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셀레나 고메즈, 희귀난치병 루푸스 투병 계기로 환자·장애인 위한 화장품 개발 결심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디즈니가 발굴한 아역 스타이자 빌보드 가수, 할리우드 배우로 유명한 셀레나 고메즈가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화장품 스타트업 대표로 변신했다.
2011년 면역계 희귀난치병 루푸스(전신 홍반성 낭창) 진단을 받고 연예활동을 중단했던 고메즈는 투병 기간 '평등한 아름다움'을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환자, 장애인들을 위한 화장품 '레어 뷰티' 창업에 나섰다. 2019년 창업한 레어 뷰티는 지난해 기준 매출 3억5000만 달러(4800억원), 기업가치 20억 달러(2조7700억원)를 자랑하는 대형 브랜드로 거듭났다.
루푸스는 신체를 지켜야 할 면역계가 신체를 공격하면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유전자와 호르몬, 환경 요인이 섞여 발병한다고 하는데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3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피부, 관절, 신장, 폐, 신경 등 여러 부위에 염증을 동반한다. 관절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한다.
루푸스 진단을 받은 여성들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화장이라고 한다. 화장을 하려면 손 근육을 섬세하게,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움직여야 하는데 관절염과 경직 현상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 화장품 뚜껑을 여는 것부터 난관이라고 한다.
레어 뷰티 제품은 이런 환자들을 위해 설계됐다. 화장품 손잡이를 공 모양으로 만들어 한 손으로도 쉽게 뽑아 쓸 수 있게 했다. 화장품을 바르는 데 사용하는 스펀지는 힘 들여 문지르지 않아도 금방 발리는 부드러운 소재를 채택했다.
팔 골격, 근육에 장애가 있는 30대 캐나다 여성 크리스틴 루스는 지난해 버즈피드뉴스 인터뷰에서 "쇼핑한 제품을 집에서 열려다 못 열었던 적이 몇 번인지 모르겠다"면서 입으로 화장품을 열다 이가 부러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루스는 "물건이 쉽게 열리면 깜짝 놀라곤 하는데, 생각해보면 누가 어떤 물건을 열든 원래 쉽게 열려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레어 뷰티 제품을 샀을 때 깜짝 놀랐다"고 했다.
레어 뷰티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고메즈 본인이 인스타그램 팔로워 4억2000만 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인 탓도 있다. 하지만 레어 뷰티를 알린 것은 고메즈와 같은 루푸스 환자, 장애인들이 사용 후기를 찍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 영상들이었다.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어 휠체어 생활을 한다는 한 틱톡커는 레어 뷰티 립스틱과 타사 제품을 비교하면서 "뚜껑에 있는 공 덕분에 무척 쉽게 제품을 열 수 있었다. 이건 누구라도 쓸 수 있겠다"고 했다.
레어 뷰티는 신경·정형외과 전문 카사 콜리나 병원과 협업해 제품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장애인 인권 단체를 통해 디자인 과정을 공유하고 개선점은 없는지 경청한다. 고메즈는 "다른 브랜드들도 우리와 같은 디자인 방식을 채택할 수 있도록 우리가 모은 정보를 뷰티 업계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레어 뷰티는 내면의 아름다움도 중요시한다. 고메즈가 정의한 내면의 아름다움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화장은 자신의 색깔을 찾아나가는 놀이일 뿐, 완벽한 외모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고메즈는 주장한다.
이 역시 고메즈가 루푸스 투병에서 얻은 교훈이다. 그는 약물 치료 부작용으로 체중 증가와 불안, 우울증을 겪었다. 디즈니채널 드라마 주연을 시작으로 15세부터 연예인으로 살아온 고메즈에게 투병 생활 공개와 외모 변화는 곧 정체성 위기였다. 특히 SNS에서 오고가는 가십은 독이었다. 고메즈는 비서에게 관리를 맡기고 SNS를 끊었다.
고메즈는 심리 치료를 병행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다. 2020년 발매한 곡 '레어' 가사에 이때 깨달음이 담겨있다. "내가 특별하다고 왜 믿어주지 않았을까", "넌 특별하다고 내게 말해줄 사람이 저기 있다고 나는 믿어." 고메즈는 정신 건강을 위한 재단 '레어 임팩트 기금'을 설립해 회사 수익의 1%를 기부하고 있다. 지난 5월 타임지 보도에 따르면 모금된 액수는 1300만 달러(180억원)를 넘겼다.
내면 성찰은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투자회사 레이몬드 제임스의 뷰티 부문 책임자 베네트 호는 지난해 10월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나는 레어 뷰티가 유명인사를 앞세운 브랜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레어 뷰티는 하나의 상징"이라면서 "소비자와 이 정도로 깊이 공감하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소비자들은 고메즈가 아니라 레어 뷰티 브랜드의 의미를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전문지 '비지니스오브패션'은 지난 1월 기사에서 레어 뷰티 기업가치가 20억 달러로 평가됐다면서 올해 M&A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고메즈가 레어 뷰티를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고메즈는 매각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고메즈는 지난 4월 타임지가 주최하는 '타임100 서밋' 행사에서 "(레어 뷰티 경영이) 정말 즐겁다.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다"며 "지금까지 이룬 것들 위에 더 쌓아나가고 싶다"고 했다. 타임지는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하나로 레어 뷰티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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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면역계 희귀난치병 루푸스(전신 홍반성 낭창) 진단을 받고 연예활동을 중단했던 고메즈는 투병 기간 '평등한 아름다움'을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환자, 장애인들을 위한 화장품 '레어 뷰티' 창업에 나섰다. 2019년 창업한 레어 뷰티는 지난해 기준 매출 3억5000만 달러(4800억원), 기업가치 20억 달러(2조7700억원)를 자랑하는 대형 브랜드로 거듭났다.
루푸스는 신체를 지켜야 할 면역계가 신체를 공격하면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유전자와 호르몬, 환경 요인이 섞여 발병한다고 하는데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3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피부, 관절, 신장, 폐, 신경 등 여러 부위에 염증을 동반한다. 관절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한다.
루푸스 진단을 받은 여성들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화장이라고 한다. 화장을 하려면 손 근육을 섬세하게,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움직여야 하는데 관절염과 경직 현상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 화장품 뚜껑을 여는 것부터 난관이라고 한다.
레어 뷰티 제품은 이런 환자들을 위해 설계됐다. 화장품 손잡이를 공 모양으로 만들어 한 손으로도 쉽게 뽑아 쓸 수 있게 했다. 화장품을 바르는 데 사용하는 스펀지는 힘 들여 문지르지 않아도 금방 발리는 부드러운 소재를 채택했다.
팔 골격, 근육에 장애가 있는 30대 캐나다 여성 크리스틴 루스는 지난해 버즈피드뉴스 인터뷰에서 "쇼핑한 제품을 집에서 열려다 못 열었던 적이 몇 번인지 모르겠다"면서 입으로 화장품을 열다 이가 부러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루스는 "물건이 쉽게 열리면 깜짝 놀라곤 하는데, 생각해보면 누가 어떤 물건을 열든 원래 쉽게 열려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레어 뷰티 제품을 샀을 때 깜짝 놀랐다"고 했다.
레어 뷰티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고메즈 본인이 인스타그램 팔로워 4억2000만 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인 탓도 있다. 하지만 레어 뷰티를 알린 것은 고메즈와 같은 루푸스 환자, 장애인들이 사용 후기를 찍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 영상들이었다.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어 휠체어 생활을 한다는 한 틱톡커는 레어 뷰티 립스틱과 타사 제품을 비교하면서 "뚜껑에 있는 공 덕분에 무척 쉽게 제품을 열 수 있었다. 이건 누구라도 쓸 수 있겠다"고 했다.
레어 뷰티는 신경·정형외과 전문 카사 콜리나 병원과 협업해 제품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장애인 인권 단체를 통해 디자인 과정을 공유하고 개선점은 없는지 경청한다. 고메즈는 "다른 브랜드들도 우리와 같은 디자인 방식을 채택할 수 있도록 우리가 모은 정보를 뷰티 업계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레어 뷰티는 내면의 아름다움도 중요시한다. 고메즈가 정의한 내면의 아름다움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화장은 자신의 색깔을 찾아나가는 놀이일 뿐, 완벽한 외모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고메즈는 주장한다.
이 역시 고메즈가 루푸스 투병에서 얻은 교훈이다. 그는 약물 치료 부작용으로 체중 증가와 불안, 우울증을 겪었다. 디즈니채널 드라마 주연을 시작으로 15세부터 연예인으로 살아온 고메즈에게 투병 생활 공개와 외모 변화는 곧 정체성 위기였다. 특히 SNS에서 오고가는 가십은 독이었다. 고메즈는 비서에게 관리를 맡기고 SNS를 끊었다.
고메즈는 심리 치료를 병행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다. 2020년 발매한 곡 '레어' 가사에 이때 깨달음이 담겨있다. "내가 특별하다고 왜 믿어주지 않았을까", "넌 특별하다고 내게 말해줄 사람이 저기 있다고 나는 믿어." 고메즈는 정신 건강을 위한 재단 '레어 임팩트 기금'을 설립해 회사 수익의 1%를 기부하고 있다. 지난 5월 타임지 보도에 따르면 모금된 액수는 1300만 달러(180억원)를 넘겼다.
내면 성찰은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투자회사 레이몬드 제임스의 뷰티 부문 책임자 베네트 호는 지난해 10월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나는 레어 뷰티가 유명인사를 앞세운 브랜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레어 뷰티는 하나의 상징"이라면서 "소비자와 이 정도로 깊이 공감하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소비자들은 고메즈가 아니라 레어 뷰티 브랜드의 의미를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전문지 '비지니스오브패션'은 지난 1월 기사에서 레어 뷰티 기업가치가 20억 달러로 평가됐다면서 올해 M&A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고메즈가 레어 뷰티를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고메즈는 매각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고메즈는 지난 4월 타임지가 주최하는 '타임100 서밋' 행사에서 "(레어 뷰티 경영이) 정말 즐겁다.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다"며 "지금까지 이룬 것들 위에 더 쌓아나가고 싶다"고 했다. 타임지는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하나로 레어 뷰티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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