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로 일냈다…질병 DNA '싹둑', 최대 4500억 기술 수출

김인한 기자 기사 입력 2023.03.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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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위권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역대급 계약 체결
동물실험, 임상시험 모두 성공하면 기술료 전액 수령
시각·근육장애, 뇌질환 등 희귀질환 치료법 개발 목표

유전자가위 기술 모식도. /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가위 기술 모식도. /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2021년 9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창업기업 '진코어'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진코어에서 개발 중인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을 도입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내 20위권 제약·바이오 기업이 보내온 러브콜이었다. 그로부터 1년여간 기술교류를 이어가던 진코어는 지난해 12월 3억5000만달러(약 4500억원)에 달하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동물실험과 사람 대상 임상시험별 성과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달라지지만,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은 역대급 계약으로 평가된다.

김용삼 진코어 대표는 29일 생명공학연구원 대전 본원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시각장애나 근육장애, 뇌질환 등 희귀질환은 치료법이 없고 고통을 완화하는 대증치료만 존재한다"며 "하지만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이 도입되면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가 2019년 바이오기업 '진코어'를 창업해 현재 유전자가위를 통해 희귀질환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가 2019년 바이오기업 '진코어'를 창업해 현재 유전자가위를 통해 희귀질환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 대표는 2021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초소형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CRISPR-Cas12f1' 개발 성과를 게재해 주목받았다. 유전자가위는 인간·동식물 세포의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내 해당 부위 DNA를 절단하는 기술이다. 몸속 DNA는 30억개에 달한다. 희귀질환은 30억개 중 특정 부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유전자가위는 변이 유전자를 찾아 길을 안내해주는 '가이드 RNA'와 표적 부위를 자르는 '핵산 분해효소'로 나뉜다. 현재 범용되는 유전자가위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절단 효소에 따라 Cas9, CAS12a 등으로 나뉜다. 가장 대중적인 크리스퍼 Cas9의 경우, 절단 효소인 Cas9 크기가 커 체내 전달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진코어는 절단 효소로 Cas14를 사용하는 유전자가위를 개발했다. 기존 Cas9보다 크기가 3분의 1 수준으로 작게 만들어 유전자 교정 효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여기에 표적하지 않는 부위를 절단하는 오작동 비율도 낮췄다.

김 대표는 "이전에 없던 연구를 하면 실험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불안감이 든다"면서도 "그렇지만 검증 작업을 통해 실험 가설을 증명하는 일이 과학의 진정한 기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전자가위 연구를 시작한 2017년부터 주말이나 명절 개념 등 없이 즐겁게 연구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과는 상호 계약 조건에 따라 어떤 질환을 타깃하는지 등은 모두 비공개"라면서 "글로벌 제약 시장에선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치료법 개발 경쟁이 붙어 이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코어는 앞으로 시각장애나 정신질환, 근육위축증, 빈혈, 암 등 다양한 유전질환과 희귀질환에 대한 혁신 신약을 개발할 예정이다. 진코어는 2019년 창업한 이래 총 207억원의 누적 투자액을 유치했다. 글로벌 기업과 초거대 계약 당시 수십억원 규모 계약금을 받기도 했다. 진코어는 희귀질환 치료법 기술개발에 성공할 경우 4500억원을 모두 받는다. 중도에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때까지의 기술료만 받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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