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아이폰 가격 50% 인상될 수도
삼성·애플, 글로벌 공급망 활용해 대응
"각국 정부, 미국과 협상 잘 이끌어내야"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 1분 한국을 비롯해 '최악의 침해국'으로 칭한 57개국에 상호관세를 발효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5%, 베트남 46%, 인도 26%, 일본 24%, 대만 32%, EU(유럽연합) 20%의 관세율이 적용됐다. 중국은 보복 관세 조치에 대응해 104%를 적용했다. 캐롤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복 조치를 하는 것은 중국의 실수"라며 "미국은 맞으면 더 세게 맞받아친다"고 밝혔다.
메가톤급 상호관세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초비상'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숙련된 노동력을 갖춘 중국, 베트남, 인도 등에 생산 인프라를 갖춘 만큼 상호관세 적용으로 미국 내 수출품 가격이 인상될 수 있어서다. 가격이 비싸져 판매량이 떨어지면,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고, 생산 단가가 올라가는 등 연쇄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중국, 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미국 시장에서 가격 인상은 판매량과 실적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특히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 중 50%를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삼성전자 (55,100원 ▲400 +0.73%)에겐 큰 위기다. 베트남은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관세율(46%)이 적용됐다. 베트남에 이어 생산량이 많은 인도 역시 26%의 관세로 적잖은 부담이다. 애플도 상황은 비슷하다. 애플은 전체 아이폰의 80% 이상을 중국에서 조달한다. 만약 중국의 104% 관세를 그대로 적용하면 799달러인 '아이폰16'의 출고가는 약 1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 관세는 제조원가(아이폰16, 400달러 수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삼성은 글로벌 생산기지를 다각도로 활용해 상호관세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10% 관세율이 적용된 브라질 공장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관세 충격을 피하기 위해 초기 대응에 나섰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비행기 다섯 대로 인도와 중국에서 아이폰 등 주요 제품을 미국으로 급하게 이동시켰다. 또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은 인도 공장을 적극 활용해 미국으로 조달하는 아이폰 수량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아예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전문가들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게 되면 임금은 몇 배 비싸질 것이고, 천문학적인 이전 비용이 발생함은 물론 기술 변경도 늦어져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사실상 제조사 입장에선 뾰족한 수가 없으며 정부가 어떻게 협상을 잘 풀어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부사장 역시 "해외 생산이 비싸지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것이라는 논리가 있었을 수 있지만, 이는 막대한 보조금과 저렴하고 숙련된 노동력 없이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제조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전혀 이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정부의 관세 협상 가능성이 아직 열려 있는 만큼 지금 당장 미칠 파급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미 통관된 재고가 많으면 바로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그 사이 각국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이끌어 내면 상호관세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관세 부과 전 선행 생산을 통해 스마트폰 재고 여유가 충분한 상태이며, 미국과 베트남 정부의 관세 협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면서 "향후 삼성의 관세 타격 강도는 우려 대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자 사진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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