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해 말 호라이즌 유럽 협상 완료…'필라2' 프로그램 신청 가능
최소 3개국·3개 기관 참여한 '컨소시엄' 구성 필수…유럽 연구계와 네트워크 중요성 커져
정부가 올해 말까지 유럽연합(EU) 최대 R&D(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에 가입하기 위한 협상 절차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해외 연구계와 공동연구 그룹(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는 연구자의 '인맥'이 실제 과제 수주에 있어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KWSE) 주관으로 10일 대전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 융합 연구 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류보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럽연구소 박사는 "(유럽 내 과제 수주에선) 국내 연구팀의 과학기술력과 연구 성과를 어떻게 '이미지 메이킹'해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유럽 과학기술계의 '이너서클'에 진입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공동연구의 현실을 지적했다. 독일 자브뤼켄에 위치한 KIST 유럽연구소는 KIST의 첫 해외 연구소다.
한국이 올해 말 협상을 마치고 아시아권 국가 최초 준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될 '호라이즌 유럽'에서도 컨소시엄 구성은 최우선 과제다. 호라이즌 유럽은 3개 연구 분야(필라·Pillar)로 구분해 R&D 과제를 선정한다. 2021년부터 7년간 총 995억유로(약 138조원)를 투자하는데, 이중 '필라 2((Pillar Ⅱ)'의 규모가 535억유로(약 78조원)로 가장 크다. 비유럽국가인 한국은 협상 결과에 따라 3개의 분야 중 필라 2에만 지원할 수 있다. 필라 2에서는 기후 변화, 팬데믹 등 전 세계적 난제를 해결하고 유럽의 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R&D 과제를 선정한다. 개인 연구자로서는 참여가 불가능하며 최소 3개국, 3개 기관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필수 요건이다.
백민정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기반실장은 "컨소시엄 구성의 최소 기준은 3개국 3개 기관이지만, 지금까지 선정된 과제를 보면 11개 국가가 참여해 규모가 크고 매우 정교하게 계획된 프로젝트들이었다"고 밝혔다. 필라 2에만 지원할 수 있는 한국 연구팀으로선 최대한 많은 해외 연구기관과 손잡아야 호라이즌 유럽의 연구 과제를 수주할 승산이 있다는 의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출연연 및 대학 소속 연구자들은 이에 "국내 연구자가 해외 연구계와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준다면 (컨소시엄 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출연연 소속의 한 연구자는 "개별 연구자가 협력 기관이나 중개인(코디네이터)을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국내에 있는 연구자로서는 답답한 부분이 있다"며 "컨소시엄을 구성할 공식적인 자리를 연구재단 차원에서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해외 연구기관에 근무 중인 한인 과학기술자도 공동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박석춘 과기정통부 구주아프리카협력담당관실 사무관은 "개인 연구자는 국적을 기준으로, 기관은 법인의 등록지를 기준으로 분류한다"며 "예컨대 독일 자브뤼켄에 위치한 KIST 유럽연구소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독일 연구소와의 협업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 등 네트워킹 자리를 잘 활용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 일정한 재정 분담금을 내고 호라이즌 유럽의 준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된다. 재정 분담금의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신규 가입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비율로 분담금을 산출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GDP 비율보다 적은 분담금을 내되 과제 참여율에 따라 분담금을 '사후 정산'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국내 연구자의 과제 참여율이 높을수록 더 많은 분담금을 낸다는 의미다.
앞서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지난 3월 열린 브리핑 자리에서 "분담금은 가장 작은 수준이고,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더 많이 받아오면 사후 정산 개념으로 정부가 더 돈을 내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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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대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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