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물 '발암물질 오염' 공포…100년된 폐수처리장치 거꾸로 만들었더니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8.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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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신용일 아쿠아웍스 대표, 고효율 산기관 개발 등 '폐수 무방류' 도전장

"벤젠 무단방류(1994년 1월), 유류 유출(2005년 7월), 퇴적토 중금속 오염(2006년 6월), 페놀 오염사고(2008년 3월), 다이옥신 유출(2009년 1월) 등 끝이 없죠. 말도 마세요. 이게 다 발암물질입니다. 이걸 마신다고 생각해 보세요." 수처리 전문기업 아쿠아웍스의 신용일 대표의 말이다.

그의 이름 뒤엔 항상 '물(水)이사'라는 칭호가 붙는다. 2019년 12월 창업 전 이력을 보면 플러스환경 물·환경사업부이사, 우진건설 물·사업본부 이사, 시노펙스 물·환경사업부이사 등 직함 앞엔 꼭 '물'자가 붙어 있다.

물을 맑게 만드는 수처리 분야 설계·시공에 뛰어난 엔지니어로 에티오피아 마을 상수도 설치사업에 연구책임자로도 활동한 바 있는 신 대표는 대구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대구와 포항, 구미 등 경북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댐물을 마십니다. 빗물인데다 산에서 한차례 걸러진 물이니까 깨끗하죠. 그러면 대구·포항·구미 등에선 뭘 마실까요. 주로 강물을 취수원으로 씁니다. 그런데 낙동강 주위로 하수·폐수처리장, 산단 치수장 등이 빼곡히 몰려 있어요. 이러니까 폐수 방류 뉴스가 나오면 동네사람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거죠."

'늦깎이 창업'에 나선 신 대표가 뛰어든 폐수 시장은 환경산업 부문에서 "악~" 소리나는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신 대표에 따르면 업계는 비슷한 효율에 폐수처리장치를 놓고 '수주 출혈경쟁'을 벌인다. 1억원에서 100억원까지 처리용량, 폐수 종류에 따라 입찰 경쟁규모도 다양한데, 수주업체가 가져가는 영업이익은 통상적으로 전체 사업비의 10% 정도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제조단가, 인건비 등 각종 비용까지 치솟아 밑지는 장사라는 얘기가 나온다.

신 대표는 그걸 알면서도 뛰어들었다고 했다. "대기업, 수자원공사도 풀지 못한 일을 저희가 해냈거든요. 기술 차별화로 마진율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왼쪽사진은 하폐수처리장에 설치된 옛 산기관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아쿠아웍스에서 개발한 고효율 산기관의 모식도/사진=아쿠아웍스
왼쪽사진은 하폐수처리장에 설치된 옛 산기관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아쿠아웍스에서 개발한 고효율 산기관의 모식도/사진=아쿠아웍스
아쿠아웍스는 기존 문제점을 해결한 '고효율 산기관'을 개발, 지난 19일 국가기술표준원에서 'NET 신기술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우수한 신기술임을 정부가 인증하는 제도로 조달청 시범구매 및 수의계약, 수출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산기관은 간단히 말해 어항에 산소를 공급하는 공기펌프 같은 장비다. 폐수를 먹이로 삼는 미생물들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전체 하폐수 처리 공정의 94%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기술이다.

현재 유통되는 산기관은 100년도 더 된 낡은 기술이다. 평균 깊이가 5m 정도인 폐수장 바닥에 설치돼 있는데 산소 구멍이 자주 막힌다는 단점이 있다. 막힘·터짐 현상이 발생하면 폐수를 모두 빼내고 사람이 직접 들어가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외부로 악취가 나가지 않는 밀폐형 구조여서 작업 도중 중대재해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

신용일 아쿠아웍스 대표/사진=아쿠아웍스
신용일 아쿠아웍스 대표/사진=아쿠아웍스
아쿠아웍스의 산기관은 폐수처리장 바닥이 아닌 상단에 설치하는 역발상 구조인데다 파이프형이라 막힘·터짐·경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만큼 산소전달효율도 기존(15%) 보다 4배 이상 많은 65.6%로, 더많은 오염물을 처리할 수 있다. 이 같은 성능 향상은 폐수처리장 전력량과 소요부지를 각각 10%, 5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혹시나 장비 교체가 필요해도 처리장 위에서 하기 때문에 공정을 정지하고 물을 뺄 필요가 없다.

최근 자료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상하수도 혁신 기술개발사업 2017년도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산기관 시장은 총 기자재 시장의 5%인 1520억원 규모이며, 해외시장 규모는 국내의 약 10배 정도에 이른다.

신 대표는 현재 고효율 산기관에 이어 최대 95%에 달하는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스템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책 과제로 받아 개발 중이다. "우리는 물 부족 국가인데다 수질오염 규제도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죠. 깨끗한 식수원 보존은 재이용 기술 고도화에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이용 과정에서 회수율을 높여야 나중에 무방류로 갈 수가 있어요. 우리의 목표는 무방류입니다. "

신 대표는 정부 지원 사업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가 최근 신한스퀘어브릿지를 만나면서 스케일업 기회를 잡게 됐다. "평가위원회에서 발표가 끝나면 항상 질문이 없었어요. 떨어진 후에 물어보면 기술 파악이 쉽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죠. 물론 장기간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제조업 시장에 대한 고려도 있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스퀘어브릿지에서 저희 기술을 인정하고 친환경 인큐베이션 1기에 선정해줘 투자 연계 등 각종 지원을 받고 있어요. 민간은행에서 이런 분야까지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는 게 많이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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