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야 기켄, 지난 17일 고도 2만m 근우주 영역 유인비행 성공…"온가족 위한 우주여행" 목표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지난달 17일 새벽 2시40분 일본 홋카이도 시호로에서 '풍선 우주선'이 이륙했다. 풍선 아래에 구 모양의 기체를 매단 이 우주선은 파일럿 1명을 태우고 고도 2만816m까지 상승했다. 고도 2만m(20km)는 지구 대기권을 벗어난 근우주로, 지구를 내려다 보고 대낮에 별을 볼 수 있는 높이다. 풍선 우주선은 4시간56분 비행을 마친 뒤 이륙지점에서 41km 떨어진 해상에 착륙했고 파일럿은 안전히 귀환했다.
이 풍선 우주선 개발사는 창업자 이와야 게이스케 사장이 이끄는 스타트업 '이와야 기켄(기술연구소)'. 2016년 창업한 이 회사의 목표는 온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우주여행을 상품화하는 것. 운송수단으로 풍선을 고른 것도 고객 층을 넓히기 위해서다. 로켓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승객들이 극심한 중력가속도를 견뎌야 한다. 우주를 꿈꾸는 어린이들은 탈 수 없다.
풍선 우주선 기술의 핵심은 여러 번 우주를 오갈 수 있는 풍선을 제작하고, 지표에 안착한 우주선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것. 이와야 기켄은 우주에서도 터지지 않도록 특수 제작한 헬륨 풍선에 밸브를 달았다. 헬륨 풍선을 타고 기체가 목표 고도에 도달하면 풍선에 달린 밸브가 자동으로 조금씩 열려 헬륨을 방출한다. 그러면 헬륨 풍선은 2시간 동안의 우주 유람을 끝마치고 1시간 동안 하강하면서 지구로 귀환한다. 귀환 지점은 500m~1km 오차 내로 예측 가능하며, 독자 기술을 통해 풍선 회수율을 100%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일본 내각부 산하 우주개발전략추진사무국 인터뷰에서 이와야 사장은 "가장 힘들었던 것은 회수 기술 개발"이라며 "장비를 정확히 설계, 제조하고 비행 경로를 예측하는 노하우가 있다"고 했다.
승객이 탑승한 기체 안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유지된다. 우주 정거장과 마찬가지로 기체 안이 공기로 채워지기 때문. 다만 혹시 모를 기온 변화에 대비하고, 우주여행을 실감시켜줄 목적으로 우주복 착용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해상에 착륙할 때는 일시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정도의 중력가속도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특허 받은 앵커와 브레이크가 착륙 속도를 조절해주는 데다, 물보다 가벼운 재질을 쓰기 때문에 기체가 가라앉는 등 사고 위험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야 사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기체 안에 욕조를 달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면서 일본 후지산 대신 지구를 보며 목욕하는 '우주목욕' 체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풍선 우주선은 올해 첫 상업비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공개모집을 통해 첫 비행에 탑승할 승객 5명을 확정했다. 비용은 1인당 2400만엔(2억1800만원). 이와야 사장은 사업이 궤도에 오른다면 비용을 1인당 200만엔(1820만원)까지 떨어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야 사장은 우주를 꿈꾸던 공학도였다. 홋카이도 대학 공학부에서 우주항공 시스템을 전공으로 하는 교수를 스승으로 만나 우주비행을 공부했다. 대학 4학년 때 미국 학생들이 풍선에 카메라를 달아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풍선 우주비행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풍선 우주비행은 미개척 분야나 다름없었다. 이와야 사장은 지난 4월 테크블리츠 인터뷰에서 "(풍선 우주비행에 관한) 전문 교육기관도 없었고 관련 논문도 거의 존재하지 않아 독자적으로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시작은 미국 학생들처럼 풍선에 카메라를 달아 지구를 촬영하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풍선을 올려보내는 것보다 회수하는 게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2년 만에 풍선 회수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그는 광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우주 영상 촬영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이 점점 커져 개인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법인화를 결심, 홀로 이와야 기켄을 창업했다. 그 뒤로 우주정거장, 인공위성 부품 시험 등 업무까지 들어오면서 장비를 대형화하기 시작했다. 승객을 태운 우주 유람을 떠올린 것은 이때쯤이다.
이와야 사장은 "당시 풍선으로 우주를 유람한다는 아이디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내 제안이 이상한 소리로 들릴 것을 알았지만 풍선이 갖아 합리적이고 확실한 (우주여행) 방법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2018년 물고기를 어항에 넣어 우주로 태워보내는 실험이 성공하자 하나둘 투자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까지 이와야 기켄은 아사히그룹, 미쓰이 스미모토 해상, 미츠비시 UFJ 캐피탈 등으로부터 총 20억 엔(186억5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와야 사장은 사업을 우주산업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풍선으로 우주장치를 올려보내 지상에서 하기 어려운 안전실험을 할 수 있고, 자사 풍선 우주선에 들어간 압력조절, 생명유지장치를 일본 달탐사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저렴하게 우주복을 양산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외연도 넓혀가고 있다. 이와야 기켄은 아사히그룹 등 대기업과 함께 '오픈 유니버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러 기업들로부터 우주사업 제품, 기술, 아이디어를 모아 신시장을 개척하는 게 목표다.
특히 이와야 사장은 자동차기업과 협업에 관심이 많다. 그는 "(풍선 우주선에서 승객이 탑승하는) 캐빈은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자동차와 공통점이 많다"며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우주에서도 활약하는 자동차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0년 후 우주유람 기술에서 태어난 신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30년이나 50년 후에는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것들을 가능케 할 것"이라면서 "'함께 더 좋은 미래를 만들자'는 게 나의 메시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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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선 우주선 개발사는 창업자 이와야 게이스케 사장이 이끄는 스타트업 '이와야 기켄(기술연구소)'. 2016년 창업한 이 회사의 목표는 온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우주여행을 상품화하는 것. 운송수단으로 풍선을 고른 것도 고객 층을 넓히기 위해서다. 로켓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승객들이 극심한 중력가속도를 견뎌야 한다. 우주를 꿈꾸는 어린이들은 탈 수 없다.
풍선 우주선 기술의 핵심은 여러 번 우주를 오갈 수 있는 풍선을 제작하고, 지표에 안착한 우주선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것. 이와야 기켄은 우주에서도 터지지 않도록 특수 제작한 헬륨 풍선에 밸브를 달았다. 헬륨 풍선을 타고 기체가 목표 고도에 도달하면 풍선에 달린 밸브가 자동으로 조금씩 열려 헬륨을 방출한다. 그러면 헬륨 풍선은 2시간 동안의 우주 유람을 끝마치고 1시간 동안 하강하면서 지구로 귀환한다. 귀환 지점은 500m~1km 오차 내로 예측 가능하며, 독자 기술을 통해 풍선 회수율을 100%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일본 내각부 산하 우주개발전략추진사무국 인터뷰에서 이와야 사장은 "가장 힘들었던 것은 회수 기술 개발"이라며 "장비를 정확히 설계, 제조하고 비행 경로를 예측하는 노하우가 있다"고 했다.
승객이 탑승한 기체 안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유지된다. 우주 정거장과 마찬가지로 기체 안이 공기로 채워지기 때문. 다만 혹시 모를 기온 변화에 대비하고, 우주여행을 실감시켜줄 목적으로 우주복 착용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해상에 착륙할 때는 일시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정도의 중력가속도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특허 받은 앵커와 브레이크가 착륙 속도를 조절해주는 데다, 물보다 가벼운 재질을 쓰기 때문에 기체가 가라앉는 등 사고 위험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야 사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기체 안에 욕조를 달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면서 일본 후지산 대신 지구를 보며 목욕하는 '우주목욕' 체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풍선 우주선은 올해 첫 상업비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공개모집을 통해 첫 비행에 탑승할 승객 5명을 확정했다. 비용은 1인당 2400만엔(2억1800만원). 이와야 사장은 사업이 궤도에 오른다면 비용을 1인당 200만엔(1820만원)까지 떨어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야 사장은 우주를 꿈꾸던 공학도였다. 홋카이도 대학 공학부에서 우주항공 시스템을 전공으로 하는 교수를 스승으로 만나 우주비행을 공부했다. 대학 4학년 때 미국 학생들이 풍선에 카메라를 달아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풍선 우주비행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풍선 우주비행은 미개척 분야나 다름없었다. 이와야 사장은 지난 4월 테크블리츠 인터뷰에서 "(풍선 우주비행에 관한) 전문 교육기관도 없었고 관련 논문도 거의 존재하지 않아 독자적으로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시작은 미국 학생들처럼 풍선에 카메라를 달아 지구를 촬영하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풍선을 올려보내는 것보다 회수하는 게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2년 만에 풍선 회수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그는 광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우주 영상 촬영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이 점점 커져 개인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법인화를 결심, 홀로 이와야 기켄을 창업했다. 그 뒤로 우주정거장, 인공위성 부품 시험 등 업무까지 들어오면서 장비를 대형화하기 시작했다. 승객을 태운 우주 유람을 떠올린 것은 이때쯤이다.
이와야 사장은 "당시 풍선으로 우주를 유람한다는 아이디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내 제안이 이상한 소리로 들릴 것을 알았지만 풍선이 갖아 합리적이고 확실한 (우주여행) 방법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2018년 물고기를 어항에 넣어 우주로 태워보내는 실험이 성공하자 하나둘 투자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까지 이와야 기켄은 아사히그룹, 미쓰이 스미모토 해상, 미츠비시 UFJ 캐피탈 등으로부터 총 20억 엔(186억5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와야 사장은 사업을 우주산업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풍선으로 우주장치를 올려보내 지상에서 하기 어려운 안전실험을 할 수 있고, 자사 풍선 우주선에 들어간 압력조절, 생명유지장치를 일본 달탐사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저렴하게 우주복을 양산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외연도 넓혀가고 있다. 이와야 기켄은 아사히그룹 등 대기업과 함께 '오픈 유니버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러 기업들로부터 우주사업 제품, 기술, 아이디어를 모아 신시장을 개척하는 게 목표다.
특히 이와야 사장은 자동차기업과 협업에 관심이 많다. 그는 "(풍선 우주선에서 승객이 탑승하는) 캐빈은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자동차와 공통점이 많다"며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우주에서도 활약하는 자동차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0년 후 우주유람 기술에서 태어난 신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30년이나 50년 후에는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것들을 가능케 할 것"이라면서 "'함께 더 좋은 미래를 만들자'는 게 나의 메시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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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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