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애플이 최근 웹툰 서비스에 나선 가운데 국내 웹툰기업들이 표정관리에 나섰다. 한국 업체들만 공을 들이던 이 시장에 글로벌 빅테크가 뛰어들면서 웹툰이 주류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을 더 키웠다는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전자책 플랫폼 애플북스는 하반기 중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등 전 세계 51개국에 '버티컬 리딩 코믹스(Vertical Reading Comics, 웹툰)'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애플은 지난 4월 일본에서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아마존 역시 지난 3월 일본에서 '아마존 플립툰'이라는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 글로벌 대세는 만화책의 온라인 버전이지만…"웹툰 폼 미쳤다" 웹툰 업계는 애플과 아마존의 참전이 웹툰 산업 성장의 신호탄으로 본다. 네이버(NAVER (193,200원 ▲3,200 +1.68%))와 카카오 (36,150원 ▲100 +0.28%) , NHN (16,320원 ▼660 -3.89%)등 국내 기업이 10여 년을 공들여온 시장에 빅테크가 뛰어든 것은 일견 위협적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가세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으며 도리어 웹툰 콘텐츠에대한 수요를 늘려 수급이 활성화되면 이는 웹툰장르에서 경쟁력이 높은 국내기업들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네이버의 라인망가나 카카오의 픽코마가 진출하기 전부터 일본에는 이미 수백개의 웹과 앱으로 만화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존재했다. 해당 플랫폼들은 만화책을 온라인으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온라인으로 소비하는 만화라고 하면 모두 '웹툰'을 생각하지만, 북미·일본에서는 아직 웹툰이 주류 장르는 아니라는 의미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일본의 카카오 픽코마에서는 일본 망가 비중이 웹툰보다 크다"고 말했다. 마블이나 DC 등 코믹스가 주류인 북미에서는 웹툰을 대표적인 '스낵 컬쳐(자투리 시간에 소비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분류한다.
웹툰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인들에게는 위에서 아래로 읽는 만화인 웹툰이 이미 주된 콘텐츠 소비 형태로 자리 잡았지만, 북미·일본에서는 여전히 책장을 넘기며 보는, 하드카피와 동일한 형태의 만화를 온라인에서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이 웹툰 유통과 제작에 나선 것은 웹툰의 위상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웹툰 수급 늘면 산업 전체에 호재…"애플·아마존, 경쟁상대로만 볼 이유 없다" 한국에서 시작한 '웹툰' 장르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세로로 읽도록 구성된다. 책장을 넘기며 보는 기존 만화와 태생부터 다르다.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이 국내 웹툰 제작사 '케나즈'에 투자한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인기를 얻은 K-영화와 K-드라마 작품 다수가 웹툰 원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웹툰 창작자에 대한 투자가 더욱 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타임지가 지난 6월 뽑은 하반기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기대작 7개 중 △사냥개들 △D.P. 시즌2 △스위트홈 시즌2 △이두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 5개가 웹툰이 원작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Forbes)도 지난 4월 '네이버웹툰' 기사에서 미국 웹툰 시장이 21억 달러(한화 약 2조7000억원) 규모라 소개하며 성장 산업으로 조명한 바 있다. 포브스는 아마추어 창작자에게도 수익을 배분하는 상생 모델과 IP를 바탕으로 한 2차 사업으로의 확장 등을 웹툰 성공 요인으로 분석했다.
또 다른 웹툰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웹툰 콘텐츠 수급이 늘면 웹툰 플랫폼도 함께 부흥할 수 있다"며 "이미 좋은 웹툰 작품을 선별하는 능력이 있는 국내 업체들이 애플이나 아마존과 경쟁에 밀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 기자 사진 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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