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고분자공학과 교수, 올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과학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와도 같습니다. 세상에 없는 것을 발견했을 때 얻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큽니다. 70세, 80세가 될 때까지 연구하고자 하는 과학자의 목표는 단순히 '직무 연장'이 아닙니다. 지금껏 발견 못했던 더 우수한 물질을 찾으려는 것이지요. 이들에게는 '당신이 죽을 때까지 연구 한번 해 봐라'며 기회를 줘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한국을 대표하는 탁월한 연구성과를 이룬 과학기술인에게 주어지는 국내 최고의 과학기술인상인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올해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고분자공학과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처럼 수상소감을 전했다.
박 교수는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다. 태양전지는 태양광선의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페로브스카이트(CaTiO3)는 태양전지의 소재로 활용되는 금속산화물이다. 기존 태양전지 소재로 사용되던 실리콘보다 공정비용이 저렴한데다 특유의 유연성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로 불린다. 다만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전기 전환 시 효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2012년, 박 교수 연구팀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9.7%)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2009년 성균관대 첫 부임 당시, 그때만 해도 세계 최고 효율 4%대였던 고체 태양전지의 효율을 3년 후 12%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안했다"며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회상했다.
연구팀은 연구 1차 연도에 효율 4%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를 뛰어넘으려면 새로운 물질이 필요했다. 이에 2011년 선행연구를 통해 알게 된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새로운 광흡수 소재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4%대의 벽을 경신해 9.7%의 세계 최고 효율을 처음으로 달성했다.
박 교수는 "1997년 미국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박사후연구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태양전지 한 분야만 연구했다"며 "이 과정을 통해 연구 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성취할 수 있는 목표에는 이미 해답이 있을 수 있다"며 "목표를 높게 잡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때 새로운 기술이 발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은 26.1%에 이른다. 박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전 세계 과학 기술자가 관련 연구를 이어 나갔고, 약 10년 만에 효율을 3배 가까이 높였다. 이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과 비슷한 정도다.
박 교수는 "과학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와도 같다"며 "향후 사회가, 소비자가 요구하는 성능에 부합하는 플랫폼 물질을 개발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태양전지에 적용하면 더 우수한 효율을, 디스플레이에 적용하면 더 선명하고 밝은 화면을 제공할 수 있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고 싶다"며 "이를 위해선 폭넓은 기초지식과 방대한 양의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랜 기간 연구해 온 연구자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광범위한 기술의 '스펙트럼'이 있다"며 "70세, 80세까지 연구하고자 하는 연구자의 목표는 단순 직무 연장이 아니라 더 우수한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 성과가 우수하고, (정년 연장을 통해) 계속 연구하고 싶은 연구자에게는 '당신이 죽을 때까지 한번 연구해 봐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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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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