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 않던 사칭 범죄…범정부 TF에 플랫폼도 변화 중

배한님 기자 기사 입력 2024.04.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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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사칭'과의 전쟁]④사칭 범죄 기승, 정부 대응은

[편집자주] 유명인 사칭 온라인 사기 광고가 전세계에서 기승을 부린다. 이에 홀린 일반인들은 물론 범죄에 얼굴을 도용당한 유명인들까지 피해를 호소하지만 사기범들은 가면을 바꿔 쓰고 플랫폼을 갈아타며 암약중이다.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빅테크 플랫폼도 '신뢰의 위기'에 직면하자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사칭과의 전쟁 최일선에 나선 테크기업과 관계당국의 노력을 점검한다.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해결을 위한 모임(유사모)'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플랫폼과 정부의 해결 노력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해결을 위한 모임(유사모)'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플랫폼과 정부의 해결 노력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피해가 증가하면서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 등 주무 부처를 중심으로 불법게시물 삭제 요구 등 방안이 나온다. 지나치게 빠른 사칭 게시물 확산으로 정부 대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범정부 TF(태스크포스)까지 운영하며 손 놓고 있던 플랫폼을 움직이게 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칭 광고 피해를 막기 위해 플랫폼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10월 네이버·카카오·X(옛 트위터)·메타(옛 페이스북) 등 주요 플랫폼 사업자에 피해자 신고 절차 안내·타인 사칭 계정에 대한 통제 장치 운영 강화 등 개인정보보호 강화 조치를 긴급 요청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운영 중인 플랫폼 기업과의 직통회선(Hot-line)으로 불법 게시물 탐지·삭제 등 대응도 강화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도 발맞춰 사칭 광고에 대한 시정 요구를 결정하고 관련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범행 수법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정부 대응이 미온적이어서 피해 예방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불법 게시물 1개를 삭제하면 10개가 생겨난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정부 관계자는 "범죄자들이 '떴다방'처럼 광고를 뿌리고 사라지는 바람에 수사기관이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달 22일 사칭 피해자인 유명인들이 나서서 정부와 플랫폼의 해결 노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도 대응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27일에는 국무조정실 주재로 유명인 사칭 광고를 통한 불법사금융 및 불법금융투자사기 피해 확산을 막을 범정부 TF 회의가 열렸다. 국무조정실·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방통위·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감원) 등 관계 부처가 참석했다. TF는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관계 기관끼리 공유해 단속 효율성을 높이면서 플랫폼의 자정 노력을 독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경찰청도 특별단속을 강화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방통위와 방심위도 한층 대응을 강화했다. 방통위는 지난 9일 KISA와 사칭 피해에 대해 '제1호 이용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고, 주요 피해 유형을 소개했다. 온라인피해지원협의회를 통한 피해 구제 방안도 강구 중이다. 방심위도 지난 1분기 신고 받은 37건의 사칭 정보를 모두 시정요구했다. 금감원도 플랫폼의 자정을 유도하기 위한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지 않는 플랫폼에 최대 연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영국의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Bill)을 참고 중이다.

이같은 정부 움직임에 플랫폼도 태도를 달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대응 온도가 바뀌자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구글과 메타 같은 해외 기업까지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며 "사칭 범죄 소탕을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 기자 사진 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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