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3,600원 ▼100 -0.19%)가 자사 첫 XR(확장현실)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無限)' 실물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구글과의 '언락' 행사에서 이미지와 콘셉트가 공개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갤럭시 언팩 2025' 행사 후 기자 간담회에서 '무한'을 만져봤다. 시제품이라 실제로 구동해 볼 수는 없었지만, XR 헤드셋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무게·디자인 등은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써본 애플의 '비전 프로'보다는 가볍고 메타의 '메타 퀘스트3'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뒤쪽 다이얼을 돌려 머리 크기에 맞춰 고정하면 된다. 머리 위쪽에 지지대가 없어 다소 앞으로 쏠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옆면에는 외장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앞면은 비전 프로처럼 스키 고글 형태였으나, 기기를 끼고도 아래쪽 틈으로 외부가 보였다. 눈 주변 전체를 감싸 외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비전 프로나 메타퀘스트와 달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R(증강현실) 기능을 사용할 때 좀 더 편안하게 외부를 인지할 수 있도록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다"며 "아래쪽 틈까지 완전히 막아주는 액세서리가 제공될 예정이어서 VR(가상현실)을 이용하고 싶을 때는 이를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연 모습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시연 영상 속 무한은 컨트롤러나 시선 추적이 아닌 '음성 명령'을 중심으로 작동했다. 무한은 앞 사람이 입고 있는 스포츠팀 유니폼을 검색해주거나, 해당 팀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줬다. VR 기능을 활용해 해당 스포츠팀의 주 경기장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

김기환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 사업부 이머시브 솔루션(Immersive Solution) 개발팀장(부사장)은 궁극적으로 XR이 멀티모달 AI(인공지능) 에이전트에 가장 어울리는 폼팩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기가 직접 보고, 듣고, 말하면서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스마트폰 다음으로 어떤 기기가 멀티모달 AI 시대에 적합한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사용자의 의도와 주변을 파악하며 맥락까지 알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가 XR 기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무한과 함께 '스마트 글래스'도 개발 중이다. 구글과 개발 중인 XR 전용 OS(운영체제) '안드로이드 XR'은 이 글래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휴대성이 높은 글래스보다 헤드셋을 먼저 개발한 이유를 묻자 김 부사장은 "헤드셋이 글래스보다 훨씬 많은 XR 경험을 줄 수 있어서다"라고 강조했다. 범용성·확장성·몰입감 측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사람들이 가장 좋은 퀄리티로 XR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른 XR 생태계 구축과 확장을 위한 전략이다.

김 부사장은 "XR 헤드셋을 쓰고 길거리를 다니는, 다소 부정적인 방식의 사용기가 유튜브에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멀티모달 AI와 XR이 만나 생태계를 만들 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를 이해시킬 수 있는 게 헤드셋이라고 판단해 우선 개발하게 됐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프로젝트 무한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