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확보한다고 '소탐대실'한 격이죠. 기술이전을 하면 세금폭탄을 맞는데 연구의욕이 생기겠습니까."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과학기술계가 R&D 정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가 있다. '직무발명보상금' 제도 개선이다. 직무발명보상금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나 대학, 기업 소속 연구자들이 직무 관련 R&D 중 얻은 신기술 특허 등의 결과물을 사용자에게 승계 또는 양도할 때 받는 대가를 말한다. 연구현장의 사기를 진작하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980년부터 시행됐다.
우리나라에서 80년대를 기점으로 굵직한 R&D 성과가 쏟아진 것도 관련 예산 확대를 비롯한 이 같은 과학기술 육성정책이 뒷받침됐다. 실제 특허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등록 특허 13만5000건 중 직무발명 특허는 11만9000건으로 전체 88%에 달한다.
사달이 난 것은 2016년 기획재정부가 직무발명보상금에 대한 과세체계를 바꾸면서다.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구분하던 직무발명보상금을 근로기간 중에는 근로소득으로, 퇴직 후에는 기타소득으로 변경한 것. 그러면서 비과세 한도는 300만원으로 묶어놨다. 당시 과학기술계에선 비정기적인 보상금을 근로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과세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세체계 변경 직전인 2015년 대법원이 직무발명보상금은 저작권, 상표권 등 다른 지식재산권 관련 수익과 마찬가지로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이라고 판시했지만 이마저도 소용없었다. 과세당국은 과학기술계의 지속적인 제도개선 요구에 과세체계를 다시 바꾸는 대신 비과세 한도를 2019년 500만원, 올해 700만원으로 높여주는 식으로 무마했다.
직무발명보상금은 오랜 기간 R&D에 매진한 연구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노력의 결실이자 말 그대로 '보상'이지만 과세체계가 바뀌면서 세금폭탄을 부르는 애물단지가 됐다. 대규모 기술이전이라도 할 경우 불로소득인 로또 당첨금(33%)보다 많은 최대 45%의 종합소득세를 물어내야 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소득이 늘었으니 4대 보험료도 더 토해내야 한다. 직무발명보상금을 받은 후 4대 보험료로 수천만 원을 내게 되면서 한동안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연구자도 있다고 한다.
과세체계 변경으로 특히 힘들어진 곳은 출연연이다. 가뜩이나 힘든 우수인재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 직무발명보상금 외에도 다양한 보상체계를 갖춘 민간기업과 달리 국가 R&D 과제를 주로 하는 출연연은 이를 대체할 마땅한 보상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출연연 이직자가 2020년 195명, 2021년 202명, 2022년 220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민간에 비해 연봉수준도 낮은데 보상마저 박해지니 연구자들이 학계나 산업계로 떠나는 것이다.
직무발명보상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도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번번이 임기만료 폐기됐다. 하지만 연구현장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끌어올리고 다른 지식재산권과의 조세형평을 위해서라도 바로잡는 게 마땅하다.
마침 22대 국회 들어 최수진 의원(국민의힘)과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각각 관련법안을 발의했다. 비과세와 분리과세라는 차이가 있지만 두 법안 모두 직무발명보상금의 과세체계를 근로소득에서 기타소득으로 되돌리는 게 골자다.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되돌린다고 해서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도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앞으로 5년간 재정수입이 연평균 149억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해 걷힌 근로소득세(59조1000억원) 대비 0.025%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R&D를 촉진해 기업의 성장과 신산업 육성을 뒷받침하는 게 여러모로 훨씬 이득이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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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과학기술계가 R&D 정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가 있다. '직무발명보상금' 제도 개선이다. 직무발명보상금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나 대학, 기업 소속 연구자들이 직무 관련 R&D 중 얻은 신기술 특허 등의 결과물을 사용자에게 승계 또는 양도할 때 받는 대가를 말한다. 연구현장의 사기를 진작하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980년부터 시행됐다.
우리나라에서 80년대를 기점으로 굵직한 R&D 성과가 쏟아진 것도 관련 예산 확대를 비롯한 이 같은 과학기술 육성정책이 뒷받침됐다. 실제 특허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등록 특허 13만5000건 중 직무발명 특허는 11만9000건으로 전체 88%에 달한다.
사달이 난 것은 2016년 기획재정부가 직무발명보상금에 대한 과세체계를 바꾸면서다.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구분하던 직무발명보상금을 근로기간 중에는 근로소득으로, 퇴직 후에는 기타소득으로 변경한 것. 그러면서 비과세 한도는 300만원으로 묶어놨다. 당시 과학기술계에선 비정기적인 보상금을 근로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과세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세체계 변경 직전인 2015년 대법원이 직무발명보상금은 저작권, 상표권 등 다른 지식재산권 관련 수익과 마찬가지로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이라고 판시했지만 이마저도 소용없었다. 과세당국은 과학기술계의 지속적인 제도개선 요구에 과세체계를 다시 바꾸는 대신 비과세 한도를 2019년 500만원, 올해 700만원으로 높여주는 식으로 무마했다.
직무발명보상금은 오랜 기간 R&D에 매진한 연구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노력의 결실이자 말 그대로 '보상'이지만 과세체계가 바뀌면서 세금폭탄을 부르는 애물단지가 됐다. 대규모 기술이전이라도 할 경우 불로소득인 로또 당첨금(33%)보다 많은 최대 45%의 종합소득세를 물어내야 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소득이 늘었으니 4대 보험료도 더 토해내야 한다. 직무발명보상금을 받은 후 4대 보험료로 수천만 원을 내게 되면서 한동안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연구자도 있다고 한다.
과세체계 변경으로 특히 힘들어진 곳은 출연연이다. 가뜩이나 힘든 우수인재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 직무발명보상금 외에도 다양한 보상체계를 갖춘 민간기업과 달리 국가 R&D 과제를 주로 하는 출연연은 이를 대체할 마땅한 보상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출연연 이직자가 2020년 195명, 2021년 202명, 2022년 220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민간에 비해 연봉수준도 낮은데 보상마저 박해지니 연구자들이 학계나 산업계로 떠나는 것이다.
직무발명보상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도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번번이 임기만료 폐기됐다. 하지만 연구현장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끌어올리고 다른 지식재산권과의 조세형평을 위해서라도 바로잡는 게 마땅하다.
마침 22대 국회 들어 최수진 의원(국민의힘)과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각각 관련법안을 발의했다. 비과세와 분리과세라는 차이가 있지만 두 법안 모두 직무발명보상금의 과세체계를 근로소득에서 기타소득으로 되돌리는 게 골자다.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되돌린다고 해서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도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앞으로 5년간 재정수입이 연평균 149억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해 걷힌 근로소득세(59조1000억원) 대비 0.025%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R&D를 촉진해 기업의 성장과 신산업 육성을 뒷받침하는 게 여러모로 훨씬 이득이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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