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낫코', 우유·닭고기 등 대체식 개발…
AI가 동물성식품 분석해 식물로 비슷하게 구현,
"진짜 우유맛" 호평에 탄소배출량도 크게 줄여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유제품을 못 먹는 딸이 이 우유는 정말 좋아한다."
"일반 우유는 물론 귀리 우유, 두유도 못 먹는데 이건 정말 맛있다. 진짜 우유 맛이 나고 배탈도 없다. 우유 먹고 배탈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식품 스타트업 '낫코(Notco)의 대체 우유 '낫밀크'를 마셔본 소비자들의 후기다. 2015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시작한 낫코는 인공지능(AI) '주세페'를 이용, 우유나 치즈 같은 동물성 식품을 식물성 재료로 복제한다. 주세페는 동물성 식품의 분자 구조를 분석한 뒤, 구조를 재현할 수 있을 만한 식물성 재료 조합과 레시피를 추천한다.
'딸기+토마토=닭고기?' 기상천외 AI 레시피 주세페는 2만 종 이상의 식물성 식재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식품업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들을 추천한다고 한다. 카림 피차라, 파블로 잠모라와 함께 낫코를 설립한 마티아스 무슈닉 CEO는 2022년 포브스 인터뷰에서 "주세페로 파인애플과 양배추를 결합해 우유에 크리미한 향을 더하고, 딸기와 토마토를 사용해 닭고기의 향미를 낸다"고 말했다.
주세페가 인간 연구팀과 협업해 식물성 재료 기반 레시피를 작성하면 쉐프들이 직접 요리한 뒤 시식 패널이 피드백을 제공한다. 주세페는 이 피드백을 기반으로 새로운 레시피를 제안한다. 질감, 맛뿐만 아니라 코로 느끼는 풍미를 재현한다. 또 주세페는 대량 생산에 대비해 식품 연구원들에게 식재료 특성을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적은 재료로 실험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 예를 들면 풍미가 떨어진다든가 하는 문제가 대량 생산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
대체 마요네즈·우유 대성공…'푸른 우유' 개발 해프닝도 처음 대체식품 개발 대상으로 삼은 식품은 마요네즈였다. 달걀 노른자로 만들어지는 마요네즈는 칠레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식재료다. 칠레의 경우 연간 1인당 마요네즈 소비량이 2.28kg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낫코는 칠레에서 주세페의 가능성을 실험해보기로 하고 병아리콩을 기반으로 한 레시피 개발에 착수, 2017년 3월 제품 판매를 개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낫코에 따르면 낫마요는 현지 마요네즈 시장의 10% 점유에 성공했으며, 식품업 대기업 크래프트 하인즈와 손잡고 지난해 미국 월마트 등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다음 개발에 착수한 상품은 우유 대체식품 낫밀크였다. 무슈닉 CEO는 "시장에서 (낫코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유, 치즈 계란처럼 익숙한 음식들을 정확하게 복제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푸른 우유'를 개발한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우유와 유사한 아미노산 구조를 가진 식재료를 찾다 물 속에 사는 조류로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푸른 빛을 띤 우유가 됐다는 것. 처음 연구팀에서 시제품을 받았을 때 무슈닉은 "마셔도 안전하냐"고 물었고, 마시고 나서는 우유와 똑같은 맛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러나 푸른 우유를 팔 수는 없었기 때문에 상품화하지는 않았다. 대신 식품의 외관도 고려하도록 주세페를 학습시켰다고 한다.
낫밀크는 코코넛과 파인애플 농축액, 양배추즙 등을 섞은 조합으로 최종 탄생했고, 현재는 미국, 캐나다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이다. 무슈닉 CEO에 따르면 낫밀크는 일반우유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4% 적고, 물도 92% 덜 사용한다.
대중 입맛에도 들어맞았다. 무슈닉 CEO는 설문조사 결과 낫코 소비자의 92%는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다면서 "기업가치가 15억 달러로 평가된 것은 대중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낫코는 70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한 2022년 12월 기준 기업가치 15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명품 제국'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설립한 사모펀드 L캐터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이끄는 베이조스 익스페디션 등으로부터 총 4억 달러(5500억원) 투자를 유치했으며, 내년(2025년) 뉴욕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만족한 것은 아니다. 한 소비자는 낫코 후기 게시판에 "물 탄 맛이 난다"고 했다. 다른 소비자는 "내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라면서도 "지금까지 먹어본 다른 대체우유만큼 맛없지는 않았다. 낫밀크가 그나마 그 중에 제일 낫다"고 했다. 낫코는 이외에도 '낫버거', '낫치킨' 등 다양한 대체식품을 판매 중이다.
"뭔 줄도 모르고 입에 넣는 소비자들…2008년 금융위기와 다를 게 없다" 금융을 전공했다는 무슈닉 CEO는 프라이빗 뱅커로 일하면서 사업을 꿈꿨다고 한다. 2021년 포브스 인터뷰에서 그는 "기업가들이 세상을 바꾼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기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식품 사업을 택한 것은 끼니를 제때 먹지 못하면 화가 날 정도로 음식에 '진심'이기 때문.
무슈닉 CEO는 식품업계 상황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자신들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품을 시장에 유통시켜 위기를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것. 그는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파는 상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줄도 모르고 구매한다"며 "이 때문에 물 부족과 생물 다양성 감소, 메탄가스 등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주세페'는 과일, 꽃, 채소를 이용해 인간을 표현했던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이름을 땄다. 대체식품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뤄내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무슈닉 CEO는 "요즘 소비자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이 먹는 음식이 정확히 무엇인지 되묻는 신세대"라면서 맛과 건강, 환경 모두를 생각한 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 1월 시장조사업체 리눕리서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낫코의 주무대인 미국의 식물성 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88억 달러에서 2030년 19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낫코의 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일반 우유는 물론 귀리 우유, 두유도 못 먹는데 이건 정말 맛있다. 진짜 우유 맛이 나고 배탈도 없다. 우유 먹고 배탈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식품 스타트업 '낫코(Notco)의 대체 우유 '낫밀크'를 마셔본 소비자들의 후기다. 2015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시작한 낫코는 인공지능(AI) '주세페'를 이용, 우유나 치즈 같은 동물성 식품을 식물성 재료로 복제한다. 주세페는 동물성 식품의 분자 구조를 분석한 뒤, 구조를 재현할 수 있을 만한 식물성 재료 조합과 레시피를 추천한다.
'딸기+토마토=닭고기?' 기상천외 AI 레시피 주세페는 2만 종 이상의 식물성 식재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식품업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들을 추천한다고 한다. 카림 피차라, 파블로 잠모라와 함께 낫코를 설립한 마티아스 무슈닉 CEO는 2022년 포브스 인터뷰에서 "주세페로 파인애플과 양배추를 결합해 우유에 크리미한 향을 더하고, 딸기와 토마토를 사용해 닭고기의 향미를 낸다"고 말했다.
주세페가 인간 연구팀과 협업해 식물성 재료 기반 레시피를 작성하면 쉐프들이 직접 요리한 뒤 시식 패널이 피드백을 제공한다. 주세페는 이 피드백을 기반으로 새로운 레시피를 제안한다. 질감, 맛뿐만 아니라 코로 느끼는 풍미를 재현한다. 또 주세페는 대량 생산에 대비해 식품 연구원들에게 식재료 특성을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적은 재료로 실험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 예를 들면 풍미가 떨어진다든가 하는 문제가 대량 생산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
대체 마요네즈·우유 대성공…'푸른 우유' 개발 해프닝도 처음 대체식품 개발 대상으로 삼은 식품은 마요네즈였다. 달걀 노른자로 만들어지는 마요네즈는 칠레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식재료다. 칠레의 경우 연간 1인당 마요네즈 소비량이 2.28kg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낫코는 칠레에서 주세페의 가능성을 실험해보기로 하고 병아리콩을 기반으로 한 레시피 개발에 착수, 2017년 3월 제품 판매를 개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낫코에 따르면 낫마요는 현지 마요네즈 시장의 10% 점유에 성공했으며, 식품업 대기업 크래프트 하인즈와 손잡고 지난해 미국 월마트 등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다음 개발에 착수한 상품은 우유 대체식품 낫밀크였다. 무슈닉 CEO는 "시장에서 (낫코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유, 치즈 계란처럼 익숙한 음식들을 정확하게 복제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푸른 우유'를 개발한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우유와 유사한 아미노산 구조를 가진 식재료를 찾다 물 속에 사는 조류로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푸른 빛을 띤 우유가 됐다는 것. 처음 연구팀에서 시제품을 받았을 때 무슈닉은 "마셔도 안전하냐"고 물었고, 마시고 나서는 우유와 똑같은 맛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러나 푸른 우유를 팔 수는 없었기 때문에 상품화하지는 않았다. 대신 식품의 외관도 고려하도록 주세페를 학습시켰다고 한다.
낫밀크는 코코넛과 파인애플 농축액, 양배추즙 등을 섞은 조합으로 최종 탄생했고, 현재는 미국, 캐나다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이다. 무슈닉 CEO에 따르면 낫밀크는 일반우유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4% 적고, 물도 92% 덜 사용한다.
대중 입맛에도 들어맞았다. 무슈닉 CEO는 설문조사 결과 낫코 소비자의 92%는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다면서 "기업가치가 15억 달러로 평가된 것은 대중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낫코는 70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한 2022년 12월 기준 기업가치 15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명품 제국'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설립한 사모펀드 L캐터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이끄는 베이조스 익스페디션 등으로부터 총 4억 달러(5500억원) 투자를 유치했으며, 내년(2025년) 뉴욕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만족한 것은 아니다. 한 소비자는 낫코 후기 게시판에 "물 탄 맛이 난다"고 했다. 다른 소비자는 "내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라면서도 "지금까지 먹어본 다른 대체우유만큼 맛없지는 않았다. 낫밀크가 그나마 그 중에 제일 낫다"고 했다. 낫코는 이외에도 '낫버거', '낫치킨' 등 다양한 대체식품을 판매 중이다.
"뭔 줄도 모르고 입에 넣는 소비자들…2008년 금융위기와 다를 게 없다" 금융을 전공했다는 무슈닉 CEO는 프라이빗 뱅커로 일하면서 사업을 꿈꿨다고 한다. 2021년 포브스 인터뷰에서 그는 "기업가들이 세상을 바꾼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기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식품 사업을 택한 것은 끼니를 제때 먹지 못하면 화가 날 정도로 음식에 '진심'이기 때문.
무슈닉 CEO는 식품업계 상황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자신들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품을 시장에 유통시켜 위기를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것. 그는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파는 상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줄도 모르고 구매한다"며 "이 때문에 물 부족과 생물 다양성 감소, 메탄가스 등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주세페'는 과일, 꽃, 채소를 이용해 인간을 표현했던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이름을 땄다. 대체식품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뤄내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무슈닉 CEO는 "요즘 소비자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이 먹는 음식이 정확히 무엇인지 되묻는 신세대"라면서 맛과 건강, 환경 모두를 생각한 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 1월 시장조사업체 리눕리서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낫코의 주무대인 미국의 식물성 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88억 달러에서 2030년 19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낫코의 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