중국 승용차 시장의 전기차 점유율 추이/그래픽=윤선정
중국 승용차 시장의 전기차 점유율 추이/그래픽=윤선정
올들어 10월까지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975만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중반 이후 팔린 승용차 2대 중 1대가 전기차일 정도로 전기차 보급이 급증세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중국 신차(승용차) 판매 중 전기차 점유율은 7월 51.1%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50%를 돌파한 후 10월까지 4개월 연속 50%를 상회했다. 중국 전역에서 팔리는 신차 2대중 1대가 전기차라는 얘기다.

특히 1선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는 신차 판매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달리는 승용차 절반이 전기차일 정도로 전기차가 보편화된 모습이었다. 베이징은 교통량 통제를 위해 자동차 번호판을 '뽑기'를 통해 발급하며 상하이는 자동차 번호판을 '경매'로 약 10만위안(약 1930만원)에 파는데, 전기차 번호판은 발급이 용이해 전기차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2000년대 초반 현대차가 중국 국유기업 베이징자동차(BAIC)와 합작해 '베이징현대'를 출범시켰으며 엘란트라 택시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 도로를 점령한 적이 있다. 베이징을 방문한 한국사람은 엘란트라 택시를 보면서 친밀감과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기억은 이전 세대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이번에 베이징에 가니 베이징 택시가 베이징자동차가 생산한 전기차로 거의 교체돼 있었기 때문이다. 상하이 택시 역시 대부분이 전기차였다.



애플스토어만큼 화려한 화웨이 매장은 손님으로 북적북적


화웨이의 메이트 70 프로 플러스/사진=필자 촬영
화웨이의 메이트 70 프로 플러스/사진=필자 촬영
중국에 가면서 전기차 못지 않게 궁금했던 건 지난해 8월말 7나노(1나노=10억분의 1m) 반도체 '기린9000S'를 탑재한 '메이트 60' 시리즈를 내놓으며 스마트폰 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한 화웨이였다. 화웨이가 올해 9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3단 폴더블폰(트리폴드폰) '메이트XT'도 인기를 끌었다.

상하이 난징동루에 있는 화웨이 매장은 대각선 맞은편에 있는 애플스토어만큼 화려했는데, 애플스토어보다 더 북적댔다. 특히 지난 26일 출시된 '메이트 70' 시리즈가 인기였다. 한 중국 할머니는 곧 영국에 있는 자식 집에 방문한다며 인공지능(AI) 음성 번역이 되는지 묻고는 매장 직원이 이를 시연해 보이자 함박웃음 짓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3단 폴더블폰은 다들 한 번씩 와서 만져보며 흥미를 보였지만, 높은 가격(약 386만원)과 내구성 우려 때문에 실제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은 적은 듯했다. 완전히 펼치면 10인치에 달하는 넓은 디스플레이와 얇은 두께는 역시 인상적이었다.

매장에는 화웨이가 중국 완성차업체와 합작해서 만든 전기차도 같이 전시돼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한 번씩 타보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아이토(AITO) M7 등 화웨이가 자동차회사와 함께 만드는 전기차는 고가로 가격이 대부분 30만위안(약 5800만원)이상이다.

위쪽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화웨이 매장, 3단 폴더블 폰, 화웨이 전기차 내부 및 전기차/사진=필자 촬영
위쪽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화웨이 매장, 3단 폴더블 폰, 화웨이 전기차 내부 및 전기차/사진=필자 촬영
젊은 세대뿐 아니라 60~70대도 화웨이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화웨이가 중국인들로부터 받는 애정과 존경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메이트 60 시리즈 출시 이후 15개월이 지나서야 메이트 70 시리즈를 내놓았을 뿐 아니라 화웨이는 반도체 성능은 쏙 빼고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메이트 70 고가 라인에는 '기린9020'이 탑재됐는데, 2022년 출시된 아이폰 14에 사용된 A16 바이오닉 칩과 비슷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에 2년 이상 뒤처진 것이다.

한편 화웨이 매장과 1분 거리인 애플스토어도 많은 중국인들이 제품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바로 맞은 편의 삼성전자 플래그십 매장이 한산한 건 아쉬운 대목이었다.



부동산 시장 급락으로 눈에 띄게 부진한 중국 소비


2021년 하반기부터 중국 부동산 시장은 3년 넘게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쉽게 반등하지 못하는 건 지난 90년대말부터 이렇다할 조정 없이 20년 넘게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였던 베이징, 상하이도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자 고점대비 20~30% 하락했다. 지방 중소도시는 상황이 더 심각해서 대부분 30~40% 넘게 급락했으며 매수세가 증발해서 아예 매도 자체가 불가능한 곳도 많다.

베이징 주택 제곱미터당 거래 가격/그래픽=최헌정
베이징 주택 제곱미터당 거래 가격/그래픽=최헌정
중국지수연구원에 따르면 베이징 주택 제곱미터(㎡)당 거래가격은 지난해 12월 7만4900위안(약 1446만원)에서 11월 6만9200위안(약 1336만원)으로 약 7.6% 하락했다. ㎡ 거래가격을 84㎡ 면적으로 환산하면 주택 가격이 우리 돈으로 11억2200만원에 달한다.

올들어 베이징 주택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하락폭이 계속 확대되면서 10월 하락률이 8.5%까지 확대됐으나 11월 들어 8.2%를 기록하며 바닥을 찍고 다소 반등하는 분위기다. 9월 말부터 중국이 금리·지준율 인하 등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주택담보대출금리 인하, 세금 감면 등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은 영향이 크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중국에서는 '마이너스' 부의 효과가 뚜렷해졌다. 집이나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오를 경우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는데, 반대로 집값이 100만~200만위안(약 2억~4억원)씩 하락하면서 중국인들이 지갑을 꽁꽁 싸맨 것이다.

추운 날씨 영향도 있겠지만 특히 베이징은 길거리 행인이 눈에 띄게 줄었다. 거리 식당들도 대부분 한산했으며 저렴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식당에만 그나마 손님이 보였다.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인이 '소비 다운그레이드'를 말하던 게 인상에 남는다. 2020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는 고가 및 고품질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를 뜻하는 '소비 업그레이드'가 화두였는데, 몇 년 새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내년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 반등 여부와 소비 회복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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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재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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