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앞두고 창업한 과학자...'외산천하' 로봇부품시장 뒤흔든다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8.2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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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웰콘시스템즈 박상덕 대표, 서보 드라이버 '커스터마이징·가격차별화' 승부수

박상덕 웰콘시스템즈 대표/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상덕 웰콘시스템즈 대표/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정년 퇴임하면 뭐할래?"
"창업..."
"아서라, 모아둔 돈 한방에 날린다."

그도 한때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했던 일에 기대어 두 번째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박상덕 웰콘시스템즈 대표의 얘기다. "사실 저도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를 견딜 자신감이 없었거든요. 막상 시작해보면 길이 많은 데, 그땐 잘 몰랐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로봇응용연구부문에서 제조로봇 기술 개발에 매진한 32년차 연구자 박 대표. 일생을 과학자 한길을 걸어온 그가 퇴임을 앞둔 6년 전, 창업을 선언하자 입사 동기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반응했다. 현재 생기원 정년은 61세, 그는 올해 59세다.

박 대표는 2018년 연구소기업(웰콘시스템즈)을 차리고, 제조로봇의 구동 모터를 고속·고정밀로 제어하는 핵심부품인 '서보 드라이브'를 국산화했다. 드라이브의 기능은 쉽게 말해 로봇팔 관절 별로 각기 다른 명령을 전달하고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작업자가 컴퓨터 상에서 1번 모터는 10도 정도 돌리고, 2번 모터는 6000RPM(분당회전수)을 내고, 3번은 최대 출력 136kW(킬로와트)의 힘을 내게 하는 각각의 명령을 입력하면 제대로 실행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은퇴 후 낯선 삶의 단계와 맞닥뜨리기 전 박 대표 머리는 복잡했다. 그는 "처음엔 연구자의 기술과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을 연결해주는 '기술 복덕방'을 구상했었는데 어느 날부터 비슷한 콘셉트의 온라인 플랫폼들이 나오면서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이후 미래 첨단으로 주목받는 스마트팩토리용 협동로봇 시장 진출로 방향을 틀었다. 생기원에 축적된 기술들을 다 모으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제품이 나오기 전에 열악한 자금 사정으로 회사가 쓰러지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버텨줄 밑천이 필요했다. 그래서 꾸준히 '돈줄' 역할을 해줄 아이템을 고민하다 최종적으로 드라이브를 택했다.

생기원 로봇응용연구부문 연구자들이 2000년대 초반 서비스로봇을 연구하면서 필요했던 서보 드라이브를 자체 개발했었다. 하지만 이후 수요 기업의 요구가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빛을 보지 못하고 서랍 속에 묻혔다. 이 기술을 박 대표가 다시 끄집어내 지난 3년간 협업연구, 시제품 출시, 초기 납품 등의 과정을 거쳐 BLDC(브러시리스)모터용 서보드라이브로 상용화했다.

박 대표는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로 통한다. 2019년 11월 한국과학기술지주(KST)로부터 5억원대 투자를 받아 회사 모양새를 갖추자마자 코로나19(COVID-19)가 터져 특수를 누렸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노트북, 스마트폰 등 ICT(정보통신기술)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국내 관련 회사들도 생산 라인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됐다"며 "지난해 반도체 이송장비용 드라이브 160개를 대기업 S사에 납품했고, 중국 기업 7곳으로부터 대량 수주도 받았다"고 했다.

웰콘시스템즈가 생산중인 서보 드라이브/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웰콘시스템즈가 생산중인 서보 드라이브/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 대표는 올해 1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언뜻 중장비 업계 매출 규모 치곤 작게 느껴지나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무명의 스타트업인데다 '외산 브랜드 천하'인 드라이브 시장에서 토종기업이 이 정도 수익을 낸다는 건 '기적 같은 선방'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제조로봇 구동용 BLDC모터와 이를 제어하는 서보 드라이브 시장은 이스라엘, 독일, 스위스 등 정밀공업 강국이 전 세계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웰콘시스템즈의 승부수는 '커스터 마이징'(customizing·맞춤제작서비스)에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이 기능은 빼고 가격을 낮춰주세요.", "여기에 맞게 드라이브 크기를 줄여주세요"와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 납품한다. 지금껏 드라이브는 통상적으로 구매자가 능력껏 고쳐 쓰는 게 시장 관행처럼 여겨졌던 탓에 웰콘시스템즈의 이 같은 파격 서비스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데다 기존 제품들보다 30% 싼 가격에 주겠다니 "무조건 껌뻑 넘어가게 돼 있다"는 게 박 대표의 말이다.

웰콘시스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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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최근 정부의 구매 조건부 과제로 중국 한 로봇회사와 협동로봇 드라이브를 개발하고 테스트 하고 있다. 그는 "중국 회사가 1년에 파는 로봇이 약 3000대"라며 "로봇 한대당 드라이브가 6개 들어가니 대략 1만8000개를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굳이 협동로봇이 아니더라도 요즈음 로봇 바리스타부터 치킨 조리로봇 등 무인매장이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며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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