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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공공 R&D 의기투합…'K머신' 대표브랜드 완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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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반도체장비연구센터 등 '제품 위주' 조직 재편 단행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사진=김휘선 기자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사진=김휘선 기자

"반도체를 이야기할 때마다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인 ASML을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 건가."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 원장은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세계 독점 생산·공급하는 ASML을 부러워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자율제조연구소 산하에 반도체장비연구센터를 신설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기계산업의 미래는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다. 중국,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매섭고, 독일, 일본, 미국 등 선도국들의 혁신역량은 한국을 능가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수년째 정체된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초격차 R&D'(연구개발)와 '디지털 결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계산업 생산액은 1970년대 후반 3000억원에서 2010년 100조원 규모로 300배 이상 성장했지만 이후 최근까지 110조원으로 저성장 추세다.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18,160원 ▲450 +2.54%))에서 부사장,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지낸 류 원장은 지난해 12월 기계연 제19대 원장으로 선임됐다. 민간기업 출신이 기계연 사령탑을 맡게 된 것은 처음이다. 류 원장은 기계산업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출발선에 섰다. 그는 취임사에서 "노후화된 우리나라 제조업을 자율제조로 대개조하는데 앞장서고 싶다"고 밝혔다. 취임 8개월이 지난 시점에 그를 만나 그간 역점을 뒀던 것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민간에서 출연연으로 온 계기는.
▶어릴 적 교육 받을 때 과학기술 보국과 같은 얘기를 많이 들으며 커서인지, 언젠가는 국가나 지역사회를 위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은연 중 배어있었던 것 같다.

-출연연은 민간과 차이가 있는데 실제로 와보니 어떤가.
▶전반적으로 비슷하지만 지향점이 다르다. 기업 R&D와 출연연 R&D는 전문상점 대 백화점으로 비교할 수 있다. 기업은 효율, 원가, 납기, 고객, 신사업 등 목표 지표가 명확하다. 반면 출연연은 국가 전략기술, 신사업 마중물, 인프라 조성 등 목표가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둘의 특징을 한 데 모으면 못해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긴 호흡으로 품목·업종별로 자율화, 융합화를 위한 디지털, AI 등 첨단기술 확보 전략을 세우고 민간기업과의 협력도 더 강화하는 새로운 R&D 혁신체계를 구축해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

-이전에 출연연과 함께 일 해본 적 있나.
▶두산중공업은 '기계공업의 꽃'이라 일컫는 가스터빈, 발전기, 고온·고압기계를 주력으로 했다. 이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차원에서 출연연과 교류가 잦았다. 특히 기계 기술의 국산화와 성장이 동시에 진행되던 1990년부터 2010년 사이엔 기계연구원뿐만 아니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등 산업 R&D에 특화된 출연연들과 많은 대형 과제를 공동 기획하고 수행했다.

-그래서인지 민간과 의기투합한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 줄 거란 기대가 크다.
▶지금이 그간 소원해진 산·연 관계를 회복할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과 산업이 디지털과 인공지능으로 고도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치는 대전환기에 홀로 생존하기 어렵다. 예전처럼 혼자 다 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팀코리아'를 움직여야 한다. 기업은 학·연과 미래 신산업을 기획하고, 학·연은 기업을 통해 R&D 결과물의 기술사업화를 꾀해야 한다. R&D를 더 R&D 답게 만들어 가기 위해 산·학·연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자마자 제법 큰 조직 개편을 단행했는데.
▶기계연은 오랫동안 기능·학제 중심 조직으로 있었는데 2월초 제품 중심으로 전환했다. 민간에선 조직이 '기능→제품→기능' 순으로 순환한다. 제품 중심 조직으로 넘어 갈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왜 지금 제품 중심 조직이 돼야 하나.
▶두산중공업의 경우 연구 역량이 쌓인 뒤에 가스터빈과 같은 제품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내부 R&D 조직을 열역학연구실에서 가스터빈연구실로 바꿨다. 제품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는 거다. 그와 같은 취지다. 기계연구원 내 플라즈마연구실을 이번에 반도체장비연구실로 바꿨다. 플라즈마연구실은 이전부터 반도체 장비를 연구해 왔는데 그게 이름에 안 나타났다. 이렇게 제품 중심으로 조직명을 바꾸면 연구자들의 생각과 역할도 해당 임무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이번에 새롭게 명명한 액체수소플랜트연구센터, AI로봇연구소, 나노리소그래피연구센터 등도 같은 경우다.

-어떤 제품에 집중할지 어떻게 결정했나.
▶현재의 기술 트렌드가 있고 20년, 30년 후 미래 세대를 위한 예상과 예측이 있을 거다. 일단 현재 먹고 살 것과 미래를 위해 준비할 것으로 나눈다. 예를 들어 2차전지연구실은 현재, 나노연구실은 미래를 대비한 거다. 또 나름의 '3·3·4 원칙'도 적용했다. 먼저 3은 미래를 위해 준비할 것, 그 다음 3은 현재 주력산업을 업드레이드하거나 초격차로 만들어야 하는 것, 4는 폼도 안 나고 누가 알아주지 않지만 기계산업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이다. 신뢰성 평가를 관련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기계연 역대 최고 금액의 해외기술 이전 낭보가 날아들었다.
▶글로벌 석유화학 엔지니어링 업체인 KBR(Kellogg Brown & Root)과 탄소저감 기술(CPOx)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술은 간단히 말해 석유화학 공정에서 메탄을 열원으로 공급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이상연소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권도 확보해 생산단가를 절감하는 것이 가능하다. KBR는 기술이전 법률·라이센싱팀 등이 막강한 데 출연연은 그런 기능이 약하다. 몇 명 안되는 소수의 TLO(기술이전조직)가 20~30년 동안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외국의 노련한 팀과 2년여간 기술가치 산정, 권리침해 분쟁에 대한 책임 여부 등 세부사안을 협상하느라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큰 결실을 맺은 것 같다.

-이번 기술이전으로 배우고 느낌 점이 많겠다.
▶KBR 기술이전 관련 얼마 전 성과교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야구는 프론트, 구단, 협회가 있어 선수가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데 우리 출연연은 선수(연구자)가 프론트, 구단 업무까지 모두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지금 출연연 TLO 대부분은 10명 이하인데 20명 규모로 2배 이상 키워야 한다. MIT(매사추세추공과대학교) TLO 분석자료를 보면 해당 조직의 인력이 늘어날 때 기술이전 실적도 뚜렷하게 증가했다.

-앞으로 기계연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계획인가.
▶전 세계가 디지털, AI가 융합된 자율제조시스템으로 생산성을 혁신하고 있다. 우리도 DX(디지털전환) 전략연구단, AI확산팀 등을 신설했다. 기계산업 분야에서 초격차의 핵심 주제는 자율제조이며 디지털·AI·로봇의 결합이 필수다. 단위 기계 하나하나에 지능을 부여하고, 지능화된 기계로 구성한 제조라인과 공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더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을 선도하는 초격차 기계 기술 'K머신'이라는 한국기계연구원만의 대표브랜드를 완성하겠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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