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반한 프랑스식 창업허브…서울·부산 모두 시작부터 '삐걱'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4.11.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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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테이션F(글로벌 창업 허브) 구축 계획/그래픽=김지영
한국형 스테이션F(글로벌 창업 허브) 구축 계획/그래픽=김지영
정부가 서울 홍대와 부산 북항 지역에 조성 예정인 '한국형 스테이션F'가 시작부터 암초를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북항은 인근의 재개발이 지연되고 있고 서울 홍대는 '글로벌 창업생태계'로 발전시킬 구체적 운영계획 마련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한국형 스테이션F는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과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춘 창업 인프라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청년 스타트업들이 입주한 프랑스의 창업허브 '스테이션F'에 방문한 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설이 계획됐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7월 서울 홍대와 부산 북항을 한국형 스테이션F 조성지로 정했다. 공식 이름은 '글로벌 창업허브'다

그러나 3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년도 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두 조성지 모두 당초 계획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산 북항, 엑스포 무산에…주변 정주요건 조성 우려"


먼저 부산 북항은 일대 재개발 지연이 발목을 잡았다. 북항 글로벌 창업허브는 일대를 함께 개발해 상업·문화·주거 등 정주 여건을 연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부산이 2030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서 일대 재개발이 차질을 빚고 있고 정주 여건 조성도 어려울 것이란 게 예정처의 지적이다. 현재 일대 랜드마크 부지 재개발은 2년째 민간사업자조차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는 부지 일부의 재개발이 지연되고 있지만 나머지 부지의 재개발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총 2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재개발 중 1단계에서 재개발 중인 건물들은 2026년까지 완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2단계가 조금 지연되고 있으나 부산시와 계속 협의해 정주 여건을 마련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정처는 일대가 동시에 재개발되지 못할 경우 당초 '글로벌 창업허브'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인천의 '스타트업 파크'의 경우 2019년 완공됐지만 주변 정주 여건이 개발되지 않아 지난해 기준 입주 기업의 20% 이상이 퇴거했다는 것. 인천 스타트업 파크는 남은 기업들도 출장소만 설치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홍대, 대형 건물 외에 다른 시설과 차별성 없어"


서울 홍대의 경우도 당초 취지를 달성할 운영 전략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정처는 "홍대 글로벌 창업허브는 국내에 없던 300석 이상의 대규모 이벤트홀을 마련한다는 것, 운영을 민간 추진단에서 결정한다는 것 외에 다른 시설들과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중기부가 서울 홍대 글로벌 창업허브 조성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업계 안팎에서 제기됐던 의문이다. 홍대 인근이 스타트업, 벤처캐피탈(VC), 빅테크 기업들이 많지 않은 지역인데다 인프라도 민간 공유오피스 등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서다.

그나마 운영 전략을 고도화할 민간 추진단 조성도 늦어지고 있다. 예정처는 "당초 계획에 따르면 추진단은 허브의 조성 위치·규모·운영 방향 등을 주도해 결정할 예정이었다"며 "그런데 계획이 변경돼 2025년 하반기에나 추진단이 구성될 예정"이라고 했다.

중기부는 "자체적으로 운영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1일 분야별 전문가 10인을 글로벌 창업허브 자문위원회로 선정하고 오영주 장관 주재 회의를 진행한 것도 그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예정처는 그러나 "스테이션F는 기본적으로 면적만 여의도공원의 15배고, 수용 가능한 작업공간도 3000여개에 이르는 대규모 시설로 100개 내외의 사무공간을 보유한 글로벌 창업허브와는 기본 여건이 다르다"며 "전략을 초기부터 마련하지 않으면 글로벌 창업 클러스터로 발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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