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강자' 애플의 위기…AI 놓치고, 앱결제 2조대 과징금까지

뉴욕=박준식 특파원 기사 입력 2024.03.05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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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세상을 만들어 세계 1위 기업에 올랐던 애플이 시가총액 왕좌 자리를 내주자 마자 연이은 풍파를 맞고 있다. 50%에 달하던 이익률에 취해 AI(인공지능) 세상을 외면했던 안일함이 위기를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하남=뉴스1) 박세연 기자 = 10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 새롭게 오픈한 ‘애플 하남’을 찾은 고객이 아이폰15를 살펴보고 있다.   9일 공식 오픈한 애플의 국내 여섯 번째 애플스토어인 ‘애플 하남’은 경기도 하남시의 ‘스타필드 하남’에 위치하며 최신 아이폰15 라인업을 포함한 애플의 모든 최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갖췄다. 2023.12.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하남=뉴스1) 박세연 기자
(하남=뉴스1) 박세연 기자 = 10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 새롭게 오픈한 ‘애플 하남’을 찾은 고객이 아이폰15를 살펴보고 있다. 9일 공식 오픈한 애플의 국내 여섯 번째 애플스토어인 ‘애플 하남’은 경기도 하남시의 ‘스타필드 하남’에 위치하며 최신 아이폰15 라인업을 포함한 애플의 모든 최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갖췄다. 2023.12.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하남=뉴스1) 박세연 기자
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애플에 18억4000만 유로(2조66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스포티파이 구독료 결제 경로를 애플 앱스토어로 한정한 것이 독점권을 사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애플은 2007년 6월 말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동시에 앱스토어라는 플랫폼도 구축해 사실상 독점의 이익을 누려왔다. 물론 앱스토어 런칭 이후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를 비롯해 다른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애플 사실상 독점 이익은 한동안 계속돼 왔다. 특히 시장이 분열된 상황에서도 애플은 과점을 이룬 디바이스 시장을 무기로 앱스토어를 통한 앱구매를 강제해 사실상의 통행세를 30% 안팎이나 부과해왔다.

하지만 이번 EU의 판결은 17년간 이뤄진 애플 패권을 부정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애플의 정책이 스마트 생태계 내에서 경쟁사들의 서비스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일정한 통행세를 요구해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 이상 애플의 선도적 지위로 인한 자릿세는 간과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특히 기존 5억 유로로 예상되던 과징금이 추정치의 세 배 이상으로 부과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통행세 부과로 거둬들인 수익 이상을 과징금으로 거둬 아예 차후 시도를 용납치 않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게다가 EU의 판결은 중국이나 아시아 시장에서도 준용될 여지가 크다.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과징금은 법적인 논란이나 무역통상의 문제로 번질 수 있지만 친 서방 시장에서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된 만큼 미국과 대립하는 시장에서는 더 쉽게 이런 문제가 비화될 여지가 큰 것이다.

EU는 "애플뿐만 아니라 비슷한 규모와 유사한 자원을 가진 다른 회사에 대한 억제력을 제공하기 위해 표준 벌금 절차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애플 수준의 기업은 미국 빅테크들 뿐인데, 이들에 대해서도 반독점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비슷한 문제로 아마존이 제재대상에 올라있고, 구글을 가진 알파벳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통행세 문제 외에도 개인정보보호의 문제와 글로벌 과세 문제도 맞닥뜨리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빅테크 가운데서도 애플이 현재 스마트 세상 이후 가장 난처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애플은 스마트 세상에서 거둬들이는 이익에 취한 나머지 MS나 구글이 생성형(AI)를 개발해 수익화하는 동안 자사 내의 소프트파워를 이종사업인 자율주행차량이나 증강현실 헤드셋 등에 헛되이 투자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주 10년간 투자해왔던 자율주행전기차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생성형AI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최근 발표한 애플비전프로는 사실상 실패한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3000달러 이상의 디바이스를 구매해 증강현실을 체험해본 이들의 다수가 어지러움증 등을 호소하면서 반품에 나서고 있어서다. 판매 초반 웃돈을 얹어줘야 구할 수 있다던 소식은 마케팅 결과로 지적된다.

애플은 최대 판매시장이던 중국에서도 최근 미중분쟁의 여파로 외면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애플 디바이스의 사용을 물밑에서 규제하고 자국 브랜드 사용을 촉진하면서 판매량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기능적 측면에서 이미 애플의 턱밑까지 따라온 중국 브랜드들은 정치적인 문제를 기화로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즈는 아직까지 애플에게 기회가 있다고 대변했다. 애플이 이미 스마트폰에 구축한 스마트 비서 서비스 '시리(Siri)' 등을 통해 2010년부터 AI 인프라의 기본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놀랍게도 시리 서비스 역시 스티브 잡스의 유산으로 일컫어진다. 잡스는 유고 전인 지금으로부터 15년 전부터 AI의 발전으로 인해 스마트 비서가 사람들의 행동양태를 언젠가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 예언했다는 것이다.
  • 기자 사진 뉴욕=박준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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