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모국인 투르크메니스탄에선 아직 의료서비스 오진율이 한국보다 높은 편입니다. 멀쩡한 사람이 응급실로 실려가 갑자기 사망해도 가족들은 원인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앙아시아, 러시아 환자들이 좀더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방법을 고민하다 창업에 나섰습니다.”

나자로브 술레이만 클라우드호스피탈 대표(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2010년 한국에 오기 직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신장결석 진단을 받고 수개월 동안 약을 먹었는데 한국에 와선 단순히 허리근육이 뭉친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술레이만 대표는 투르크메니스탄 국적으로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한양대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마친 뒤 CFA(국제공인재무분석사) 자격증을 따고 피델리스자산운용 한국법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신기술금융사 등에서 투자전문가로 일하다 2019년 국내에서 클라우드호스피탈을 설립했다.

클라우드호스피탈은 지난해 3월부터 세계 환자(경증·중증환자)와 한국, 싱가포르, 태국, 인도, 이스라엘 내 종합병원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더인벤션랩, 한국벤처투자, 보령제약 등에서 시드투자를 받았으며 지난달에는 ‘신한 스퀘어브릿지 인천’ 글로벌 멤버십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외 350여개 병원, 3300여명의 의사가 클라우드호스피탈과 협업한다.

술레이만 대표는 “코로나19(COVID-19)로 지난해 한국에 와 2주 자가격리 규정을 지키며 방문진료를 받은 환자가30여명에 그쳤지만 320여명의 환자는 클라우드호스피탈의 원격진료 플랫폼을 통해 국내 의료진에게 진단받았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의료해외진출법 제16조 제1항) 외국인 환자 유치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인이 국외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지원, 환자의 건강 또는 질병에 대한 상담·교육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24일부터 한시적으로 대리처방을 허용했다. 외국인도 같은 질환에 대해 계속 진료를 받거나 오랜 기간 같은 처방을 받은 경우 의료인이 안전성을 인정하면 대리처방이 가능하다.

국내 종합병원들도 코로나19 이전까지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극적인 편이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의료서비스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외국인 환자는 49만7464명으로 전년 대비 31.3% 증가했다.

술레이만 대표는 “원격진료는 중앙아시아, 러시아의 1차 병원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환자가 현지에서 촬영한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의 자료를 보내면 한국에 있는 의사가 판독해 협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현지 병원의 의료서비스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국내 병원의 진단소견을 원하는 환자가 많다”고 했다.

국내에서 치료를 받고 귀국한 환자들도 국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국제우편으로 약을 전달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술레이만 대표는 “한국에서는 암치료제의 경우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사야 하지만 현지에선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고 이 때문에 가짜약이 비싼 가격에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약이라도 신뢰도가 높은 약을 구매하기 원하는 환자들에게 대리처방을 받아 약을 보낸다”고 했다.

클라우드호스피탈은 단순히 의료서비스 중개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환자의 건강데이터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중앙아시아나 러시아의 환자가 혈액·소변검사 데이터를 한국의 병원으로 보내면 검진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의 사업모델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웹으로만 제공하는 원격의료 플랫폼도 이달 내 모바일앱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클라우드호스피탈은 코로나19 영향이 차츰 해소되는 올해 원격진료와 방문진료를 합쳐 1000명 넘는 환자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술레이만 대표는 “원격의료 플랫폼은 환자, 의사뿐 아니라 보호자, 통역자 등 많은 사람이 함께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라며 “환자의 건강데이터 관리, 예약, 결제, 화상통화 등이 모두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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