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경웅 크레진 대표이사
"예전엔 단열이 잘 되고 전기가 안 통하는 플라스틱을 찾았다면 지금은 열을 빨리 통과시키고 전기도 잘 흐르는 플라스틱을 찾습니다. "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배터리 등 관련 부품 소재 특성도 이처럼 급변한다고 말한 김경웅 크레진 대표이사는 업계 내로라하는 '기술 덕후'다.
1999년부터 6년간 다닌 플라스틱 소재 전문기업 데스코에서 퇴사 한 뒤 매년 1월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를 빠지지 않고 찾을 정도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필립스 등 공룡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참전한 TV전쟁에서부터, 초소형 CPU(중앙처리장치) 칩셋 여러 개를 장착한 아이폰의 화려한 데뷔식 등 역대 ICT 역사의 획을 그은 거대 이벤트를 모두 관전했다는 그는 "여러 종류의 신제품에서 차별점이나 경쟁력을 결정 짓는 요소는 단연코 소재"고 강조했다.
2005년 대구테크노파크 창업보육센터에서 기능성 컴파운드 제조 전문소재 1인 기업으로 시작, 2020년 '뷰티 컬러렌즈' 제작을 위한 압축 몰딩(압축 성형기에 암수의 금형(金型)을 장치하고, 그 사이에 분말 상태 재료를 넣어 압력·열을 가해 성형하는 방법)용 소재로 한국과 중국시장에서 90%대 점유율을 기록한 그는 크레진 대표지만 대경ACI엔젤클럽 회장이란 명함도 함께 갖고 다닌다.
대구의 첫 엔젤투자기관으로 2014년 설립됐다. 그가 지금까지 투자한 지역 스타트업은 총 8곳인 데 정작 크레진 사업과 시너지를 낼만한 소재 관련 기업은 단 1곳도 없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저도 거의 제로에서 시작해 땅, 공장, 기계까지 싹 다 기술보증기금과 벤처캐피탈 지원을 받아 일궜다"며 "제가 투자를 하는 이유는 그때 고마움을 되갚기 위한 도네이션(donation, 기부) 개념이 크다"고 말했다.
크레진은 2005년 창업 이래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 △다양한 컬러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저가 경량화 특성을 지닌 고방열 나노복합소재 △빛을 확산시키는 고효율 광학산 복합소재 △전기 전도성 나노 복합 소재 등을 개발했다.
최근 그래핀 적용 복합재, 바이오 플라스틱 복합소재를 개발하고 베트남 시장 확장을 꾀하고 있는 그를 지난달 22일 경상북도 성주군 선남면 문방리 공장에서 만났다.
-산중턱 오지에 이런 큰 공장이 있을지 몰랐다.
▶대략 3800평(1만2527㎡) 정도 된다. 중국 영업에 집중하기 위해 2021년쯤 대구 본사를 이곳으로 옮겨 합쳤다. 그런데 하필 이때 코로나19(COVID-19)가 터지는 바람에 중국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도 최근 3년 간 수출 물량이 20%씩 꾸준히 증가해 작년에 '300만불 수출탑'도 받았다.
-어떤 제품으로 받았나.
▶한 품목으로 받았다. 뷰티 컬러렌즈인데 수출량의 거의 99%를 차지한다. 코로나19 기간 마스크 때문에 색조 화장품을 포함한 미용 산업 전반이 위축된 반면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은 눈을 강조하는 뷰티 트렌드가 생겨나면서 2020년부터 지금까지 미용 콘택트렌즈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사실 이전에 자동차와 전기전자 부품용 소재인 폴리아미드 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집중적으로 해오다가 뷰티 컬러렌즈를 제작하는 몰딩 소재로 전환했는데 자동차를 포기하고 난 후 입게 된 60억원 가량의 손실액 상당 부분을 모두 매울 정도로 대히트를 치고 있다. 국내와 중국 시장점유율이 90% 가까이 된다.
-지금 보유한 전기·열 전도성 플라스틱 소재 개발 기술은 자동차 경량화 및 공정 혁신에 기여할만한 제품인데 왜 접었나.
▶이미 대기업들도 다 뛰어든 '레드오션'이다. 자기 브랜드로 장사하는 중소기업이 10%가 안 된다. 대부분 하청이라 손익이 자꾸 나빠져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정리했다.
-콘텍트 렌즈 관련 제품이 기대 이상으로 선방했다.
▶이전엔 중국이 한국에서 완성품을 사갔다면 지금은 현지 공장에서 직접 만든다. 이때 설비 구축에 필요한 몰딩 소재를 우리가 공급한다. 중국 광동성, 길림에 위치한 공장 8~9곳에 공급 중이며 대만에도 납품한다.
-관련 소재를 다루는 중소기업만 국내에 300~400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왜 크레진인가.
▶크레진은 크레이티브의 '크'와 플라스틱을 뜻하는 레진(resin, 합성수지)의 합성어로, 상호명처럼 수요기업이 원하는 소재를 잘 만든다. 만약 붕어빵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면 팥만 넣는 건 아니지 않나. 손님 취향에 맞춰 크림을 듬뿍 넣을 때도 있고, 반죽을 더 쫄깃하게 만들 떄도 있을텐데 이런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소재를 맞춤형으로 제작·공급하는게 우리의 경쟁력이다.
-최근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그래핀이다. 10년간 투자했고 최근엔 한국세라믹기술원과 함께 그래핀 두께를 측정하는 등 그 특성을 분석하는 방법을 표준화하는 R&D(연구개발)를 진행 중이다. 우리 그래핀의 특징이라면 흑연에 일정한 힘을 가해 부셔서 만드는 물리적 방식이 아닌 화학적 방식으로 만든다. 그러면 강도는 유지하면서 더 얇게 만들 수 있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기술을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가.
▶설립 초기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패밀리기업으로 필요한 지원을 많이 받았다. 지금까지 받은 분석 자료만 대략 라면 두박스 정도다. 해외 기업의 소재 성분 조성과 특허 분석은 물론 국내외 컬러 콘택트 렌즈 시장 소재 동향 자료도 받았다.
친환경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기술 개발을 위한 각종 지원도 받고 있다. 최근엔 그래핀을 이용한 디지털 전자기기 고방열 박막 시트 개발 연구 등 국가 R&D 과제 4건에 선정돼 36억원의 연구비를 수주했다. 이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그래핀, CNT 등 탄소복합소재 상용화와 맞춤형 주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배터리 등 관련 부품 소재 특성도 이처럼 급변한다고 말한 김경웅 크레진 대표이사는 업계 내로라하는 '기술 덕후'다.
1999년부터 6년간 다닌 플라스틱 소재 전문기업 데스코에서 퇴사 한 뒤 매년 1월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를 빠지지 않고 찾을 정도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필립스 등 공룡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참전한 TV전쟁에서부터, 초소형 CPU(중앙처리장치) 칩셋 여러 개를 장착한 아이폰의 화려한 데뷔식 등 역대 ICT 역사의 획을 그은 거대 이벤트를 모두 관전했다는 그는 "여러 종류의 신제품에서 차별점이나 경쟁력을 결정 짓는 요소는 단연코 소재"고 강조했다.
2005년 대구테크노파크 창업보육센터에서 기능성 컴파운드 제조 전문소재 1인 기업으로 시작, 2020년 '뷰티 컬러렌즈' 제작을 위한 압축 몰딩(압축 성형기에 암수의 금형(金型)을 장치하고, 그 사이에 분말 상태 재료를 넣어 압력·열을 가해 성형하는 방법)용 소재로 한국과 중국시장에서 90%대 점유율을 기록한 그는 크레진 대표지만 대경ACI엔젤클럽 회장이란 명함도 함께 갖고 다닌다.
대구의 첫 엔젤투자기관으로 2014년 설립됐다. 그가 지금까지 투자한 지역 스타트업은 총 8곳인 데 정작 크레진 사업과 시너지를 낼만한 소재 관련 기업은 단 1곳도 없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저도 거의 제로에서 시작해 땅, 공장, 기계까지 싹 다 기술보증기금과 벤처캐피탈 지원을 받아 일궜다"며 "제가 투자를 하는 이유는 그때 고마움을 되갚기 위한 도네이션(donation, 기부) 개념이 크다"고 말했다.
크레진은 2005년 창업 이래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 △다양한 컬러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저가 경량화 특성을 지닌 고방열 나노복합소재 △빛을 확산시키는 고효율 광학산 복합소재 △전기 전도성 나노 복합 소재 등을 개발했다.
최근 그래핀 적용 복합재, 바이오 플라스틱 복합소재를 개발하고 베트남 시장 확장을 꾀하고 있는 그를 지난달 22일 경상북도 성주군 선남면 문방리 공장에서 만났다.
-산중턱 오지에 이런 큰 공장이 있을지 몰랐다.
▶대략 3800평(1만2527㎡) 정도 된다. 중국 영업에 집중하기 위해 2021년쯤 대구 본사를 이곳으로 옮겨 합쳤다. 그런데 하필 이때 코로나19(COVID-19)가 터지는 바람에 중국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도 최근 3년 간 수출 물량이 20%씩 꾸준히 증가해 작년에 '300만불 수출탑'도 받았다.
-어떤 제품으로 받았나.
▶한 품목으로 받았다. 뷰티 컬러렌즈인데 수출량의 거의 99%를 차지한다. 코로나19 기간 마스크 때문에 색조 화장품을 포함한 미용 산업 전반이 위축된 반면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은 눈을 강조하는 뷰티 트렌드가 생겨나면서 2020년부터 지금까지 미용 콘택트렌즈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사실 이전에 자동차와 전기전자 부품용 소재인 폴리아미드 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집중적으로 해오다가 뷰티 컬러렌즈를 제작하는 몰딩 소재로 전환했는데 자동차를 포기하고 난 후 입게 된 60억원 가량의 손실액 상당 부분을 모두 매울 정도로 대히트를 치고 있다. 국내와 중국 시장점유율이 90% 가까이 된다.
-지금 보유한 전기·열 전도성 플라스틱 소재 개발 기술은 자동차 경량화 및 공정 혁신에 기여할만한 제품인데 왜 접었나.
▶이미 대기업들도 다 뛰어든 '레드오션'이다. 자기 브랜드로 장사하는 중소기업이 10%가 안 된다. 대부분 하청이라 손익이 자꾸 나빠져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정리했다.
-콘텍트 렌즈 관련 제품이 기대 이상으로 선방했다.
▶이전엔 중국이 한국에서 완성품을 사갔다면 지금은 현지 공장에서 직접 만든다. 이때 설비 구축에 필요한 몰딩 소재를 우리가 공급한다. 중국 광동성, 길림에 위치한 공장 8~9곳에 공급 중이며 대만에도 납품한다.
-관련 소재를 다루는 중소기업만 국내에 300~400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왜 크레진인가.
▶크레진은 크레이티브의 '크'와 플라스틱을 뜻하는 레진(resin, 합성수지)의 합성어로, 상호명처럼 수요기업이 원하는 소재를 잘 만든다. 만약 붕어빵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면 팥만 넣는 건 아니지 않나. 손님 취향에 맞춰 크림을 듬뿍 넣을 때도 있고, 반죽을 더 쫄깃하게 만들 떄도 있을텐데 이런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소재를 맞춤형으로 제작·공급하는게 우리의 경쟁력이다.
-최근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그래핀이다. 10년간 투자했고 최근엔 한국세라믹기술원과 함께 그래핀 두께를 측정하는 등 그 특성을 분석하는 방법을 표준화하는 R&D(연구개발)를 진행 중이다. 우리 그래핀의 특징이라면 흑연에 일정한 힘을 가해 부셔서 만드는 물리적 방식이 아닌 화학적 방식으로 만든다. 그러면 강도는 유지하면서 더 얇게 만들 수 있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기술을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가.
▶설립 초기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패밀리기업으로 필요한 지원을 많이 받았다. 지금까지 받은 분석 자료만 대략 라면 두박스 정도다. 해외 기업의 소재 성분 조성과 특허 분석은 물론 국내외 컬러 콘택트 렌즈 시장 소재 동향 자료도 받았다.
친환경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기술 개발을 위한 각종 지원도 받고 있다. 최근엔 그래핀을 이용한 디지털 전자기기 고방열 박막 시트 개발 연구 등 국가 R&D 과제 4건에 선정돼 36억원의 연구비를 수주했다. 이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그래핀, CNT 등 탄소복합소재 상용화와 맞춤형 주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관련기사
- 獨·日서 수입하던 '바람으로 쇠 깎는 장비'...슈퍼컴 덕에 국산화
- 카이스트 석·박사생, 일반 국민 기술창업 돕는다
- 재료硏, '친환경 열경화성 수지 제조기술' 금호피앤비화학에 이전
- NTT·MSYS 등 日대기업 "사내 영어교육, K-스타트업 솔루션 검토"
- '해외 로밍 스타트업' 가제트코리아, 뮤렉스 등에서 20억 프리A 유치
-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