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떼 '희망 회로' 위험한 '上上' 부르다

변휘 기자, 김인한 기자, 김창현 기자, 이사민 기자, 김소연 기자 기사 입력 2023.09.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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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과학'테마株 주의보] 종합

국내 증시의 테마주 열풍이 기초과학계로 옮겨붙었다. 'LK-99'로 인해 불어닥친 초전도체 관련주 투자 광풍이 꿈의 신소재 '맥신(MXene)'에 이어 미래기술 양자로 번졌다. 급등락하는 주가에 투자자들은 혼란스럽지만, 흔한 일상이었던 연구성과 발표가 테마주의 재료로 악용되는 기이한 경험에 과학계의 불안감도 커지는 표정이다. 최근 들어 반복되는 과학 테마주 열풍의 현상과 배경, 그리고 과학기술 투자를 바라보는 연구자들의 소회와 제언을 살펴본다.



논문마다 테마주 개미떼 '上上의 나래'…연구원들은 '절레절레'

①'맥신·양자' 연구자가 바라본 테마주 현상

(왼쪽부터)박제근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이승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김현탁 미국 윌리엄&메리대 교수, 김세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왼쪽부터)박제근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이승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김현탁 미국 윌리엄&메리대 교수, 김세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개인 투자자들은 연구자인 저도 생각지 못한 경제적 가능성을 보는 것 같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박제근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지만, 상용화는 생각해 본 적 없다" (김재욱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양자소재연구실 박사)

'초전도체'에 이어 맥신과 양자컴퓨터로 과학 테마주 광풍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연구진의 혁신적 연구성과 발표를 악용, 일부 투기 세력까지 뛰어들면서 관련주로 지목된 종목은 불과 며칠 사이에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가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작 테마주의 재료로 활용된 연구진 당사자들은 최근의 투자 광풍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 "할 말이 없다"며 한목소리로 허탈해했다.

박제근 교수는 지난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물리학(Nature Physics)에 삼각격자 구조의 '자성(자석이 갖는 물리적 성질) 물질'에서 양자 상태를 최초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는 향후 양자컴퓨터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박 교수는 30일 머니투데이에 "기초과학 연구성과가 주가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모르겠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기초과학이 응용 기술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면서 "기초연구의 본질은 '과학적으로 이것이 가능하다'는 식의 가능성을 찾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지, 숫자로 '몇 년쯤 걸린다' 말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최근의 과학 테마주 열풍에 대해 "대중이 과학에 열광하는 건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것이니 좋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개인의 투자에는 위험 부담이 뒤따른다. 그건 과학에 대한 관심의 차원에서 다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과학 테마주 열풍의 출발이었던 초전도체 물질 'LK-99' 연구를 주도한 김현탁 미국 윌리엄&메리대 교수의 경계심도 비슷하다. 그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해도, 이를 고도화하고 상용화하는 데 10년은 더 걸린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선 LK-99에 회의적 반응이 압도적이지만, 설령 초전도체 가능성이 입증됐더라도 상용화와 응용 연구 등에는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는 게 김 교수의 평가였다.



기나긴 연구, 불신 커질까 걱정…'상용화 시기상조' 적어넣는 과학자들


맥신(MXene)은 우수한 전도와 전자파 차폐 능력을 갖춰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하지만 일정한 품질 유지가 어려워 대량생산이 불가능했다. 지난 17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승철 박사 연구팀은 맥신의 자기 수송 특성을 분석해 표면 분자 분포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간단한 측정만으로 맥신의 분자 분포를 분석할 수 있게 된 만큼 생산 과정의 품질 관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박사는 연구 성과를 "문은 열었지만, 아직 둘러보고 탐색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꾸준히 (맥신 연구) 관련 논문을 발표해 왔는데,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테마주의 소재로 활용돼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연구에는 기나긴 숙고의 시간이 필요해 테마주에 올라탄 대중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는 어렵고, 이런 상황이 자칫 연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는 소회다.

김세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국제공동연구팀과 함께 지난 22일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맥신의 원자단위 관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김세호 교수는 관측 결과 맥신의 내외부 구조에는 불순물 함량이 높았다면서 "상용화는 시기상조"라는 문구를 보도자료에 명시하기도 했다.

'과학테마주 현상을 의식했나'라는 질문에 김세호 교수는 "그렇다. 기초과학 연구는 가능성을 보는 것이지, 상용화 여부를 말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해 그렇게 명시했다"고 답했다. 그는 "맥신 개념을 고안한 유리 고고치 미국 드렉셀공과대 교수가 링크드인에서 '맥신을 가장 많이 연구하는 게 한국'이라고 밝혔는데, 전 세계 구글 검색량 중 한국의 맥신 검색량이 가장 많았다더라"며 "테마주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위험 경고해도…"과학테마株 上上上" 귀 막고 달려드는 이유

②8월 증시를 뜨겁게 달군 '과학기술' 테마주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좋으면 테마주에 투자하겠어요? 대형주가 저 모양이니 몰려드는 거죠."

국내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A씨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초전도체, 맥신(Mxene), 양자컴퓨터…이름조차 낯선 과학 용어들이 붙었다 하면 주가가 400% 넘게 폭등한다. 정체는 불분명하지만 서슴없이 거액의 돈을 넣었다 뺀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꿈을 안고서다.

이례적인 폭등세에 놀란 기존 대주주들은 조용히 지분을 판다. 여기저기서 실은 헛된 꿈이라는 뉴스가 나오며 불과 며칠 새 거품이 꺼진다. 투자자들의 희망은 짓밟히고, 피해는 고스란히 뒤늦게 참전한 이들에게 돌아간다.


'과학기술'만 붙으면 上…개미 왜 열광하나


과학기술테마주는 8월 한 달 동안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이들은 주도주가 부진한 틈을 타 증시를 파고들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수 자체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 나가는 중에 주도주가 부재하면서 테마주플레이가 이어졌다"며 "올해 주요 테마였던 AI(인공지능), 2차전지 등 신성장산업이 주목받았는데 주도주가 쉬는 구간에 또 다른 신성장 산업을 찾아 투자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코로나19(COVID-19) 유행 이후 활황이던 주식시장은 현재 넘치는 유동성을 받아줄 곳이 없다. 개인이 한 방을 노리고 자금을 넣었던 투자처는 예전 같지 않다. '크립토 윈터'(가상자산시장 침체기)는 끝나지 않았고, 바이오주는 여전히 부진하다. 이런 와중에 2차전지가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휩쓸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상 테마주는 시장을 주도하는 업종 관련 종목이 움직이는데 광풍을 부른 2차전지가 쉬는 공백기에 초전도체, 맥신, 양자컴퓨터가 나타났다"며 "2차전지 열풍의 여파로 새로운 기술 또는 물질에 대한 테마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신성장산업의 실체 여부는 투자자들에게 중요치 않다. 이 센터장은 "현실에 없는 새로운 것이라는 미묘한 매력이 투자자들에게 어필되고 있다"며 "시장 규모, 실적 전망과 같은 실체가 가늠되면 오히려 테마주로 매력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테마 간 순환매도 빨라지고 있다. 기대감만 먹고 자란 종목인 만큼 투자자들도 빠르게 차익실현 혹 손절매를 한 뒤 다음 테마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한 달이란 짧은 기간 안에 '초전도체(3주)→맥신(3일)→양자컴퓨터(1~2일)' 순서로 이어졌다.


텔레방에 떴다 하면 '우르르'…테마주 쏠림 언제까지


초전도체 테마주 급등락을 풍자한 밈 /출처=블라인드
초전도체 테마주 급등락을 풍자한 밈 /출처=블라인드
증시의 '빅 플레이어'로 성장한 개인투자자가 테마장세를 주도했다. 주가가 폭등한 기업에서 직접 관련이 없다는 해명을 내놔도 폭등세를 멈추지 못했다. 이들은 코로나19(COVID-19) 활황 이후 수급 영향력이 강해졌다. 상반기에 이어진 2차전지 장세가 대표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B씨는 "시장 참여자 연령대가 어려지면서 새로운 것에 더욱 열광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과학테마주는 실체가 없더라도 주가가 오르는 성장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애당초 밸류에이션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개인은 기관투자자와 달리 기존 제도권을 불신한다. 그러면서 제도권을 벗어난 투자리딩방, 텔레그램, 유튜브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실시간으로 퍼지는 소식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일각에선 이들 배후에 시세조종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지만 현재까지 명확히 드러난 바는 없다.

이들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수익률만을 생각한다.

리서치센터장 A씨는 "이게 다 리딩방, 유튜버 때문이란 얘기도 나오지만 중요한 건 테마주를 대체할 정도로 수익을 볼 수 있는 종목이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점"이라며 "대체할만한 종목이 나왔더라면 테마주에 이 정도로 쏠릴 일도 없다"고 짚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테마주는 테마주로만 남는다는 점이다.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주도주로 올라오지 못하고 급등세를 단기간에 반납한다.

A씨는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은 결국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해서 돈 벌려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들 입장에선 맞는 말"이라며 "제도권에서 아무리 테마주가 위험하다고 경고해봤자 기대보다 낮은 수익률을 내는 우리 말은 변명으로밖에 들릴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테마주 잔혹史 반복…"일단 올라타" 한방 노리다 또 당했다

③ 코스닥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테마주

2차전지, 초전도체, 맥신에 이르기까지 최근 실체 없는 과학 테마주들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테마주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개미들의 계좌가 널을 뛴다. 그러나 과거 역사가 보여주듯, 불기둥을 내뿜을 때는 금세 부자가 될 것 같다가도 자칫 매도 타이밍을 놓치면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좌에 시퍼런 멍만 남기는 것이 테마주들이다. 감독 당국도 테마주 투자에 유의하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테마주 인기는 1996년 코스닥 시장이 문을 연 직후인 1999년부터 시작돼 시장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우량 대기업의 집합소인 코스피 시장과 달리, 코스닥 시장은 기술력이 있는 중소 벤처기업들의 리그라는 정체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태초부터 테마주들과는 '불가분 불가원'의 관계일 수 밖에 없다.



코스닥 지수, 2900이었다고? IT 버블 속 "그땐 그랬지"


코스닥 시장 개화 후 첫 테마주는 IT벤처다. 'IT 버블'로도 통하는데, 1995년부터 2001년 인터넷 산업 성장시기 글로벌 IT기업들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도 닷컴 열풍이 불었다.

미국 닷컴버블의 시작이 '넷스케이프'였다면 국내는 1998년 10월 상장한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이하 골드뱅크)'가 있다. 당시 인터넷 광고를 보면 현금을 준다는 사업 모델을 내세웠는데 이것이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듬해 2월에 1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상장후 시초가 800원이었던 주가가 이듬해 3만원대까지 뛰자, 주가 급등 배후를 밝혀야 한다며 국정감사 대상이 되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
이어 1999년 중순 상장한 새롬기술(현 솔본)이 상장 6개월만에 150배 올랐고 장미디어, 드림라인, 한글과컴퓨터, 다음커뮤니케이션(카카오 (36,150원 ▲100 +0.28%)에 합병), 네이버컴(현 NAVER (193,200원 ▲3,200 +1.68%)) 등의 주가가 줄줄이 급등했다. IT버블로 인해 다음, 네이버, 한게임, 엔씨소프트 (219,000원 ▲2,500 +1.15%) 등 걸출한 기업들이 배출되기도 했지만, 당시 인터넷이나 IT기업이 연상되는 이름만 달면 주가가 미친듯 급등하면서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한때 PER(주가수익비율) 9999배에 달했던 골드뱅크는 11년만인 2009년 상장 폐지됐다. 증시에 남아있는 솔본 (3,830원 ▲60 +1.59%)의 주가도 2000년 3월 최고가인 17만9889원(수정주가 기준)을 찍은후 현재는 4000원대까지 떨어져 회복이 요원하다. 덩달아 급등했던 코스닥 지수도 같은 시기 최고점인 2925.50을 찍은후 거품이 급격히 꺼지면서 그해 말 520선까지 떨어졌다. 아직 10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진짜 원조는 '만리장성'에? 황우석이 이끈 줄기세포 열풍도


베이징 팔달령 만리장성 /사진=이지혜
베이징 팔달령 만리장성 /사진=이지혜
코스닥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테마주 원조를 찾는다면 1987년으로 거슬러 간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북방외교에 공을 들였고, 중국 관계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와중에 '만리장성' 테마가 등장했다.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하기로 했고 대한알루미늄이 알루미늄 창호를 전량 납품하기로 했다는 소문에 주가가 급등했다. 공사 노동자들에게 고무신을 지급한다는 소식에 태화도 올랐다. 인부들의 간식과 소화제를 대는 국내 업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삼립식품(현 SPC삼립 (46,900원 0.00%))과 한독약품(현 한독 (12,690원 ▲160 +1.28%))도 급등했다. 대한알루미늄과 태화는 이후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과학 테마주의 원조격을 찾는다면 2004년 황우석 테마주를 꼽을 수 있다.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사람 난자를 이용해 체세포를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밝히면서 관련주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대표 테마주는 홈캐스트 (2,620원 ▲10 +0.38%)다. 홈캐스트는 황우석 박사가 대표로 있는 바이오회사 '에이치바이온'이 최대주주여서 테마주에 꼽혔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홈캐스트의 주가는 10배 이상 치솟았다. 당시 주가 급등 배경에는 주가조작 세력이 있었고, 이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홈캐스트의 주가는 한때 3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4000원대로 급락했다.

황우석 후배 격인 줄기세포 테마도 2011년 증시를 달궜다. 메디포스트 (8,390원 ▲160 +1.94%), 알앤엘바이오, 엔케이바이오, 젬백스앤카엘(현 젬백스 (14,470원 ▲1,110 +8.31%)), 이노셀(현 파미셀 (4,950원 ▲160 +3.34%)), 조아제약 (959원 ▼1 -0.10%), 오리엔트바이오 (476원 ▲36 +8.18%), 차바이오앤디오스텍(현 차바이오텍 (15,170원 ▲200 +1.34%)) 등이다. 이중 알앤엘바이오, 엔케이바이오는 상장폐지됐다.


뜬구름 잡는 테마주..'폭탄돌리기' 조심해야


2013년에는 3D프린터가 과학 테마주로 바통을 넘겨받았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래 유망 산업으로 3D프린터를 언급한 것이 계기가 돼 TPC (2,110원 ▲30 +1.44%), 코렌텍 (5,460원 ▲30 +0.55%), 세중 (1,548원 ▼2 -0.13%), 신도리코 (38,500원 ▲100 +0.26%) 등이 급등했다. 이들 모두 2013년 최고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에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사물인터넷이 주목을 받으면서 에스넷 (3,860원 ▲125 +3.35%), 기가레인 (627원 ▲1 +0.16%), 유비쿼스 (8,500원 ▲60 +0.71%) 등이 주목받았고 그해 말에는 홀로그램주까지 가세해 지엠피, 한국큐빅 (2,275원 ▲15 +0.66%) 등이 급등했다.

2014년 서울 동대문구 롯데 피트인 9층에 열었던 홀로그램 콘서트 홀 '클라이브'.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2014년 서울 동대문구 롯데 피트인 9층에 열었던 홀로그램 콘서트 홀 '클라이브'.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가장 최근인 2018년에는 비트코인 투자 열풍 속 암호화폐 관련주가 모조리 급등하기도 했다. 비덴트 (3,320원 ▼60 -1.78%), 티사이언티픽 (1,256원 ▼45 -3.46%), 위지트 (755원 ▼4 -0.53%), 버킷스튜디오 (1,153원 ▲1 +0.09%) 등이 모두 2018년 역대 최고가를 찍은 후 주가가 급락하며 제 가치를 찾아갔다.

테마주에 잘 올라타면 며칠만에 계좌 원금이 몇배로 불어나는 마법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에 한번 재미를 본 개인투자자들은 쉽게 테마주에 중독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테마주 투자는 '폭탄 돌리기'와 같아서 급락할 때는 손실이 걷잡을수 없이 커지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당국도 최근 테마주 난립과 관련해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깐만 수익보고 나오면 된다는 심리에 테마주 투자에 뛰어드는 개인들이 많다"며 "기업가치와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슈로 급등했다면 결국 주가는 제 가치를 찾아 내려오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초과학 불신' 커질라…연구자들 "과장 말고, 기술성숙도 알리자"

④'연구→투자' 신중해야…과학계의 대안

(왼쪽부터) 신정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업화본부장, 배현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창업원장, 임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사업전략본부장.
(왼쪽부터) 신정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업화본부장, 배현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창업원장, 임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사업전략본부장.
'과학테마주 투자 기현상'에 대한 과학계의 진단은 기초연구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머지 않은 미래 교과서를 다시 쓰게 될 기초연구 라 해도 기술 상용화까진 최소 십수 년 이상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미 벌어진 '상수'다. 이에 과학계에선 대중의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성과의 과장을 지양하고, 기초연구 성과의 기술성숙도(TRL)를 직관적으로 명시하는 방안 등이 대책으로 거론된다.

신정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업화본부장은 31일 "혁신적 아이디어 1000개가 나와도 고도화 및 실증을 거쳐 시장에 나오는 결과물은 2~3개뿐"이라며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라도 상용화 과정을 거치면 대다수는 도태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생존율이 높은 기술 기반 기업, 그중에서도 성공 사례는 손에 꼽는 만큼 투자자들은 이런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과학 테마주 열풍이 "기초연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실패 등 과정을 바라보지 않고, 투자 관점에서 결과 위주로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과에만 집착하다 금세 열기가 사그라지면 기존에 굴러가던 과학계의 생태계와 시스템마저 왜곡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배현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창업원장은 기초연구 성과와 기술사업화·창업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오랜 과학적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딥테크 창업만 5차례 성공한 관련 전문가다. 그는 "기초연구는 장점만 있으면 얼마든지 논문을 쓸 수 있지만 기술사업화는 모든 단점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초연구 과장 지양하고, 1~9까지 기술성숙도(TRL) 명시 필요"


최근 '과학테마주 열풍'의 도화선은 LK-99 상온·상압 초전도체였다.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연구진이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은 연구성과를 사전 논문공개 사이트에 공개, 기술 상용화가 임박한 것처럼 잘못된 시그널을 보냈다는 지적이다.

과학계는 혁신적 연구성과라 해도 최소한의 검증을 거쳐야 하고, 과장된 전달은 지양할 것을 요구한다. 배 원장은 "과학기술계에서 기초연구 성과에 대한 과장이 있는 게 사실이고, 언론도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광고성 기사는 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소액 투자자들이 기초연구 성과를 이해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투자를 판단하기엔 너무나 어렵다"며 "일부 기술 상장 기업들을 보면 숫자(매출)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 소액 투자자들이 장밋빛 환상만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임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사업전략본부장은 기초연구 성과 발표 시 TRL을 명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TRL은 198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기술 투자 위험도 관리 목적으로 도입한 지표다. 1~9까지 이뤄졌으며 9와 가까워질수록 성숙도가 높아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임 본부장은 "최근 초전도체 연구성과는 개념입증 수준이었고 이를 상용화하려면 최소 10년 이상 필요하다는 게 과학계 분석이었다"며 "앞으로 이런 오해를 줄이려면 과학계에서 기초연구 성과를 발표할 때 TRL 레벨을 명시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소액 투자자들은 딥테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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