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업팩토리]로봇 스타트업 에프알티, 웨어러블 로봇 '스텝업' 공개...현장 근로자 근골격계 질환 예방 기대
"막상 입으시면 편해서 벗기 싫을 겁니다."
30일 오전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티스테이션 대전점, 현장 시연 도우미가 기자에게 검은색 외골격 로봇을 입혀주며 이렇게 말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금속 기계장치를 배낭처럼 매고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이용해 허리와 두 허벅지를 연결했다. 입는 데 드는 시간은 대략 1분 남짓 정도로 예상보다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었다. 무게감은 2~3kg대 등산배낭을 어깨에 맸을 때와 같았다.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힘들어 보이는 로봇을 입고 20kg에 가까운 타이어를 들기 위해 허리를 숙이자 등 부위에서 '위잉'하는 기계음이 나면서 구부정한 허리를 앞으로 슬쩍 밀어 곧게 펴줬다. 허리보호대 역할을 한 것이다. 무거운 타이어 수십 개를 쌓아 올렸지만 허리에 큰 무리가 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금방 로봇에 익숙해졌고, 타이어를 들고 자동차 수리센터 내부 곳곳을 성큼성큼 돌아다녔다.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자동차 하부로 들어갔다. 허리와 무릎을 굽힌 채로 작업을 하는 환경에 놓이자 로봇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힘을 쓰기 시작했다. 마치 어딘가에 기대서 일하듯 로봇이 지탱해줘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기자가 시연한 제품은 로봇 스타트업 '에프알티'(FRT)가 현장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한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스텝업'(Step-up)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인간의 신체로부터 의도 신호를 측정해 구동부를 제어하며, 이로써 착용자의 신체능력을 향상하키는 장치를 말한다. 미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산업 현장을 비롯해 국방,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화가 진행 중이다. 특히 무거운 철판을 옮길 일이 많은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에서 주로 도입하는 추세다.
스텝업은 2010년 소방·국방용으로 개발한 '하이퍼'의 후속작으로 건설·물류·제조 현장 근로자 작업 맞춤형으로 개량한 것이다. FRT에 따르면 하이퍼는 전쟁이나 화재 시 인명 구조용으로 쓰기 위해 개발됐으며 25kg 이상의 중량물 이송을 지원한다. 위생병, 소방관들의 다리 힘을 키워주는 '하체 강화형' 타입이다. 스텝업은 허리, 무릎 근력을 지원해 근로자, 노약자에 특화됐다. 로봇을 착용한 근로자는 중량물을 다룰 때 무리한 힘을 쓰지 않게 되며 반복 작업 시 느끼는 육체적 피로감도 덜어준다. 택배 상하차, 물류 운반 등 고강도 반복 동작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특화된 제품이란 설명이다.
이번 로봇은 탑재된 고출력 구동기가 허리, 다리 등의 특정 부위에 힘이 가해질 때마다 근력을 보조해 신체가 받는 하중을 분산시켜준다. 또 발쪽에 설치된 의도인식 센서가 착용자의 보행 의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버추얼 토크 제어방식이 적용돼 사람과 기계 간 움직임 차이도 최소화해준다.버추얼 토크는 착용자와 로봇 간의 서로 상반되는 토크의 합이 0이 되도록 해 로봇이 사람의 움직임을 잘 따라오도록 제어해주는 기술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로봇응용연구부문에서 10년 이상 연구자로 재직하다 2015년 연구원 창업으로 FRT를 세운 장재호 대표는 사람 스스로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돕는 '인공신체'를 만드는 데 매진해왔다.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로봇 성능은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작업자에게 일일이 로봇을 맞춰 새로 제작해야만 했다. 이는 상용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장 대표는 외골격과 구동 모터, 부품 등을 모듈화해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그는 "작업에 필요한 힘에 따라 유압이나 전기모터, 스프링 등 구동방식을 고를 수 있다"면서 "이를 테면 중량물 작업에는 큰 힘을 낼 수 있는 '유압식', 허리나 무릎 등을 자주 쓰는 가벼운 작업에는 '전기모터'나 '스프링'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모듈화 방식을 통해 커스터마이징에 필요한 기간·비용을 기존 1년간 10억원에서 현재 3개월간 2000만원 수준으로 대폭 절감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했다. 장 대표는 "모듈형 작업맞춤 웨어러블로봇이 상용화돼 산업현장에 배치된 것은 세계 최초 사례"라고 강조했다.
현재 FRT는 한국타이어, 산림청, 요양원 등에 스텝업 15대를 납품해 시범운영 중이다. 로봇은 사양에 따라 1대당 500~700만원 정도다. 장 대표는 로봇 도입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카이스트(KAIST)와 함께 근전도, 산소포화도 검사 등의 임상시험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앞으로는 세부 제원은 다소 낮추더라도 더욱 저렴한 맞춤형 로봇을 널리 보급해 건강하고 안전한 근로환경 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한편,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자는 2011년 약 5000명에서 2019년 2배가량 증가해 약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 디스크처럼 주로 목, 어깨, 허리, 팔다리 관절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은 무거운 물체를 들거나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반복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육체 근로자에게 빈번하게 발생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IS리서치는 근력증강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오는 2026년 5조 2,0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47.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오전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티스테이션 대전점, 현장 시연 도우미가 기자에게 검은색 외골격 로봇을 입혀주며 이렇게 말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금속 기계장치를 배낭처럼 매고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이용해 허리와 두 허벅지를 연결했다. 입는 데 드는 시간은 대략 1분 남짓 정도로 예상보다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었다. 무게감은 2~3kg대 등산배낭을 어깨에 맸을 때와 같았다.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힘들어 보이는 로봇을 입고 20kg에 가까운 타이어를 들기 위해 허리를 숙이자 등 부위에서 '위잉'하는 기계음이 나면서 구부정한 허리를 앞으로 슬쩍 밀어 곧게 펴줬다. 허리보호대 역할을 한 것이다. 무거운 타이어 수십 개를 쌓아 올렸지만 허리에 큰 무리가 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금방 로봇에 익숙해졌고, 타이어를 들고 자동차 수리센터 내부 곳곳을 성큼성큼 돌아다녔다.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자동차 하부로 들어갔다. 허리와 무릎을 굽힌 채로 작업을 하는 환경에 놓이자 로봇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힘을 쓰기 시작했다. 마치 어딘가에 기대서 일하듯 로봇이 지탱해줘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기자가 시연한 제품은 로봇 스타트업 '에프알티'(FRT)가 현장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한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스텝업'(Step-up)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인간의 신체로부터 의도 신호를 측정해 구동부를 제어하며, 이로써 착용자의 신체능력을 향상하키는 장치를 말한다. 미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산업 현장을 비롯해 국방,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화가 진행 중이다. 특히 무거운 철판을 옮길 일이 많은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에서 주로 도입하는 추세다.
스텝업은 2010년 소방·국방용으로 개발한 '하이퍼'의 후속작으로 건설·물류·제조 현장 근로자 작업 맞춤형으로 개량한 것이다. FRT에 따르면 하이퍼는 전쟁이나 화재 시 인명 구조용으로 쓰기 위해 개발됐으며 25kg 이상의 중량물 이송을 지원한다. 위생병, 소방관들의 다리 힘을 키워주는 '하체 강화형' 타입이다. 스텝업은 허리, 무릎 근력을 지원해 근로자, 노약자에 특화됐다. 로봇을 착용한 근로자는 중량물을 다룰 때 무리한 힘을 쓰지 않게 되며 반복 작업 시 느끼는 육체적 피로감도 덜어준다. 택배 상하차, 물류 운반 등 고강도 반복 동작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특화된 제품이란 설명이다.
이번 로봇은 탑재된 고출력 구동기가 허리, 다리 등의 특정 부위에 힘이 가해질 때마다 근력을 보조해 신체가 받는 하중을 분산시켜준다. 또 발쪽에 설치된 의도인식 센서가 착용자의 보행 의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버추얼 토크 제어방식이 적용돼 사람과 기계 간 움직임 차이도 최소화해준다.버추얼 토크는 착용자와 로봇 간의 서로 상반되는 토크의 합이 0이 되도록 해 로봇이 사람의 움직임을 잘 따라오도록 제어해주는 기술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로봇응용연구부문에서 10년 이상 연구자로 재직하다 2015년 연구원 창업으로 FRT를 세운 장재호 대표는 사람 스스로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돕는 '인공신체'를 만드는 데 매진해왔다.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로봇 성능은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작업자에게 일일이 로봇을 맞춰 새로 제작해야만 했다. 이는 상용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장 대표는 외골격과 구동 모터, 부품 등을 모듈화해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그는 "작업에 필요한 힘에 따라 유압이나 전기모터, 스프링 등 구동방식을 고를 수 있다"면서 "이를 테면 중량물 작업에는 큰 힘을 낼 수 있는 '유압식', 허리나 무릎 등을 자주 쓰는 가벼운 작업에는 '전기모터'나 '스프링'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모듈화 방식을 통해 커스터마이징에 필요한 기간·비용을 기존 1년간 10억원에서 현재 3개월간 2000만원 수준으로 대폭 절감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했다. 장 대표는 "모듈형 작업맞춤 웨어러블로봇이 상용화돼 산업현장에 배치된 것은 세계 최초 사례"라고 강조했다.
현재 FRT는 한국타이어, 산림청, 요양원 등에 스텝업 15대를 납품해 시범운영 중이다. 로봇은 사양에 따라 1대당 500~700만원 정도다. 장 대표는 로봇 도입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카이스트(KAIST)와 함께 근전도, 산소포화도 검사 등의 임상시험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앞으로는 세부 제원은 다소 낮추더라도 더욱 저렴한 맞춤형 로봇을 널리 보급해 건강하고 안전한 근로환경 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한편,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자는 2011년 약 5000명에서 2019년 2배가량 증가해 약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 디스크처럼 주로 목, 어깨, 허리, 팔다리 관절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은 무거운 물체를 들거나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반복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육체 근로자에게 빈번하게 발생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IS리서치는 근력증강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오는 2026년 5조 2,0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47.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기사
-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