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정신적 아편"이랬는데…'오공' 선전에 중국 "퍼즐 채웠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기사 입력 2024.12.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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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트리플A 액션물 '오공' TGA 최고게임상 수상 불발,
관영언론 통해 "중국 게임 글로벌화 마지막 퍼즐" 자평

검은신화:오공 플레이 화면./사진=바이두 캡쳐
검은신화:오공 플레이 화면./사진=바이두 캡쳐
"화를 낼 필요도, 오만할 필요도 없다."

중국 게임 산업의 신기원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검은 신화 : 오공(Wukong)'의 TGA(The game awards) 최우수게임상 수상 불발을 놓고 중국 내 실망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관영언론들까지 진화에 나섰다. 수상 실패는 아쉽지만 중국 게임산업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추켜세운다. 얼마 전까지 '정신적 아편'이라며 게임을 규제하던 것과 온도차가 크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6일 사설에서 "오공이 올해의 게임 상을 놓친 것에 대해 많은 게이머들이 안타깝다는 의사를 밝혔고, 일부는 중국 게임산업이 과대 포장돼 있다고 조롱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수상 실패에 대해 화내거나 오만할 필요가 없으며, 오공은 중국 게임산업의 새로운 깊이를 나타내는 새 좌표점이 됐다"고 평했다.

오공은 지난 8월 출시된 서유기 스토리 기반 액션 게임이다. 중국 최초 콘솔 트리플A급(대규모 투자비가 투입된) 액션 게임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000만장을 돌파하며 '대박'을 쳤다.

특히 중국 내 반응은 신드롬이라 할 만했다. 산시성은 오공 게임 내 36개 신 중 27개에 등장했는데, 중국 여행포털 투니우에 따르면 게임 발매 당일 산시성에 대한 검색량이 전일 대비 20%나 늘었고, 출시 당월인 8월 산시성 여행 예약은 전월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장쑤성 화과산 측이 게임 이용자에게 무료입장권을 제공하는 등 관련 상품들도 발빠르게 출시됐다.

오공은 게임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TGA에서도 올해 최고의 액션게임, 미술감독 등 총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중국 게임계의 기대감이 고조됐다. 오공은 그러나 이 중 두 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데 그쳤고 최고의 게임(GOTY) 타이틀은 '아스트로봇'에 양보해야 했다.

오공 개발사인 게임사이언스 CEO(최고경영자) 펑지가 "선정기준이 이해되지 않는다. 여기 괜히 왔다"는 노골적 불만을 본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며 논란이 됐다. 그는 "GOTY 수상 연설을 2년 전에 이미 작성했는데 발표하지 못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중국 게이머들도 다양한 채널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런 오공에 대한 중국 관영언론들의 편들기는 중국 정부의 최근 수년간 방침과 상반돼 눈길을 끈다. 중국은 지난 2021년부터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규정하고 규제하고 있었다. 중국 정부가 '아편'이라고 표현하는 항목은 사실상 금기가 된다. 골프를 '녹색 아편'이라고 규정하자 공무원들이 일제히 골프채를 놓은 게 대표적 사례다.

특히 중국 정부는 게임에 대해 모바일게임 확대가 청소년층에게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게임 시간에 대한 규제 등을 도입, 게임주가 급락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오공의 성공에 대해서는 '중국 문화 해외 진출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수상 불발에 대해서도 관영언론을 통해 여론 다독이기에 나설 정도다. 글로벌타임스는 "오공은 중국 트리플A 게임이 세계 무대에서 세계 최고 작품들과 경쟁한 최초의 사례이며, 중국 게임이 글로벌화하는 중요한 퍼즐 조각을 채우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오공을 통해 중국이 글로벌 게임 시장을 주도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건데, 나열한 근거들을 보면 중국 내에서 달라진 게임산업의 위상이 엿보인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세계 100대 과학기술 혁신클러스터 중 26개를 차지해 2년 연속 1위이며 작년에 92만건의 특허를 승인했다"며 "오공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전진해 중국 게임산업의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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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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