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X(옛 트위터)를 인수할 때 은행에서 받은 대출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인수 자금 거래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2년 10월 머스크가 당시 트위터를 인수할 때 은행들이 빌려준 130억 달러(약 17조3000억원)가 인수 2년이 다 돼 가도록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당시 머스크의 지주회사에 대출해 준 은행은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즈, 뮤에프지, BNP 파리바, 미즈호, 소시에테제네랄 등 7곳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필요한 돈을 빌려주고, 그 대출금에 대한 권리를 담은 채권을 만든다. 이 채권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고 수수료로 이익도 얻는다.

하지만 2년 전 머스크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부채를 떠안고 있다. X의 실적 부진 때문에 은행들이 손실을 보지 않고는 채권을 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머스크는 당시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56조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1년 만인 지난해 그 가치는 절반 이하인 약 190억 달러(약 25조6000억원)로 떨어졌다. 혐오 콘텐츠에 대한 규제 완화, 경쟁 플랫폼 성장, 오너리스크 등으로 광고주가 떠나면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LCD에 따르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자금에 조달된 대출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오랫동안 회수되지 못한 거래 중 하나가 됐다. 시카고대 재무학 교수인 스티븐 카플란은 WSJ에 "트위터 인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거래 중 하나"라며 "이 대출금은 다른 대출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은행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이 대출의 가치를 수억 달러씩 낮춰 이익이 줄어들게 됐다. 고위험 대출을 떠안게 되면서 규제 기관의 감시도 더 심해졌다. 일부 은행은 트위터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탓에 인수합병(M&A) 거래를 위한 자금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트위터 인수 대출의 만기 2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지만 은행들은 부채를 처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트위터 인수 대출은 미국 투자은행의 순위도 바꿨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모건스탠리는 트위터 인수 전인 2021년과 2022년 미국 투자은행 순위에서 각각 1, 2위였다. 하지만 2023년과 2024년에는 트위터 인수에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1위에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WSJ에 "은행 실적에 타격을 입히는 거래들은 늘 있지만, 트위터 인수 대출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X는 올해 초 채권단으로부터 '은행 금리를 낮추는 대신 X가 대출금 중 일부를 상환한다'는 등 대출 재구성 계획을 제안받았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테슬라, 뉴럴링크, xAI 등 6개 회사를 거느린 머스크와 계속 거래하길 원하는 은행들로서는 이 문제가 딜레마인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